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6일 언론인권센터가 주최한 <남북 평화를 위한 저널리즘의 방향> 포럼에서 상반기 북한 관련 보도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올바른 남북 관계 보도를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북한 전문가들은 한국 언론의 '갈등 저널리즘'이 남북 관계 악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수정 민간단체 ‘어린이어깨동무’ 연구위원은 2020년 상반기 동안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 저녁 메인뉴스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김정은 건강 이상·사망설’과 대북 전단 살포 관련 보도에서 가짜뉴스와 갈등을 조장하는 프레임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10월 16일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남북 평화를 위한 저너리즘의 방향> 포럼. 김당 UPI뉴스 정치통일안보 대기자, 김련희 평양시민, 마석훈 탈북아동 공동체위집 시설장,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홍강철 유튜브 '왈가왈북' 진행자, 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사진=유튜브 '미픽')

먼저 문 대통령 신년사의 경우, SBS는 <北 ‘정면돌파’ 강조…‘핵 개발’재개 공식화>, <문 대통령 신년사에 침묵하는 북한…대남 비난은 계속>, 채널A는 <‘중재자’ 강조하다 면박 당한 靑…‘北 짝사랑이 부른 참사’>, MBN은 <미 “북, 나쁜 행동 마라” 경고…북 “생존권 침해하면 타격”>, TV조선은 <北 대대적 주민 궐기대회…신년 첫 대남 비방 “입방아 그만 찧어라”>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김수정 연구위원은 “이 보도들은 프레임도 문제지만 ‘끼어들지 말라’, ‘입방아 그만 찧어라’ 등의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하며 감정적인 측면에서 갈등을 조장했으며 일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북 짝사랑이 부른 참사’와 같은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정 위원은 “남한에서 이뤄지는 북한 관련 보도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프레임은 언론사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의제 설정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남북 간의 평화로운 관계를 지향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위원은 TV조선 <김정은, 당 간부 2/3 물갈이…김여정 조직지도부로 옮긴 듯> 보도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북한 전문가의 예측이나 분석이라며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왜곡된 보도, 잘못된 보고가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고 그 결과 우리 사회 내부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불신을 뿌리 깊게 만들어, 정작 북한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해도 호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간다”고 우려했다.

종편, ‘김정은 건강 이상설’ 확산 집중

지난 4월 ‘김정은 건강 이상·사망설’ 관련 종합편성채널 보도량은 지상파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4월 21일 CNN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했으며 언론은 이를 중심에 놓고 ‘특이 동향 없다’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같이 보도했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언론보도가 있었던 반면 북한 전문기자나 탈북민 출신의 정치인들 입을 빌려 건강이상설을 확산시킨 보도도 많았다. 김수정 위원은 “JTBC를 제외한 종편의 보도는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확산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MBN은 당시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탈북민 출신의 지성호 씨를 통해 건강이상설을 확신했으며 '김일성·김정일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타 매체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바로잡는 동안 MBN은 사망설을 기반으로 북한의 후계구도, 향후 북한 체제의 변화와 국제 관계의 변화를 보도했다. TV조선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는 과거의 영상을 다방면으로 편집,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김수정 연구위원은 “편향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작용하고 있다"며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적이고 흥미 위주의 정보를 전달하려는 페니 저널리즘(100원짜리 신문 보도)이 지니는 지향점과 맞닿아있다”고 지적했다.

'갈등 조장' 보도로 가장 많이 지적된 MBN, 채널A 보도 화면 갈무리

탈북민의 월북 보도, 인권 보도준칙 위반

지난 7월 20대 탈북민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북한으로 넘어간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허찬행 미디어인권연구소 공동대표는 인권보도준칙을 위반하는 보도행태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성범죄와 월북사건을 다루며 김 씨 개인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김 씨 행적에 대해 지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은 김 씨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을 뿐 탈북민의 남한 사회 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문제 등을 다루지 않았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서 언론은 북한 이탈 주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 부적응 등 부정적 사례를 보도할 경우, 개인이 아닌 제도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며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에는 “국내외 관계자들이 무책임하게 유포하는 각종설은 보도하지 않는다. 다만 취재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허찬행 대표는 “이번 보도에서 ‘탈북민’을 향한 관점 또는 용어의 혼선 문제가 없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갈등 조장보다 갈등해소를 위한 방송의 역할이 필요하고, 북한이나 탈북민 관련 보도를 다룰 때 개인적 문제보다는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부분에 접근하는 보도 방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허 대표는 “사실 확인에 더 신중한 보도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번 기회에 탈북민과 월북에 대한 보도준칙 개정을 비롯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조선일보 의도적이었다”

유튜브 ‘왈가왈북’ 진행자인 김련희 씨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언론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면서 "한 인간이 목숨을 잃은 것은 정말 슬픈 일인데 그것마저도 언론은 정치로 이용하며 남북관계를 적대적으로, 현 정부의 평화의지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련희 씨는 조선일보 보도가 의도적이라며 <“대통령님 아빠 죽임당할 때 뭘 했나요?” 고2 아들 편지>(10.5), <“월북한 니 아버지 때문에 나라 쑥대밭” 아빠 잃은 남매 조롱하는 친문 네티즌>, <[사설] “나라 뭘 했나”라는 피눈물에도 마음에 없는 답한 文>, <‘월북’ 결론 땐 유족 연금 한푼도 못받아> 등을 꼽았다.

련희 씨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아들의 편지를 내세워 북한계선으로 넘어간 사람을 위해 전쟁이라도 하지 뭐했냐는 호전적 태세로 대통령에게 책임론을 내세운다”며 “유가족을 내세워 북과 현 정부를 공격하는 데만 중심을 두고 이 사건이 발생한 근원에 대해서는 전혀 알리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언론은 탈북자들을 내세워 북에 대한 적대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북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적인 사고를 하는 데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며 “인기나 조회수에만 치우쳐 아무 말 잔치 혹은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냐”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는 북한에 대한 정보 결핍, 편향적 교육, 제한된 취재원, 노력하지 않는 저널리즘으로 인해 갈등을 유발하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보 결핍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서로간에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 보니 북한에서 넘어온 남쪽 취재원에 물어보게 되는데 언론인들이 원하는 대로 대답해주는 이가 많다. 인터뷰가 생활벌이 수단으로 소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으른 취재 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심 교수는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언론인들이, 언론인이 돼서도 북한 관련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지 않으려 하니 ‘인스턴트식 정보’만 소비되고 있다”며 “받아쓰기, 베끼기에 매몰된 저널리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하며, 평화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는 기자 교육과정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북한 및 통일 전문기자 양성이 필요하며 공영방송을 비롯한 주요 매체부터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한 프로그램과 기획보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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