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가 임직원과 출연자들의 공적 발언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28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는 직원들의 SNS 사용에 중점을 맞춰 국내외 언론사의 내규·가이드라인과 관련된 보고가 진행됐다.

이날 KBS 경영진은 내부 규정과 해외 언론사 규정을 검토한 결과, 기자들의 SNS 활동이나 외부 발언에 제약이 생기면 언론자유의 위축과 추후 독소조항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들 사이에서는 KBS 경영진 우려에 동의를 나타내거나 구성원 내부에서 규정을 마련하도록 논의를 유도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양승동 사장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스는 현재 국내 언론사와 해외 언론사의 SNS 관련 규정에 대해 살펴봤다.

(사진=게티이미지)

국내 언론사, '영향력 고려하라' 권고 가이드라인

대부분의 언론사는 기자 및 제작진의 SNS 활동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도 공적 책무와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며 언론사의 신뢰와 평판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KBS 또한 소셜미디어 이용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4월 내부 연속 기획물을 통해 직원들이 외부 채널에 출연하거나 콘텐츠를 올릴 때 지켜야 할 품위유지 의무 등을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KBS는 직원들에게 개인적 용도로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동시에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의 책무와 영향력을 고려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특히, 개인 SNS 이용 시에는 사내 규정, 취업 규칙, 윤리 규정 등의 제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주요 선거기간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낙선을 목적으로 직간접적인 자료를 SNS에 올리거나 게시, 전달, 공유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복무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SBS는 지난 5월 사내 게시판에 공지를 올리고 ‘SBS 직원 외부 활동 내규’를 고지했다. 외부 활동에는 온/오프라인 상 직원의 개인 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업무상 기밀을 누출하거나 SBS 브랜드 이미지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표현을 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페이스북, SNS, 유튜브 등의 활동은 사전 승인 없이 할 수 있다.

MBC와 연합뉴스는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정치적 견해 표현 유의 ▲비방이나 명예훼손 금지 ▲회사 보안 유지 등을 권고하고 있다. MBC의 경우,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있으며 개인의 의견이 회사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금지 조항 규정’ 해외 언론사 "편파적인 의견 표명, 신뢰도 떨어질 수 있어"

해외 언론사는 ‘권고’가 아닌 구체적인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BBC와 뉴욕타임즈는 기자들의 SNS 활동으로 소속 언론사가 공정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 것을 우려해 사례별로 강제 조항을 두고 있다.

BBC는 소셜미디어지침(2019)과 보도국 직원을 위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2015)을 운영 중이다. BBC의 공식 SNS와 개인 직원의 SNS의 모든 활동은 편집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SNS에 올리는 어떤 것도 BBC의 진정성이나 불편 부당성을 해치지 말아야 하며 동료를 공격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대중을 공격적으로 대하는 것도 금지됐다.

특히 SNS 상에서 ▲지지하는 정당을 드러내거나 ▲현재 논쟁 중인 정치 이슈에 대해 찬반 의견을 표시하거나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특정 편을 들거나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정책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거나 ▲소속 부서의 사전 승인 없이 BBC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쓰는 행위를 모두 금지했다.

뉴욕타임즈는 소셜미디어가이드라인(2017)을 운영 중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저널리즘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분석한 뒤, 보도국 직원들이 뉴욕타임즈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어떤 게시물도 SNS에 올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BBC와 내용이 유사하며 기자들이 개인 SNS계정으로 ‘리트윗’이나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 당파적 성향을 지닐 수 있는 SNS ‘비밀’그룹에 가입하는 것까지 금지된다.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경우 성과평가에 반영시켜 강제하고 있다.

2017년 10월 13일 뉴욕타임즈가 올린 자사 가이드라인 제정 관련 기사

뉴욕타임즈는 2017년 10월 13일 보도한 자사 가이드라인 제정 관련 기사 (▶링크 )에서 “우리는 기자가 편견적이라고 인식되거나 SNS의 사견표명 행위에 참여하면 전체 뉴스룸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뉴스룸 직원이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타임즈의 명성을 훼손하는 어떤 것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항상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 가이드라인 제정에 일조한 피터 베커 기자는 “트럼프에 대한 기자와 편집자들의 트윗은, 트럼프를 담당하지 않는 사람이 게시한 경우에도 기관으로서 뉴욕타임즈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 기자들은 SNS상에서 네티즌들에 대한 불평이 금지돼 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SNS를 통해 기자들이 위협을 당할 경우, 차단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루크마니 칼라마치 기자는 “여성기자들에게 저속한 말을 쓰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차단하고, 대화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 가이드라인에는 SNS 활동과 관련해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참고할 만한 5가지 질문이 첨부돼 있다. ▲뉴욕타임즈 플랫폼에 공식적으로 올라간 기사와 비슷한 시각을 표현했는가? ▲특정 이슈에 대해 편향됐다는 인식을 독자가 갖게 될까? ▲당신 게시물을 본 독자가 당신이 뉴욕타임즈 기자라는 걸 알았을 때 뉴욕타임즈의 공정보도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뀔까? ▲당신의 게시물이 뉴욕타임즈 직원들의 일을 방해하지 않을까? ▲누군가 당신의 SNS 피드를 볼 경우 (공유한 링크 포함) 당신이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시각으로 뉴스를 보도할 것이라는 데 의구심을 갖게 될까? 등이다.

"KBS도 공적 발언 관련 규정 논의할 때"

KBS 이사회에 '직원 공적 발언 규정'안을 발의했던 강형철 이사는 KBS 직원들의 외부활동이 활발해진 지금, 이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 이사는 앞선 이사회에서 “SNS 등 개인적 공간뿐 아니라 KBS 내에서도 기자가 기사를 쓸 때, 앵커가 브리핑을 할 때 주관적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어느 한도 내에서 해야 하는지 등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어떻게 처리하는게 맞는지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 이사는 2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있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부족하다. SNS 구독자들은 개인과 회사를 구분하지 않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상황별로 그에 맞는 규정을 논의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타임즈나 BBC의 언론자유가 결코 한국보다 낮지 않다. 우리는 규정을 만드는 데 있어 언론자유 침해를 우려하지만 뉴스의 공정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지침을 세우는 BBC가 KBS보다 뉴스 신뢰도가 훨씬 높다. KBS는 미디어 신뢰도 조사 결과 20% 선이었지만 BBC는 50~60% 선이다. 우리도 이러한 부분에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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