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진경] '시네필들을 위한 영화'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마틴 에덴>이 이동진, 정성일 평론가와 함께한 스페셜 릴레이 GV를 각각 성황리에 마쳤다.

<마틴 에덴> GV의 첫 문은 24일(토) CGV영등포 스타리움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먼저 열었다. “사랑이야말로 철저히 계급의 장력에 지배된다는 사실을 고전적인 기품 속에 아프게 담아낸다”는 한 줄 평을 내놓은 이동진 평론가는 “<마틴 에덴>은 굉장히 좋은 로맨스 영화이지만, 그것만은 아닌 영화이다. 사랑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담겨있는 작품이다”라며 GV의 포문을 열었다.

영화 <마틴 에덴> 스페셜 릴레이 GV 현장

이동진 평론가는 마틴 에덴을 연기한 배우 루카 마리넬리 소개하고,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이력을 전하며 그의 연출적인 특징을 살폈다. 또한 <마틴 에덴>의 원작자인 소설가 잭 런던을 소개하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야성의 부름], [늑대 개] 등 초기 작품은 자연주의를 표방했으나 후기작 [강철 군화]가 영화 <마텐 에덴>의 세계관에 더 가까이 닿아 있음을 짚었다.

<마틴 에덴>의 특징으로 20세기 중반(초기 포함)에서 후반(70년대)을 아우르며 다루고 있는 주제의식의 보편성에 방점을 두고 그것이 현재까지도 흥미로울 수 있음을 전했다. 이어 “선이 굵고 아름답고 세심한 고전적인 영화”라고 언급하며, 이탈리아 황금기의 영화들, 베르톨루치의 <순응자>, 하층민 계급들을 묘사한 비토리아 데 시카의 네오 리얼리즘 영화, 부르주아에 관한 비스콘티 후기 영화, 나아가 파졸리니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마틴 에덴>은 작심하고 이탈리아 황금기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동진 평론가는 다큐멘터리와의 접점을 보여주며 아카이브 푸티지의 사용이 일반적인 설정샷 형태의 인용 방식 외에도, 정서적인 연결에 중점을 두는 연출로 효과적이고 황홀하게 쓰인다며 극찬했다.

영화 <마틴 에덴> 스틸 이미지

또한 장르면에서 로맨스, 고전적 성장영화 등의 범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특히 로맨스 장르적인 측면에서는 <마틴 에덴>이 건드리는 흥미로운 지점은 ‘계급’이라고 지적했다. <마틴 에덴>은 “사랑 이야기에는 원래 계급이 결정적으로 끼어들 수밖에 없고, 연인 사이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계급 문제를 치열하게 거론하는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주제적인 측면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엘레나와 마틴 에덴이 서로 한눈에 반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마틴 에덴>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갖고 있는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선망과 좌절, 환멸을 그린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계급 문제의 핵심을 ‘경제’가 아닌 ‘문화’로 다룬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틴 에덴>에서의 지적 통찰을 주목했다. 나아가 감독으로서 성공하고 계급적인 자신의 위치 변화를 느꼈을 수 있는 예술가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 역시 <마틴 에덴>의 원작 소설가 잭 런던과 주인공 마틴 에덴 사이의 연결점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영화 <마틴 에덴>은 ‘낙원’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 ‘마틴 에덴’이 이상주의적이고 모순에 가득 찬 생각을 품고 세상에 맞서지만 결국은 실패하는 이야기라고 말하며 1시간가량의 GV를 마무리했다.

25일(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정성일 평론가 GV는 영화 <마틴 에덴>을 이해하기 위한 작품 안팎의 배경지식과 다채로운 알레고리를 발굴하는 2시간의 여정이었다. 정성일 평론가는 <마틴 에덴>을 보면서 굉장하다고 느낀 건 “이 영화가 잭 런던의 [마틴 에덴]을 각색하여 영화를 찍었다기보다는 때로는 비판적 독후감의 방식으로 영화를 찍을 수도 있구나”라는 점이라고 운을 떼며 영화 속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

영화 <마틴 에덴> 스페셜 릴레이 GV 현장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전작 다큐멘터리가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된 것을 언급하며, 마르첼로 감독의 일관된 관심이 ‘이탈리아 프롤레타리아’라고 소개했다. <마틴 에덴>은 프롤레타리아 나아가 농민, 도시(나폴리), 예술까지 감독의 관심 4가지의 총체임을 밝히며, 이 4가지가 20세기 이탈리아에서 한 사람을 어떻게 통과해 가고, 그 과정에서 한 인간을 어떻게 각성시키고, 성숙시키고, 도약시키는지 더불어 어떻게 파괴시키는지를 탐색한 영화라고 심층 분석했다.

또한 <마틴 에덴>을 공동 각색한 마우리찌오 브라우치의 “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 속에 마틴 에덴을 품고 있다”라는 말과 “우리는 ‘마틴 에덴’이 햄릿이자 파우스트라고 생각했어요”라는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말을 언급하며, <마틴 에덴>이 결국 ‘결정하지 못하는 인간’ 햄릿과 ‘자기 영혼을 판 인간’ 파우스트처럼, 성공에 자기 영혼을 판 ‘마틴 에덴’의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마틴 에덴>의 시대의 선후가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아카이브 푸티지의 의도적 배치를 통해, 오히려 시대적 배경을 종잡을 수 없게 한 것은 “20세기를 통과하는 이탈리아 전체가 떠오르길 바랐어요”라는 마르첼로 감독과 공동 각색 마우리찌오 브라우치의 인터뷰를 전하며 <마틴 에덴>의 영화적 목표가 마틴 에덴이라는 노동자 계급 인물의 흥망성쇠를 통해 20세기 이탈리아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영화 <마틴 에덴> 스틸 이미지

더불어 오프닝 시퀀스의 보이스오버 “세상의 힘은 나보다 강하다. 그 힘에 맞서 내가 가진 거라고는 나 자신뿐이다. 제압당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하나의 힘이다. 내게 글의 힘이 있는 한 내 힘은 무시무시하다. 세상의 힘에 맞설 수 있다”를 통해 <마틴 에덴>이 ‘한 남자가 사람이 되려는 힘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힘이 얼마나 부서지기 쉽고 그 힘이 어떻게 그 사람을 파괴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하여 <마틴 에덴>은 결국 “한 예술적 영혼이 부서져가는 이야기”임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성일 평론가는 <마틴 에덴>이 “형식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영화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어느 지점에서 공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을 향후 20년간 주축이 될 차세대 감독 20명 중 한 명으로 뽑은 것을 두고 “봉준호 감독이 뽑은 차세대 감독 20명은 ‘나랑 영화적인 피를 나눈 사람들’의 의미”로 선택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며, 이것은 “영화감독이 뽑을 수 있는 멋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틴 에덴>은 여러분들이 반복해서 볼만한, 혹은 누군가를 멱살 끌고 극장까지 데려올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며 극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개봉 전 이동진 평론가와 정성일 평론가의 심도 깊은 해석으로 시네필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는 영화 <마틴 에덴>은 오는 29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