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경기 32타수 1안타 타율 0.031 16삼진. 지난 5월 오른손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어 뼛조각 제거 수술과 재활을 거쳐 3개월 만에 돌아온 오지환의 최근 성적표입니다. 한마디로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지환의 가장 큰 문제는 최근 32타수의 정확히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숫자의 삼진입니다. 두 타석에 한 번 꼴로 삼진을 당했다는 것은 상대 투수의 공에 정타는커녕 아예 방망이에 맞히지도 못 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시즌부터 오지환의 약점은 두드러졌습니다. 바로 직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약점입니다. 신인급 타자라면 직구에 강하고 변화구에 약한 것이 일반적인데 오지환은 특유의 어퍼 스윙 때문인지 변화구에 강하고 직구에 약했습니다.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프로의 생리인 만큼 상대 투수들은 오지환을 상대로 변화구를 아예 주지 않고 직구만으로 승부하고 있지만 약점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 9월 15일 잠실 SK전에서 2연타석 삼진으로 물러나는 오지환. 오지환은 이후 교체되었습니다.
9월 16일 잠실 SK전에서 LG가 5:4로 뒤진 9회말 1사 3루의 동점 기회에서 오지환은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볼 카운트 2-2에서 엄정욱의 바깥쪽으로 빠지는 직구를 골라내지 못하고 헛스윙한 것입니다. 직구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선구안마저 심하게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오지환을 전후해 조인성과 이택근도 내야 땅볼로 물러나 3루 주자 이대형을 불러들이지 못해 동점 기회를 날린 LG는 결국 SK에 패했습니다.

직구를 공략하지 못하는 오지환의 약점이 사실상의 2년차 징크스인지, 아니면 어려운 팀 사정 상 아직 재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1군에 복귀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재활은 완료되었으나 손 수술로 인해 타자로서는 예민하기 이를 데 없는 타격감을 상실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종료 후 박경수가 군에 입대하기 때문에 내년 시즌 LG의 유격수 자리는 오지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구를 공략하지 못하는 약점은 반드시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타격에 대한 약점 못지않게 실책을 종종 범하는 수비 역시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까지 공수 모두에서 오지환을 위협할 만한 유격수 대체 자원은 윤진호, 정병곤 등을 꼽아도 딱히 보이지 않으며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 수비의 핵이자 센터 라인의 일원인 유격수를 타 팀으로부터 영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된 현 시점에서 남은 경기는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내년을 위한 리빌딩에 치중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오지환의 지속적인 기용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좌타자 오지환은 상대 좌투수가 선발 등판할 경우 라인업에서 제외되거나 선발 출장하더라도 좌투수가 구원 등판하면 우타자 대타로 교체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오지환이 좌투수를 상대한 것은 14타수로 우투수를 상대한 87타수에 비해 크게 적습니다. 하지만 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의 가능성이 높은 오지환인 만큼 남은 경기에서는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상대 투수와 무관하게 기용하여 어떻게든 약점인 직구 공략에 대해 선수가 스스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16경기에서 오지환이 터뜨린 유일한 안타가 9월 16일 잠실 SK전에서 고든을 상대로 5회말 145km/h의 높은 직구를 받아쳐 기록한 우전 안타입니다. 이 안타가 오지환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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