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손흥민이 또 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골이 없었다면 토트넘의 승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번리는 상당히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토트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손흥민을 막지 못하며 홈에서 0-1로 토트넘에 패했다.

지난 시즌 번리는 손흥민에게 환상적인 골을 내준 팀이기도 하다. 올해의 골에 기록되기도 했던, 손흥민이 70m가 훌쩍 넘는 긴 거리를 독주하며 번리 선수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트리고 골을 넣는 장면은 지금 봐도 명장면이다.

손흥민의 번리전 원더골을 재조명한 토트넘 트위터 [토트넘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늘 경기에서도 번리 수비수들은 손흥민의 폭발적인 스프린트에 고전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수비하기 힘드니 등을 손으로 툭 치는 장면까지 나왔다.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반칙이 아닌 아무리 수비를 하려 해도 안 되니 하는 행동 정도로 다가왔다.

손흥민과 케인, 그리고 모우라가 나선 토트넘은 전반 힘들게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번리가 수비를 강화하며 역습에 치중하는 전략을 사용했기에 그 바늘구멍 같은 수비진을 뚫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때때로 손흥민을 위해 세 명의 수비수들이 포위하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가 높았다.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이 좁은 빽빽한 번리의 수비를 쉽게 무너트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번리의 선수비 후공격 전략은 토트넘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전반 10분 토트넘 수비수인 알더베이럴트가 번리 번스와 공중볼 다툼을 하다 눈 부위를 다쳐 붕대까지 하고 나와야 했다.

전반 20분에는 번리의 애슐리 반스가 골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번리로서는 아쉬운 상황이었다. 전반은 번리가 경기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반 토트넘에서 돋보였던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코너킥은 날카로웠고, 전반 22분에는 번리 골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드리블을 하다 반칙을 얻어내기도 했다. 프리킥을 데이비스가 하며 기회를 날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손흥민은 날카로웠다. 손흥민의 압박이 가해지면 질수록 번리 수비수들의 압박 역시 강해지는 형국이었다.

'오늘도 카메라 찰칵'…골세리머니 펼치는 손흥민 [EPA=연합뉴스]

후반 토트넘은 모우라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번리의 수비를 무너트리기가 쉽지 않았다. 좀처럼 기회가 나지 않던 상황에서 두 팀의 0의 균형을 무너트린 것은 손흥민이었다. 후반 31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나온 골이었다.

번리 수비진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었고, 골키퍼와 두 명의 수비수들까지 골라인을 지키고 있었다. 말 그대로 철벽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골이 나왔다. 케인의 헤더가 골대를 향했다. 만약 그대로 놔뒀다면 쉽게 잡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케인의 헤더를 골대에서 가장 가깝게 있었던 손흥민이 방향을 바꿔 수비수들이 함부로 걷어내지 못하도록 높은 헤더로 골로 연결했다. 영민한 플레이가 아닐 수 없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손흥민이 이제는 헤더 골까지 넣었다.

이 골이 양 팀에서 나온 유일한 골이었다. 케인이 의도한 패스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그렇게 합작한 그들이 이제는 '프리미어 역대 합작골'에서 공동 2위에 오르게 되었다. 티에리 앙리와 로베르 피레, 다비드 실바와 세르히오 아궤로가 만들어낸 29골 기록에 손흥민과 케인도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고 합작골을 기록하고 있는 전설의 두 선수인 프랭크 램퍼드와 디디에 드로그바의 36골에 7골 차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손흥민과 케인이 올 시즌을 끝내고 팀을 옮기지 않는다면 이 기록 역시 깰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모습은 반갑게 다가온다.

골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올 시즌 케인의 변화는 극적이다. 골 욕심을 내서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선수였다. 자신에게 연결하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화까지 내던 선수였다. 당연히 도움 기록은 골 기록과 너무 큰 차이를 보이며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케인이 스스로 2선으로 내려서며 수비수 뒤로 보내는 패스를 자주 선보이며 손흥민의 공격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수비수들을 붕괴시키는 손흥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케인을 2선으로 내려 도움을 주는 방식은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으로서는 최고다.

케인을 막기 위해 수비수들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케인 못지않은 골 결정력을 가진 손흥민이 최전방을 휘젓는 상황은 올 시즌 토트넘의 전략이다. 그리고 상대 팀들은 이런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골을 내주고 있다.

도움만이 아니라 케인은 후반 29분 타코우스키의 헤더 골을 막아내기까지 했다. 요리스의 손을 벗어나 골로 연결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케인이 머리로 걷어내며 실점을 막았다는 점은 결정적이었다. 손흥민과 케인이라는 치명적인 선수가 있는 토트넘은 수비만 안정화되면 분명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헤딩 결승 골을 터트리고 환호하는 손흥민 [EPA=연합뉴스]

손흥민은 리그에서 8호골을 넣으며 득점 1위에 올라섰다. 득점 경쟁을 벌이던 르윈이 침묵하는 사이 손흥민이 단독 1위로 치고 올라서기 시작했다. 리그에서만 8골 2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유로파리그까지 포함해 10골 4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이미 10골을 기록한 손흥민이다. 5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넣은 손흥민은 대체 불가 선수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토트넘이 거액을 들여 재계약을 하려는 이유 역시 당연하다. 더 큰 팀에서 손흥민을 노린다고 해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전략도 깔려있다.

손흥민의 현재 모습은 단순히 영국 리그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 리그를 봐도 최고다. 이는 기록이 증명하고 있다. 레반도프스키가 10골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지만, 리그 수준을 봤을 때 손흥민이 더욱 값진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 평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팀에게 값진 승리와 함께 손흥민은 스스로 얼마나 값진 선수인지 증명해냈다. 빠른 발과 정확한 슈팅, 이타적인 모습과 함께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 선수를 놓칠 바보는 없다. 새로 온 선수들이 쉽게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을 하는 손흥민은 독보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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