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파문과 우연히 겹친 붐의 제대는 아주 놀라운 현상을 만들고 있다. 붐 입장에서는 갑자기 제대하고 나니 스타가 된 기분이 들 상황이다. 강심장의 다소 과한 컴백쇼에 이어서 때마침 추석까지 겹쳐서 붐은 여기저기 얼굴 내밀기에 경황이 없다. 과잉반응이라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붐이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보여주고 있는 것들은 아직은 신선하다. 연예사병 출신이 붐 하나인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준비를 많이 한 흔적은 충분히 보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붐이 군입대 전에 톱스타였나?’라는 의문은 가시지 않고 붐의 실수를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준비를 단단히 했다 하더라도 2년의 공백은 어디서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 중에 붐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군입대 전 미수다 준코와의 열애설 후 스스로 유행어를 만든 ‘경솔했습니다’라는 말을 하게 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자연인 이민호의 나이도 두 살 더 먹어 성숙해야 하겠지만 붐이 원하든 원치 않든 현재 연예계가 그에게 거는 기대치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생에 두 번 올 기회도 아니다. 기회라는 신은 앞머리는 길지만 뒤는 민머리라서 돌아서고 나면 잡을 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붐은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붐 스스로도 너무도 뼈저리게 각오하는 바일 것이다.

문제는 지금 각종 예능 PD가 간보는 식으로 던지는 미끼를 너무 덥석 물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강호동의 부재로 새로운 예능스타가 절실한 예능 PD들에게 붐은 아직 가능성과 기대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리 강호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붐에게 포스트 강호동의 가치를 기대하는 것 역시 아니다. 그렇지만 PD들이 직접 면회를 올 정도로 현재 예능계는 새로운 스타의 출현에 목말라 있기에 일단 기회는 주어졌다.

붐의 고정된 이미지는 싼티다. 그러나 싼 이미지로 예능에서 살아남은 연예인이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싼티로는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붐에 대한 기억이 일단 싼티이기 때문에 돌아온 붐에게 다시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군생활 후 급격히 주가가 떨어진 김종민, 천명훈의 예를 두려워하는 붐으로서는 뭐든 요구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은 보릿고개를 견디지 못하고 종자를 삶아먹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붐이 마침내 라디오스타까지 찾았다. 그것도 또한 절묘하게 김희철의 고별방송이었다. 여기저기 바삐 불려 다니고는 있지만 막상 고정 프로그램이 잡히지 않는 붐으로서는 내심 노리고 또 노리는 자리가 분명할 것이다. 강호동의 은퇴선언으로 황금어장의 존폐가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고정팬이 만만치 않은 라디오스타의 또 다른 생존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에 김희철의 의자에 계속 앉을 수만 있다면 붐으로서도 일단 안심하고 제대 후 연예계 생활을 차분하게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붐의 속내 때문인지 아니면 군입대 전에도 항상 열심히 하는 본래의 모습대로 한 것인지 붐은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였다. 그러나 예전의 붐의 모습이긴 했지만 돌아온 붐이 해서는 안 될 무리수를 두자 곧바로 윤종신, 김구라가 따끔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돌려 말하지 않는 김구라의 말이 붐에게는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약이 될 말도 없었다. 당장 급하다고 막 던지다가는 과거의 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니 천천히 하란 말은 지금 예능PD들의 러브콜에 어쩌면 최고의 버블상태일 붐에게 정말 중요한 충고였다.

예능은 없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종편까지 가세하게 될 예능전쟁에 급한 것은 PD들이지 예능인이 아니다. 늘어난 프로그램에 비해 예능 스타는 너무 한정된 상황에서 확실한 예능 블루칩으로 기대 받고 있는 붐이 스스로 서둘러 대세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김구라의 독설이 이번만큼은 확실히 최고의 보약이었다.

게다가 붐에게는 한동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군대 에피소드와 개인기가 풍부했다. 특히 라디오 스타에서 보여준 박효신 애국가 따라잡기는 빵 터진 출중한 개인기였다. 역시 붐은 예능의 재능이 많았고, 그것을 잘 살릴 줄 아는 센스 또한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다만 김구라의 충고대로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천천히 우공이산의 지혜를 발휘하면 꼭 성공할 것이다. 어쨌든 강호동 파문으로 뒤숭숭한 예능계에 붐의 귀환은 새삼 반갑고 즐거운 소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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