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기의 최대 관심사는 신인 정병곤의 유격수 선발 출장이었습니다.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적은 있어도 출장한 적은 없었던 정병곤이 가장 부담스런 내야 포지션인 유격수로 기용된 데뷔전에서 범한 실책이 패배로 직결되었습니다.

1회말부터 정병곤의 수비는 불안했습니다. 1회말 LG가 2:0으로 뒤진 1사 3루에서 박석민의 타구가 정병곤의 옆을 빠지는 좌전 적시타가 되어 3:0으로 벌어졌는데 수비에 능숙한 유격수라면 땅볼로 포구해 아웃 처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3:3으로 맞선 5회말에는 무사 1루에서 병살로 충분히 연결할 수 있는 김상수의 땅볼을 정병곤이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범해 무사 1, 2루가 되었습니다. 이어 2사 후 최형우의 2타점 3루타로 5:3으로 벌어져 결승타가 되었음을 감안하면 정병곤의 실책이 결정적인 화근이 된 셈입니다. 9월 6일 잠실 두산전 4회말 무사 1루에서 유격수 윤진호가 김현수의 평범한 뜬공을 잡지 못하는 실책을 범한 것이 최준석의 결승 희생 플라이로 연결되었음을 감안하면 LG 유격수의 실책이 투수의 비자책점이자 결승점으로 연결되어 패한 경기가 이번 주에만 2경기입니다.

평범한 땅볼 타구에 실책을 범한 정병곤의 엉성한 수비도 어처구니없었지만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박종훈 감독이 1군에서 대수비로도 출장한 경험이 없는 정병곤을 선발 출장시킨 것입니다. 박경수는 부상으로, 오지환은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 장원삼이므로, 그리고 윤진호는 9월 6일 두산전의 실책으로 인해 선발 출장시키지 않고 정병곤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인 유격수를 1군에서 대수비로도 기용하지 않고 데뷔전을 선발 출장시킨 것은 선수에게 돌아가는 정신적 부담을 감안하면 분명 무리수였습니다. 타격 7관왕으로 실업 야구를 평정했으며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첫 우승으로 이끈 불세출의 유격수 김재박조차도 28세였던 프로야구 원년 1982년 10월 2일 삼성과의 프로 데뷔전에서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던 전례를 떠올리면 정병곤의 선발 출장은 큰 위험을 내포한 것이었으며 결국 화근이 되었습니다.

▲ LG 박종훈 감독
박종훈 감독의 어이없는 운영은 경기 중에도 계속되었습니다. 5회말 정병곤의 실책으로 비롯된 1사 1, 3루에서 선발 박현준이 채태인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워 2사 1, 3루가 되자 최형우와 정면 승부를 시도하다 2타점 결승타를 허용했습니다. 단 1실점이라도 허용하면 두터운 삼성의 필승 계투진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형우를 거르고 박석민과 승부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5:3으로 뒤진 8회초 선두 타자 이진영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이대형으로 교체한 것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동점이나 1점차라 1득점이 간절한 상황이었다면 교체를 납득할 수 있지만 2점차이기에 대주자 기용은 무의미했습니다. 게다가 9회초에 이진영의 타석이 한 번 더 돌아올 수 있으며 대타로 투입할 타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성급한 교체였습니다. 결국 9회초 오승환을 상대로 연속 3안타로 5:4까지 추격했지만 2사 1, 2루의 기회가 이대형에게 걸렸고 이대형이 3루 땅볼로 맥없이 물러나며 LG는 패배했습니다. 아무리 부진한 이진영이라 해도 이대형보다는 안타를 터뜨릴 확률이 높으며 상대 배터리가 갖는 부담에서 차이가 엄청난데 한 마디로 박종훈 감독이 경기를 읽는 눈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잔루 11개를 남긴 타선도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던 3회초 이병규와 이진영의 타격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병규는 무사 1, 3루에 2루수 뜬공으로, 이진영은 1사 만루에서 짧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역전에 실패했습니다. 만일 LG가 3회초 역전에 성공했다면 장원삼을 강판시키고 정인욱을 끌어내 삼성의 필승 계투진을 상대하지 않고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두 선수의 부진으로 인해 3회초 3안타 1볼넷 1도루를 묶어 고작 1득점에 그쳤습니다.

특히 이병규에게 실망스러운 것은 9월 들어 8경기에서 단 1타점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1타점도 9월 2일 잠실 롯데전의 희생 플라이로 적시타가 아닙니다. 중심 타선에 기용되며 거의 매 경기 안타를 기록하며 자신의 타율은 관리하고 있지만 득점권에서는 적시타를 아예 터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병규는 2안타를 기록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침묵했습니다. 중심 타자답지 못한 이병규의 타격이 LG 타선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9월 8일 잠실 두산전에서 4타수 3안타를 기록한 박용택은 오늘도 5타수 4안타로 호조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용택의 너무나 뒤늦은 부활은 반갑다기보다 야속할 뿐입니다. 2년 연속으로 팀이 4강에서 멀어지자 마음 편히 불망방이를 휘두르는 주장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선발 박현준은 6회말 선두 타자 조영훈을 상대하다 어깨 통증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지난 8월 어깨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바 있었던 박현준입니다. 4강행이 물 건너 간 뒤에도 무리하게 선발 등판하다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한 봉중근의 전례를 거울삼아 박현준을 시즌 종료 시까지 등판시키지 않고 부상 완치를 위해 휴식을 주는 것이 내년 시즌 이후를 위해 바람직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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