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경기·인천지역 민영 지상파방송사인 OBS가 유료방송과의 CPS(가입자당 재송신료) 협상 2차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유료방송과 1차 협상을 통해 IPTV사업자들과 CPS협상을 마무리한 OBS는 아직까지도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케이블TV 방송사들과 2차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케이블TV 방송사들이 이번 OBS와의 CPS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16년에 제정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에는 지상파방송사나 유료방송사 한쪽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송신 협상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케이블TV 방송사들은 OBS와의 CPS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자세를 유지하면서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OBS)

케이블TV가 콘텐츠 사용료를 한 푼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OBS의 콘테츠를 지금까지 공짜로 사용해왔던 이유는 OBS가 개국할 당시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콘텐츠 재송신료 지불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내용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OBS는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케이블TV로 부터 재송신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해 왔던 것이다. 결국, 12년 전 새로운 지역방송사인 OBS가 출범하면서 콘텐츠 재송신료에 대한 명확한 계약 내용이 없었다는 이유로 케이블TV는 콘텐츠 사용료를 한 푼도 지불하지 않은 채 공짜로 제공받은 방송 콘텐츠를 활용해 본인들의 이익만 꼬박꼬박 챙겨온 것이다.

명확한 계약내용이 없었다는 이유로 지역방송사의 방송 콘텐츠를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무려 12년 동안이나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겨온 케이블TV 방송사들의 행태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OBS가 CPS 지급을 요구하자, 모 케이블TV 업체에서 채널을 빼 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22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OBS가 재송신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일부 케이블방송사에서는 그럼 채널을 빼겠다”는 말을 했다고 공개했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갑질 행위다. 케이블TV 방송사가 힘없는 지역방송사를 향해 협박에 가까운 갑질 발언을 한 것이다.

무려 12년 동안 공짜로 지역방송사의 콘테츠를 사용해 이익을 챙겨오다, 12년이 지난 시점에서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해 달라는 지역방송사의 정당한 요청에 협박성 발언으로 대응하는 케이블TV 방송사의 이런 모습은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에 갑질 행위를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이제 이러한 케이블TV의 갑질 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유료방송사업자가 프로그램 제작 및 제공자인 방송국에 지급하는 재송신료는 프로그램 저작권료이자 콘텐츠 사용료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프로그램을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따라서 방송사 입장에서 재송신료는 양질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다른 지상파방송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OBS와 같은 지역방송사의 경우에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는 재송신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규모의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는 꼬박꼬박 재송신료를 지급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인 OBS에는 재송신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는 케이블TV는 중소 방송사와의 상생을 통한 국내 방송 산업 활성화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케이블TV를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과기정통부는 약자에 대한 갑질 행위로 볼 수 있는 이러한 케이블TV의 OBS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하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케이블TV가 적절한 프로그램 사용 대가를 열악한 환경에 처한 OBS에 지급할 수 있도록 적절한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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