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남기고 간 자리들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직 메우지 못한 그 자리가 과연 어떻게 될지,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될지 말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부분은 철저히 주관적인 생각에 바탕을 둔 글이며 방송국 제작진의 결정 여부와 무관한 내용입니다.

강호동의 프로그램들 어떻게 될까?

1) 무릎팍도사

아마 강호동의 프로그램 중 가장 폐지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서세원쇼에 서세원이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으십니까? 쟈니윤쇼에 쟈니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오프라 윈프라가 없는 것이 상상이 가십니까?

<무릎팍도사>는 말이 좋아 <무릎팍도샤>이지 사실은 "강호동 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인 MC로서 게스트를 위해 데굴데굴 구르고 소리를 지르는 등 미친 리액션을 보여주면서, 예능에 처음 등장하는, TV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무릎팍도사>에 나오면 빛을 보게 하는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리액션을 하며 게스트 마음을 편하게 해줌과 동시에 게스트에게서 끌어낼 만한 것을 다 끌어내는 굴착기 역할을 해줄 MC가 현재 얼마나 될까요? <무릎팍도사>는 정말 강호동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강호동"쇼입니다. 누가 들어간다 하더라도 강호동만한 느낌은 못 낼 것입니다. 가장 "강호동 쇼"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었거든요.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강호동의 색깔이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프로그램이기에 가장 폐지가 높은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2) 1박 2일

물론 강호동의 미친 존재감이 드러났던 프로그램이며, 사실상 그에게 "국민MC" 타이틀이 붙게 한 프로그램이지만 당분간 폐지는 없습니다. 나 PD가 이미 "조기 폐지는 없다"라고 못박아 놨지요.

강호동의 카리스마가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원년멤버에 가까운 은지원-이수근-이승기가 뭉쳐 있고, 김종민도 어느 정도 적응했으니 엄태웅과 함께 끝까지 팀워크를 보여주며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호동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그래도 "팀워크"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1박 2일>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가장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강호동의 기대주이자 에이스 이승기가 여전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확실히 덜 걱정이 됩니다.


3) 강심장

이 프로그램 역시 강호동의 진행방식이 진하게 묻어나는 프로그램들 중 하나입니다. 강호동의 굴착기 깨내기와 주특기인 러브라인 이어주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지요.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강호동의 비중이 타 프로그램들에 비해서 가장 적은 프로그램입니다.

일단 게스트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그램이고, 이승기의 실력이 여기서 일취월장했으며, 고정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잘 지키면서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게 <강심장>이지요. 이승기가 잔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강심장>의 운명은 결정될 것 같습니다.

이승기가 잔류한다면
1) 이승기가 성공하면 "이심장"이 되면서 순화됨과 동시에 아마도 함께할 조력자 붐이 강력한 차세대 MC로 떠오르겠지요.
2)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몇 개월 유지되다가 폐지되겠구요. 워낙 강호동의 영향이 컸던 탓에 이승기에게 돌아가는 비난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승기가 하차한다면 거의 폐지라고 볼 수 있겠지요. 강호동에 이승기마저 없다면 강심장을 상징했던 모든 게 떠나는 것이니까요


4) 스타킹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지만 많은 어른들이 시청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스타킹>입니다. 어른들이 강호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씨름선수여서, 잘 알려져서가 아닙니다.

일단 강호동은 리액션이 굉장히 큽니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강호동이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별 다른 게 아님에도 그의 큰 리액션을 재미있게 보는 경우가 많지요. 또한 일반인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으로, 강호동은 예전 캠퍼스 MC본 경험과 <1박 2일>에서의 일반인과의 교류 경험을 살려 방송이 어색할 수도 있는 일반인에게서 가장 큰 반응을 끌어냅니다.

스타킹도 여러 MC가 후보로 물망에 오르지만 여전히 강호동의 존재감이 너무 큽니다. 아마 스타킹도 폐지로 기울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 강호동의 자리를 메우지 못할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너무 "강호동화"되어 있습니다. <강심장>을 제외하고는 프로그램 자체가 장수 프로그램들이다 보니 이제는 "강호동이 아니면 안 돼"하는 인상이 너무 강합니다.

또한 강호동이 진행을 맞다보니 강호동이 아니면 안 되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렸습니다. 강호동의 프로그램은 단순한 진행 능력 이상을 요구합니다. <스타킹> <무릎팍도사> 같은 프로그램에는 연예인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요구하는 동시에, <1박 2일>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강호동의 "카리스마"가 요구되고, 또한 미친 듯한 리액션이 요구됩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MC들이 얼마나 될까요?

두 번째로는 강호동의 자리 자체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정치를 정말 잘하던 왕의 뒤를 잇는 다음 왕은 웬만큼 잘하지 않으면 비판을 받습니다. 하지만 정치를 못하던 왕의 뒤를 잇는 사람은 예전 왕보다 잘하기만 하면 칭찬을 받지요. 지금 강호동이 남기고 간 그 자리가 그와 비슷합니다. 그나마 간신히 두 자리를 유지하는 <강심장>은 나은 편이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은 20% 이상이 나오는 동시간대 최고 프로그램입니다.

웬만큼 잘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도 욕먹을 것이 분명할뿐더러, 강호동이 아니기 때문에 시청률은 떨어지고 그것이 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호동보다 못한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가라도 도전하기 힘든 위치이지요.

이것이 강호동의 빈자리가 쉽게 메워지지 않는 이유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최상의 해결책은 강호동의 컴백이지만, 강호동의 성격이나 행보 등을 보면 컴백을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인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PD들은 강호동이 아무리 빨라도 내년 이 시점까지 컴백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1) 외부 MC 섭외 대신 기존 패널들 내지 MC들을 유지하면서 이어나간다 (<강심장> 과 <1박 2일>)
2) 아니면 폐지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

어쨌든 이런 상황을 보니 강호동이 남기고 간 공백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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