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토트넘이 홈에서 웨스트햄을 가볍게 이기는 줄 알았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에게 휴식을 줬다. 10여 분 남긴 상황에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앞으로 경기는 많고, 에이스에게 휴식을 주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기도 하니 말이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과 함께 단 45초 만에 골을 넣었다. 토트넘 홈구장에서 가장 빨리 공을 넣은 인물로 기록되게 되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한 손흥민의 감각은 여전히 대단했다. 이번에도 케인과 손흥민의 합작이었다.

케인이 공을 잡자마자 손흥민을 향해 긴 패스를 해줬고, 길게 넘어온 공을 잡은 손흥민은 왼쪽 모서리에서 가운데로 공을 치고 나오며 수비수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멋지게 감아 차 골키퍼까지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골을 만들어냈다.

토트넘의 기세는 좋았다. 손흥민이 1분도 되지 않아 골을 넣더니, 전반 8분 중앙에서 공을 받은 손흥민이 곁에 있던 케인에게 연결했다. 케인은 수비수 하나를 제치고 강력하고 정확한 슛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두 선수의 합작골은 이제 토트넘의 상징이 되고 있었다.

킥오프 45초만에 벼락골을 넣고 동료와 기뻐하는 손흥민 (AP=연합뉴스)

손흥민은 이날 1골 1도움을 추가해 올 시즌 리그 7골 2도움을 기록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케인은 5골 7도움을 기록하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인은 이기적으로 보일 정도로 골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당연히 도움은 적고 골만 많은 전형적인 공격수였다. 그런 케인이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시즌 초반임에도 벌써 7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도움 1위에 올라설 정도다.

손흥민이 득점 1위이고, 케인이 도움 1위라는 사실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손흥민과 케인은 현재 EPL 통산 28골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현 시점 통산 3위 기록이다. 당연히 현역 중에서는 압도적 1위이기도 하다. 이들의 통산 기록을 앞선 이들은 3팀이다.

로베르 피레스-티에리 앙리가 기록한 29골, 다비드 실바-세르히오 아구에로의 29골이 공동 2위를 기록 중이다. 한 골 차라는 점에서 다음 경기에서 이 기록은 깨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손흥민-케인 조합은 막강하니 말이다.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는 이들은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록바가 기록한 36골이다. 말 그대로 전설들이 활개를 떨치던 시절 만들었던 기록이다. 첼시의 감독이 된 램파드와 드록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이들이 함께 활동하던 시절의 기록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EPA=연합뉴스]

레길론의 택배 크로스에 이언 케인의 헤딩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골잔치는 거기까지였다. 후반 케인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이들의 골은 가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마지막으로 나오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10여 분을 남긴 상황에서 웨스트햄은 강력한 공격으로 무려 3골을 몰아넣으며 토트넘을 붕괴시켰다. 손흥민이 빠져나온 후 단 3분 만에 발부에나에게 골을 내주며 불안함은 시작되었다. 40분에는 산체스의 자책골까지 이어졌다.

크로스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산체스의 행동이 자책골로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웨스트햄에 토트넘 전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 과정이었다. 마지막 골은 후반 추가시간에 마누엘 란지니가 골 에어리어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에서 쏜 슛이 완벽하게 토트넘 골문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경기가 아닐 수 없다. 손흥민이 필드에 있던 순간까지 3-0이었던 경기는 그가 나온 지 단 3분 만에 모든 상황이 달라졌으니 말이다.

웨스트햄전에 출전한 베일 [EPA=연합뉴스]

영국 현지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손흥민-케인-베일 조합은 잠깐이지만 가동되었다. 프리킥 찬스에서 슛도 해봤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느린 모습은 아직 몸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손흥민이 자주 패스를 하며 기회를 주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기대한 베일 효과는 첫 경기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손흥민은 공격수로서 역할만이 아니라 후방까지 내려가며 수비수 역할도 잘해주었다. 중간에 맥을 끊어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역할에도 충실했다. 그런 손흥민이 나오자 마치 저주라도 받은 듯 토트넘은 3골이나 내주며 무너졌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베일은 좀 더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후반 급격하게 무너진 수비라인에 대한 고민도 다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반에만 3-0으로 앞섰고, 베일이 들어오며 조금은 느슨해진 상황이 결국 참사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보다 강력하게 몰아붙여 이겨야 했던 경기를 내줬다는 점에서 토트넘의 고민은 깊다.

손흥민이 존재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기묘하게도 3-0과 3-3으로 나타났다. 토트넘의 손흥민 의존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연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손흥민이 필드에서 정신적으로도 선수들을 독려해왔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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