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LG의 신인급 선수 중 투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임찬규와 오지환이 11회말 나란히 무너지며 기아에 역전패했습니다. LG는 3연패에 빠졌습니다.

11회말 시작과 함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임찬규가 선두 타자 나지완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도합 7개의 볼을 연속으로 투구했을 때 6월 17일 잠실 SK전의 악몽이 되살아나 오늘 경기의 결과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임찬규는 여전히 제구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고졸 신인 투수인 만큼 필승 계투진에 포함되기보다 동계 훈련을 거친 후 내년 시즌에는 선발로 기용하며 경험을 쌓는 편이 바람직할 듯합니다.

▲ 임찬규 ⓒ연합뉴스
임찬규가 김상현까지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무사 1, 2루가 되었을 때 기아 조범현 감독이 안치홍에게 희생 번트가 아니라 강공을 지시한 것이 초구에 유격수 땅볼이 되어 LG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지만 오지환의 엉성한 수비는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안치홍의 타구에 오지환이 1루 주자 김상현을 2루에서 아웃 처리했지만 사실상의 실책이나 다름없는 두 가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째, 정상적으로 포구했다면 6-4-3의 병살로 연결시켜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병살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둘째, 무사 1, 2루의 포스 아웃 상황이나 2루 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도록 3루에 송구해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포구 실패로 인해 평정심을 잃고 2루에 송구해 1루 주자를 잡아낸 것입니다. 오지환의 실책성 수비로 인해 LG는 만루 작전을 쓸 수밖에 없었고 위기에 몰린 임찬규가 차일목을 상대로 초구에 만루 홈런을 허용하며 패배로 종결되었습니다.

11회말에 결승점을 내준 것은 임찬규와 오지환 두 신인급 선수이지만 LG의 근본적인 패인은 1회초 3점을 뽑은 뒤 소임을 다했다는 듯이 침묵에 빠진 중고참 타자들에 있습니다. 우선 1회초 3:0으로 달아나는 2타점 2루타로 기세를 올린 뒤 2루에서 견제사 당한 정성훈은 초반에 승부를 완전히 가를 수도 있는 추가 득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정성훈의 후속 타자들이 범타로 물러나 잔루를 남기는 것보다 더욱 좋지 않은 결말이었습니다. 정성훈의 견제사로 인해 기아 선발 서재응은 조기 강판의 위기에서 벗어나 6.1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7회초 1사 만루에서 병살타, 10회초 1사 2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이진영의 타격도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진영이 두 번의 기회 중 한 번이라도 살려 타점을 기록했다면 LG는 연장전 끝에 패하지 않고 9회말 1점차 승리를 거뒀을 것입니다. 올 시즌 2할 7푼 대의 타율도 실망스럽지만 특히 타점 생산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주자를 득점권에 놓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진영은 현재 34타점을 기록 중인데 아직 시즌이 남아 있지만 2002년 이후 단 한 번도 40타점 이하를 기록한 점이 없었다는 점에서 최근 10년간 최악의 기록을 남기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10회초 무사 2루에서 이택근의 타격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볼 카운트 1-2에서 이택근은 파울을 기록한 뒤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 2루 주자 이대형을 3루에 진루시키지 못했는데 지나치게 진루타를 의식한 것이 도리어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기아 배터리가 진루타를 막기 위해 몸쪽 볼로 승부를 한다면 이를 골라내고 스트라이크를 타격해야 했는데 진루타를 치겠다는 의식이 너무 강해 몸쪽 깊숙한 볼을 타격한 것이 범타로 물러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LG는 6월 16일 잠실 SK전에서 5:4 1점차로 뒤진 9회말 무사 3루의 동점 기회를 무산시켜 패배하더니 오늘은 3:3 동점으로 맞선 10회초 무사 2루의 득점 기회를 무산시켜 역전패했습니다. 절호의 득점권 기회를 무산시키는 빈곤한 집중력은 LG 추락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초반 3점을 지키지 못하고 4회말 1사 후 동점을 허용하며 강판된 선발 김광삼의 투구 내용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1회말과 2회말에 김광삼은 4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는데 야수들의 호수비가 뒷받침되지 못했다면 더 많은 실점을 하며 조기에 강판되었을 것입니다. 4회말 1사 후 이현곤에게 초구에 높은 실투로 동점 홈런을 허용한 것도 경기 초반 볼넷을 내주며 투구수가 증가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제구가 흔들려 안타보다 볼넷으로 인해 투구수가 불어나며 무너지는 패턴은 김광삼의 고질적인 약점인데 최근 등판 기록을 살펴보면 경기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선발보다는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 부담 없이 등판하는 롱 릴리프일 때 더 내용이 좋습니다. 프로 13년차의 고참이며 투수조 조장이라 선발 로테이션을 부여받고 있지만 내년 시즌에는 김광삼에게 선발의 한 축을 맡기는 것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고해야 할 듯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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