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추석은 나는 가수다가 먹여 살렸다. 아이돌 육상대회는 워낙 해오던 명절 기획이고, 대놓고 나가수 포맷으로 가져다 쓴 ‘나는 트로트가수다’가 의외의 반향을 일으켰고 이어 다큐멘터리쯤으로 생각하기 딱 좋은 추석 특집 프로그램 ‘가수와 연습생’ 역시 만만치 않은 내용을 담아냈다. ‘나는 트로트가수다’가 가수 경력 45년의 남진의 건재함을 만방에 알렸다면 ‘가수와 연습생’은 단연 휘성과 함께 나온 얼짱 신인 에일리의 존재감을 아주 강하게 심었다.

‘가수와 연습생’은 기존 가수들이 소속사의 유망한 연습생과 함께 무대를 꾸며서 다른 팀과 일대일 대결을 벌인다. 1라운드 일대일 서바이벌을 거친 후에는 연습생 혼자서 무대를 꾸미게 되는 이때에는 심사위원들이 각자 점수를 내서 1,2위를 고르고 그 두 사람이 결선을 치르는 형식이다. 쇼콜라의 티아처럼 이미 데뷔를 한 경우도 있고, 김장훈과 함께 나온 오부라더스처럼 신인이라 하기에는 인디경력이 많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티비에서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처음인 연습생들에게 결승까지 간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다.

물론 요즘 한창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쌍벽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을 통해서는 몇 달 동안 화면에 노출되어 스타 아닌 스타가 되는 길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일정한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들에게는 데뷔도 하기 전에 대중에게 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흔한 기회가 아니다. 거기에다가 대중의 주목받게 된다는 것은 스타라는 먼 꿈은 차치하고서라도 소속사가 데뷔를 앞당겨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들 단단히 벼르고 나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1라운드 대결은 사실 불공정한 면도 없지 않았다. 대체로 노래와 댄스 대결로 가닥을 잡을 수 있는데, 평소처럼 청중평가단의 투표라도 불리할 텐데 작곡가, 가수로 구성된 심사위원들로부터 댄스를 주로 한 팀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댄스를 보인 연습생들은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프로그램 섭외에는 아주 많은 역학이 작용하겠지만 1라운드 구성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UCC를 통해서 꽤나 알려진 에일리를 발견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커다란 미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필 요즘이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이 한참인 때라 존재감 있는 신인들이 봇물 터지듯이 알려지는 때라 약간은 그 충격이 덜 했지만, 그래도 나가수의 요정 박정현의 뒤를 이을 유망한 신인 에일리는 신인이라는 이름도 어색한 연습생 신분임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무대매너까지 과시하며 밝은 미래를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장혜진과 함께 나온 시몬도 만만치 않은 개성과 가창력을 가졌지만 최종 결선에서 에일리가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이날 보인 재능과 실력이라면 지금 진행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도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재목이었다. 게다가 외모도 갖추고 있어서 좋은 곡과 프로듀서를 만난다면 젊은 세대에 노래 제대로 하는 솔로 여가수의 출현을 기대해볼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과열 속에 너무 많은 스타급 신인이 배출되고 있지만 스타로 등극된 경우는 아직 없다. 그래도 많은 상금과 몇 달 간의 집중적인 노출로 인해 너도나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집착하지만 그런 와중에 이런 확실한 신인이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튼 명절을 맞아 다분히 재미삼아 준비한 프로그램의 성격의 ‘가수와 연습생’이 생각도 못한 대어를 건져 올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