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에 이은 연예계까지 승승장구해온 강호동은 탈세로 인해 처음이자 최악의 위기를 맞았었다. 탈세로 인한 국세청의 세금추징은 다분히 1박2일 하차에 대한 서운함이 얹혀서 유재석과 함께 예능계를 양분해오던 강호동을 일거에 무너뜨릴 기세로 몰아붙였다. 천하장사 강호동으로서도 견디지 못할 강력한 시련이 분명했다.

결국 탈세보도가 있은 후 불과 나흘만인 9일, 강호동은 마포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할 수 없는 외길에서 강호동은 떠밀려 가느니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수칠 때 떠나려던 그가 비난을 받으며 떠나게 된 반전 상황이 안타깝지만 다른 돌파구도 찾기 힘들었을 강호동으로서는 더 이상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자 했을 것이다.

물론 탈세 아니라 더한 일을 범했다 해도 강호동을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는 별 것 아닌 일이다. 그러기에 이번 일에 대한 상황을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강호동이기에, 이번 기자회견이 은퇴가 아닌 탈세에 대한 사과였어도 이번 국면을 어쨌든 버틸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호동이 결코 충분치 못한 나흘간의 시간동안 생각하고 결정한 것은 잠시나마 연예계를 떠나는 것이었다.

그의 결정과 선택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지금 당장 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그렇지만 강호동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의 분위기에서 지상파 주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처럼 마음 놓고 웃고 웃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인 것도 분명하다. 어차피 현시점에서 강호동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개그라는 것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는 하지만 현 상태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예능을 계속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잔인한 일이 된다.

다만 강호동이 굳이 잠정이란 단어를 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잠정의 기간이 얼마쯤일지는 강호동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였던 강호동의 스타일로 미루어볼 때 몇 달 동안 소나기나 피하자는 꼼수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주병진처럼 아주 오랜 세월을 떠나있을 생각 또한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강호동의 이번 기자회견을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혹자는 잠정이란 단어를 붙인 것에 대해서 은퇴의 진의를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정상의 자리를 스스로 박찬 사람에게 너무 야박한 태도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잠정 은퇴 선언이 잠시 쉬다가 종편으로 옮기려는 꼼수라는 의심은 너무 심한 억측이며 한 인간에 대한 지나친 모멸이다.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강호동이 말한 잠정 은퇴는 영구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건 은퇴란 단어는 쉽게 또한 여러 번 쓸 수 없는 것이다. 그 마지막 카드를 들고 나온 강호동의 승부수에 대한 의심이 들더라도 지금은 참아두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8월 초순 1박2일 하차발표로부터 전격 은퇴선언까지의 기간이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는 점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 존재할 것이다. 강호동의 긴 연예계 생활을 감안하면 비록 잠정적인 은퇴라고 하지만 한 달이란 짧은 시간에 너무 엄청난 일들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 조금은 이상하다. 특히 결정타였던 탈세보도 이후 불과 나흘의 시간이 강호동의 연예계를 정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볼 수는 없다.

1박2일 하차를 발표한 이후 종편행 보도와 탈세까지 한꺼번에 터진 일련의 일들이 정말 우연히 벌어진 것이라고 믿기는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휘몰이처럼 몰아치던 국면이 결국 강호동의 전격 은퇴선언으로 이어져 뭔가 타의적인 배경이 있을 법하다는 의혹을 뿌리치긴 어렵다. 아직은 그에 대한 명확한 정황이나 증거가 없어 깊이 파고들기는 힘들지만 석연찮은 구석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이제 강호동은 지상파 3사의 기존 프로그램들을 정리하는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잠시 예능을 떠나게 됐다. 강호동에게서 비록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예능 하나는 잘 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를 기다릴 충분한 이유는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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