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겨레가 '10만 후원, 100% 디지털, 500만 PV'를 내건 ‘2020 디지털 전환 제안서’를 내부에 공개했다. 편집국의 100% 디지털 전환, 기획회의 우선순위 전환 등 디지털 콘텐츠 중심의 혁신적인 제안이 담겼다.

한겨레 국민후원미디어추진단 산하 콘텐츠TF는 지난 19일 구성원들에게 ‘투르드 한겨레-2020 디지털 전환 제안서’를 공유했다. 디지털 전환의 전기 마련을 목표로 세운 ‘10X100+500’ 제목의 160 쪽짜리 제안서다.

TF는 기자들에게 탈텍스트, 1기사 3링크 의무화를 제안했다. 조직에는 정치부·이슈팀의 100% 디지털 전환, 디지털·종이신문 2국 체제, 종이신문 판형 변형 실험을 제안했다.

지난 몇 년간 종이신문 열독률 하락에 따라 한겨레 종이신문 상황이 어려워졌다. 2012년 2.3%였던 한겨레신문 열독률은 2019년 0.7%로 주저앉았다. 그나마 결합 열독률(종이신문+모바일+PC)이 일부 만회해주는 상황이다.

디지털부 분석에 따르면, <한겨레> 홈페이지·모바일을 방문한 뒤 한 페이지만 보고 떠나는 비율이 지난해 1분기 55%에서 1년 만에 70%로 급증했다. 페이지뷰는 하루 100만 벽이 허물어지며 9월 26일~27일에는 50만 벽이 처음으로 깨졌다.

한겨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 전략과 <가디언>의 흑자 전환 이유를 분석하고, 구성원 175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모았다. 구성원들의 의견은 ‘100% 디지털 전환을 위한 경영진·국장단의 강력한 실행 의지가 필요하다’로 모아졌다. 제안서에는 ▲탈텍스트 ▲링크달기 ▲편집회의 우선순위 변경 ▲이슈팀 100% 디지털 전환 ▲정치부 디지털 전환 ▲편집국 100% 디지털 전환 안이 담겼다.

뉴욕타임즈의 ‘노벨평화상’ 관련 모바일 기사에는 하이퍼링크 3개가 물려있다. 기사 중간에는 링크 박스를 만들어 2020년 노벨상 수상자 기사 6개를 걸고, 기사 바로 아래에는 2019년에는 누가 노벨평화상을 탔는지 짧은 기사로 정리돼있다. 그 아래에 앞서 링크를 걸었던 다른 분야 노벨상 수상자 기사 5개에 다시 걸려있다. 스마트폰에서 노벨평화상 기사 하나를 열면 추가로 10개 이상의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자료제공=한겨레 제안서)

기자들에게는 최우선 실천 과제로 ‘모든 기사에 관련기사 링크 의무화’가 제시됐다. 한겨레는 “오늘부터 당장 자신이 쓴 기사, 팀원이 쓴 기사, 부원이 쓴 기사를 온라인 배포 전 최소 3개 이상 관련 기사 링크 또는 하이퍼링크를 달아달라”고 했다. 독자에게 기사의 맥락과 흐름을 제시해 한겨레 홈페이지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안이다. TF는 “링크 다는 습관은 평소 무심코 기사에 쓰던 전문용어, 맥락이 소거된 문장, 헐거운 정보를 기자 스스로 돌아보고 규정하게 만드는 콘텐츠 자가개선 요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조직차원에서는 편집회의 방식을 디지털 독자에게 맞춰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자들의 주 기사 검색 시간은 출근, 점심, 퇴근 시간이지만 한겨레의 기사 출고 시간은 이와 다르다. TF는 "타사에 견줘 페이지뷰가 2~3배가 떨어지는데도 종이신문 독자만 바라보고 만드는 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하루에 3개(오전/점심/오후) 대표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편집회의에서 디지털 콘텐츠 기사를 가장 먼저 보고·논의하자고 했다.

또한 이슈팀, 정치부, 편집국 순으로 100%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슈팀 내에 부서 배치는 디지털 독자 수요에 맞춰 기후변화팀·콘텐츠기획팀 강화, 젠더팀·밀레니얼팀 신설, 미래 독자 대상의 스트레드팀·디지털 기획을 담당하는 테크팀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겨레 뉴스레터와 팟캐스트 운영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치부의 경우 인력을 충원해 100% 디지털 전환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콘텐츠를 위해 현재 1부장+1정치팀장 체제를 1부장+2정치팀장 체제로 바꿔, 인력을 늘려 지면 중심이 아닌 디지털 중심의 기사를 작성하는 방안이다. 디지털 전환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해 2021년 안에 편집국 전체를 100% 디지털로 전환, 한겨레 통합뉴스룸 명칭은 콘텐츠 1국, 종이신문 제작국은 콘텐츠 2국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안서 90%가 디지털 전환에 방점이 찍혔지만 종이신문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한겨레는 “100% 디지털 전환이 한겨레의 물적 기반인 종이신문의 기반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며 병립 방안으로 종이신문 판형 변경, 토요판 개편, 초대형 인포그래픽 아웃소싱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2021년 상반기를 목표로 토요판 판형을 타블로이드로 바꾸고, 독자 반응을 살핀 뒤 평일판 타블로이드 발행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겨레와 타블로이드 판형 비교 사진 (자료제공=한겨레 제안서)

TF는 “1면을 어떻게 만들지로 하루를 시작해 1면 제목을 고치는 것으로 하루를 마친다. 여전히 종이신문이 주력인 한겨레에서는 중요한 일이자 우리가 가장 잘 하는 일”이라며 “2020년 10월이면 모바일 전환을 선언한 '한겨레 혁신 3.0보고서'가 나온 지 6년이 된다. 이제는 큰 혁신을 이룰 때”라며 구성원들에게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