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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방송사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기자칼럼] '방송장악' 지원하는 보수언론의 충성경쟁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3.14 14:30

"임기가 보장된 방송사 사장에게 정치권력이 퇴진을 압박하는 것은 최악의 언론탄압이다" (한겨레 3월 14일 사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라도 공정하고 능력있게 임무를 수행했다면 임기 도중에 물러나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물러나야 마땅한 사람까지 임기를 내세우며 버티고 있는 한 다른 인사들까지 피해를 보게 생겼다. 제일 먼저 사퇴해야 할 인물은 KBS 사장이다." (중앙일보 3월 14일 사설)

한나라당이 '좌파세력 청산'을 이유로 참여정부 임기직 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가하면서 파문의 진통이 뜨겁다. 특히 한나라당이 13일 KBS 정연주 사장을 0순위로 지목하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기다렸다는 듯 다음날(14일) 일제히 사설을 통해 정 사장 퇴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임기가 남아있는 방송사 사장의 거취 문제를 정치권이 거론하는 것에 대한 '원칙적인' 비판은 찾아볼 수 없고, 무조건 '지지' 발언 뿐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을 지원해 '떡고물'을 챙기려는 보수언론의 노골적인 '충성경쟁'이 아니겠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중앙일보 3월 14일 사설  
 
우선 중앙일보는 14일 사설 <KBS 사장은 임기 내세울 자격 없다>에서 "정치적으로 편파적이고 경영 면에서 무능하며 도덕성에서 큰 흠이 있다면 임기제의 취지와 이를 통해 지키려는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KBS 정 사장이 사퇴해야 코드 인사 퇴진 논란이 올바른 방향으로 풀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비슷한 논리다. 무능한 경영을 했으니 스스로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조선은 14일 사설 <정연주 KBS 사장의 배짱 경영>에서 "2003년 정연주씨가 KBS 사장에서 취임하고선 그 이전까지 흑자였던 KBS가 2004년 638억원이라는 창립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2007년 다시 279억원 적자를 냈다"며 "80%가 넘는 KBS 직원들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 사장은 KBS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능력이 없다'고 했다. 5년 누적 적자 1500억원을 기록한 경영자에 대한 당연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3월 14일 사설  
 
경영면에서 무능하니 임기제라는 제도에 목숨 걸지 말고, 반성한 뒤 행동하라는 주장까지는 납득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방송사 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감독하는 이사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제도적인 틀을 통해서 논의하고 처리하면 된다. 더 일차적으로는 방송사 구성원들의 총의와 자정 능력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굳이 나서서 KBS 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참여정부에서 시도한 기자실 폐지나 정부의 언론소송에 대해서는 언론자유 탄압이라며 반발하더니 현재의 여권이 공영방송 사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데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식이다. 과거 그토록 부르짖던 '언론자유'와 '언론독립'의 가치는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꺼내드는 뻔뻔한 카드일 뿐이다. 이들 신문에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를 한겨레는 "좋은 먹이를 하사받으려는 충성경쟁"이라며 "참으로 딱하다"고 표현했다.

한겨레는 14일 사설 <방송장악 위해 정권과 함께 뛰는 족벌언론>에서 "족벌언론도 언론인데 그 태도는 상식 밖이다. 아예 정권의 손발처럼 움직이며 정권의 방송 장악을 지원한다"며 "이 정부는 공중파 방송의 민영화와 신문·방송 겸영을 약속해 왔다. 족벌언론이 십수년 노려 온 먹잇감이다. 좋은 먹이를 하사받으려는 충성경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방송장악이 절실한 정권으로서야 가끔 다그치며 보고 즐기면 된다. 참으로 딱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3월 14일 사설  
 
정말 딱하다. '큰 일'을 도모하려면 더 세련되고 교묘한 방식이 필요할텐데 이처럼 속내가 뻔히 드러나니 말이다. 게다가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자신들이 '언론'이라는 사실마저 이처럼 무시하고 정권의 말 한마디에 보조를 맞추며 화답할 수 있는지 말이다. 

이렇게 납작 엎드리니 "족벌언론이 노리고 있는 먹잇감"을 현 정부가 순순히 내어줄런지도 의문이다. 정권 입장에선 자신의 수족처럼 움직이며 방긋방긋 화답하는 언론과의 '허니문'을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 줄듯 말듯 애를 태우며 오래오래 부리고 싶지 않을까. 

'언론 자유'의 가치, '비판 언론'의 기본은 내버린 채 때론 충성하고 때론 공격해야 하는 보수언론도 그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언론의 '달콤한 시절'이 얼마나 오래 갈 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텐데 그 뒷감당은 어찌 하려고.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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