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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포비아‘ 조장하는 언론보도 이어져코로나 초기 '중계식' 보도행태 되풀이 '불안-공포 세일즈'…"공포에 멈춰서 불안에 떨게 해"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10.23 13:33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2일 오후 9시 기준으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은 28명이다. 인천 사는 17세 남성이 숨진 이후 일주일 만이다. 보건당국은 백신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을 일축하며 예방접종을 계속 추진하자는 입장이지만 언론은 시민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보도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은 5개 회사가 제조한 것이고 모두 로트번호가 달라서 한 회사나 제조번호가 일관되게 이상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았다”며 “제품이나 제품 독성 문제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도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인천 지역 17세 남성이 무료 독감백신 접종 후 이틀 뒤 사망했다는 연합뉴스 보도가 나온 뒤 3일 동안 무려 4천 건의 관련 기사가 나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독감백신 사망’을 검색하자, 연합뉴스 속보 “독감백신 접종 뒤 10대 사망 사례보고…사망 원인 조사 중”과 같은 제목의 기사 200여개가 나왔다.  

20일 정 청장이 예방접종과 사망 사고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발표했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매체는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담았다. 아시아경제의 <“독감 백신, 무서워서 어떻게 맞아요” 고교 사망 소식에…시민들 불안>, 조선비즈 <고교생 사망에 코로나만큼 커지는 독감백신 공포>, 연합뉴스 <‘독감백신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불안감 증폭>, 문화일보 <독감백신 공포 확산…시민들 “불안하지만 맞을 수밖에”>, 헤럴드경제 <“백신 맞아도 되나”…커져가는 ‘백신 포비아’>, 국민일보 <독감 주사 후 잇단 돌연사…“접종포기” 맘카페 아우성>, MBN <독감백신 접종 10대 사망에…“안전한가요” 시민 불안 고조> 등이다.

독감 백신 관련 보도 제목들

20일 오후 추가 사망자 소식이 전해졌다. 더팩트의 <[단독] 고창서 70대 여성 독감 백신 접종 후 또 사망> 보도 이후 언론은 일제히 추가 사망 소식을 전하며 수식어 ‘또’를 붙였다. 인사이트 <‘독감 백신주사’ 접종 후 또 숨져…“사망 원인 조사 중”>, 위키트리 <“독감백신 맞은 뒤 사망한 사람이 또 나왔습니다> 등이다.

독감 백신 기사에 ‘불안’, ‘공포’ 등의 수식어는 빠지지 않았다. 머니투데이는 <인천 10대 이어 고창 70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트윈데믹 공포>, 뉴스핌 <백신 공포증 확산>, 뉴시스 <독감 포비아→‘독감 예방접종 포비아’…예방접종 앞둔 시민 ‘불안’>, 중앙일보 <독감백신 공포증…고교생 이어 70대 사망 ”정부 믿어도 되나“>, 머니투데이 <‘독감백신 접종’ 10대·70대 사망…맞아도 안 맞아도 “두렵다”> 등이다. 이날 보건당국은 70대 사망 사건에 대해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8일부터 시행된 ‘감염병 보도준칙’에 따르면 감염병 보도 시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 기사 본문도 마찬가지다.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 보도준칙을 제정한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때마다 이러한 보도행태는 반복됐다. 사망 소식이 속보로 전해지고 ‘또’, ‘00에서도’, ‘벌써 0번째’ 등의 기사가 쏟아지고 불안해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반복, 확산됐다.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보도는 소수였다. 20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독감백신 부작용 가능성 낮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고, 이를 한국일보, 이투데이, 머니투데이, 이데일리, 아이뉴스24, 서울신문 등이 받아 썼다. 20일 JTBC는 서울 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우 교수를 스튜디오에 불러 독감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물었고, 21일 중앙일보는 <잇단 독감백신 사망 의심사고…지병청이 말하는 주의사항은> 보도를 내보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의학전문 기자를 통해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MBC는 21일 약사 출신 기자를 통해, KBS는 22일 감염병 전문가 5명에게 물어본 결과를 의학전문 기자가 정리해 보도했다. SBS는 22일 17세 남학생 사망 원인이 백신 부작용 탓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하며 의학전문 기자를 스튜디오에 불러 상황을 정리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전문가들은 불안을 확산하는 보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지난 4월 ‘미디어와 코로나 판데믹’ 토론회에서 “현재 미디어 소비 양상에서 발견되는 것은 불안, 공포, 분노, 혐오라는 감정들”이라며 “미디어를 통해 들어오는 공포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에서 언론이 특정 정보를 더 찾게 만드는 보도를 했는지 공포에 멈춰서 불안에 떨게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목적이 대중의 공포 수준을 적절하게 해야지 방역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에 언론이 세일즈 아이템으로 이를 보면 안 된다”며 “언론이 보도하는 정보들은 목숨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은 논란 중계식 보도가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22일 ‘2020저널리즘주간’에서 “독감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나오며 대부분 뉴스는 '독감백신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다”며 “언론은 사망사건 발생 소식을 전달하고 논란을 전하는 데 멈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언론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혹시 의견이 다르다면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지금 백신을 맞는 게 옳은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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