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명월 한예슬 촬영거부로 뜨거운 논란을 겪은 드라마가 그 열기가 식기도 전에 또 다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현재 계백에 출연 중인 송지효가 얼마 전 과로로 입원했다가 불과 사흘 만에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거기다가 너무 지친 탓에 약물에 대한 거부반응까지 겹쳐서 송지효는 급기야 산소호흡기로 강제 호흡을 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더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지 이젠 여배우들은 목숨을 내놓고 드라마를 찍고 있음이 드러났다.
사태가 이렇게 위급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최초로 입원했을 때 충분히 치료하고 휴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지효는 18일 오전에 입원했다가 반드시 촬영해야 할 부분이 있어 몸을 채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 그것 역시도 밤샘 촬영이었고 쓰러지지 않을 수 없는 강행군이었다. 송지효가 출연하는 계백은 사극인지라 더운 여름날에도 몇 겹의 의상을 겹쳐 있어야 하기에 현대극 촬영보다는 체력 소모가 많은 수밖에 없었다.
스파이명월에서는 여배우가 촬영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계백에서는 일주일 만에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때마침 열린 국정조사에서 연기자 출신 김을동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드라마 제작 문제는 법과 행정이 나서서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누군가 죽어나가게 생겼다.
드라마의 거의 전부를 만드는 외부 제작사에 제작비를 적게 주는 불평등 계약도 고쳐야 할 것이며, 쪽대본을 당연시 여기는 작가들 역시 생각을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사전 제작을 기피한다면 우선 매주 2회를 내보내는 현재의 방식에서 1편으로 줄이는 것도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드, 일드 모두 한 주에 한 편의 드라마를 내보내고 그조차 결방하는 일도 잦지만 그렇다고 드라마가 재미없어지진 않는다. 방송 직전까지 촬영하고 제대로 편집조차 할 여유도 갖지 못하는 완성도 떨어지는 드라마보다 단 한 편을 보더라도 고품질의 드라마가 더 낫다.
지금부터 고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약속 없이 향후 종편의 드라마까지 가세하는 상황으로 끌려가면 그때는 또 어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꺼번에 다 고칠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다. 일단 하나라도 해결하고 나머지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합의로 약속해야 한다. 계속 변명만 늘어놓고, 남의 탓만 하고 있다가는 정말 한국 드라마는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이다. 최근 정전사태를 후진국형 사고라고 정의했다. 그보다 훨씬 더 후진국형 사고가 바로 드라마 촬영 때문에 과로사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OECD 11위 국가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더 부끄러운 문화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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