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 시즌2 세 번째 방송 끝 무렵에 등장한 구자명은 부활의 비밀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가 발표될 당시 부활의 보컬이었던 박완규는 고음역에 탁월한 가수였다. 그런 박완규도 힘겹게 불렀다는 이 노래를 구자명은 긴장한 모습이긴 했지만 쉽게 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침 그 자리에 비밀의 작곡자이자 위탄 시즌1의 스타 김태원이 심사를 하고 있었다. 김태원은 약간 흥분한 듯한 표정으로 선뜻 구자명에게 왕관을 주었고,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이선희의 말을 중간에 잘라 “이 노래는 박완규 씨도 힘들어하는데 쉽게 부르니까”하며 구자명을 옹호하고 나설 정도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김태원이 이선희의 말을 자른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긴 했지만 그만큼 맘에 들어한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슈퍼스타K처럼 슈퍼패스 제도가 있다면 아마도 그것을 바로 쓸 태세였다. 그렇지만 김태원의 조바심은 기우였고 이선희는 물론 윤일상도 구자명에게 왕관을 내주었다. 구자명의 시원한 음역대는 분명 쟁쟁한 해외파들 사이에서 국내파의 위신을 지켜낼 히든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구자명에게는 단지 노래만이 보인 것은 아니었다. 구자명은 여자축구대표 지소연과도 어릴 적부터 친했던 유망한 축구선수였다. 제2의 박지성을 꿈꾸며 청소년 국가대표로 뽑혀 활약했었다. 그러나 많은 운동선수들을 좌절케 하는 치명적 부상이 구자명에게도 찾아왔고 결국 유일한 하나의 꿈을 접게 했다. 어린 나이의 좌절은 곧바로 탈선으로 이어지기 쉬운 법인데 기특하게도 구자명은 생계를 위해 치킨 배달을 하고 있었다.

구자명의 노래실력과 치킨배달을 위해 스쿠터를 모는 모습에서 누군가 오버랩 된다. 바로 김승일이다. 구자명은 스타킹을 통해서 야식배달부에서 일약 국민적 오페라 가수로 스타가 된 김승일을 떠올리게 한다. 가난과 어머니의 병환으로 유망했던 오페라 가수의 꿈을 접고 야식배달부로 살아가던 김성일의 미성은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고, 그 힘을 바탕으로 당당히 자신의 무대를 갖는 가수가 되었다.

김승일은 꿈을 포기한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스타킹을 찾았지만 구자명은 적극적인 운동선수의 기질대로 늦지 않은 때에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장을 내민 것이 다행스러워 보였다. 더 기특하게도 자신의 꿈만이 아니라 좌절을 겪어 새로운 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위탄 예선을 통해서 실력파들은 주로 해외 오디션에서 발견되고 있다. 아직 예선 방송이 끝나지 않았지만 구자명은 쟁쟁한 해외파 참가자들과 어깨를 겨룰 실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예선을 통과하면서 윤일상과 체중을 무려 20Kg이나 줄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운동을 그만두고 체중이 늘었을 구자명이지만 살이 많이 빠진다면 외모도 꽤나 근사해질 바탕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변화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또 다른 호감의 요인이 될 것이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넉넉지 않은 생활과 좌절된 꿈 등의 아픈 이야기가 있다. 그런 사연이 그들의 노래에 좀 더 몰입하게 만들게도 한다. 아무래도 정이 많은 민족이라 구자명이 체중감량의 약속을 훌륭하게 지키고 다음 무대에 등장한다면 대단히 큰 호응을 얻을 것이다. 구자명에게는 외인구단의 기적을 일으킨 김태원의 지지가 있었던 것도 적지 않은 힘으로 작용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과연 제2의 김승일로 국민적 스타가 될지 구자명의 위탄 생존기를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위대한 탄생이 시즌1에 이어서 ‘나는 멘토다’가 되는 것이 우려됐다. 하지만 비록 해외 참가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주목할 만한 멘티들의 등장으로 조금은 걱정을 덜게 해주고 있다. 그렇다 해도 아직은 이선희, 박정현 등 멘토들을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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