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담담했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비밀의 숲2>는 '역시 비숲!'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왜 많은 이들이 종영과 함께 시즌 3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 역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최빛 단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박 변호사 사체를 옮겼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최 단장의 이 선택으로 결국 우태하 부장은 파면 기소됐고, 한여진을 살렸다. 앞서 최 단장을 찾은 이는 황시목이었다.

한여진과 최빛의 유대관계는 그저 한쪽의 짝사랑이 만든 결과는 아니었다. 공명심이나 조직을 위한 결정이 아닌, 여진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황시목의 발언은 주효했다. 여성 엘리트 경찰로서 최빛이 걸어온 길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한여진은 자신과 닮은 그래서 끌어주고 싶은 후배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왜 최 단장이 그런 일을 했느냐고 우는 여진 앞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자신을 기다리며 마신 맥주 캔을 치우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최 단장의 표정에는 이미 어떤 결정을 할지 드러나 있었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

최 단장의 기자회견 직후 우태하는 직접 전화를 걸어 배신감을 언급했다. 자신은 마지막까지 최 단장을 숨겨주려 했는데 뒤통수를 쳤다며 책임회피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우 부장에게 최 단장은 뼈를 때렸다. 의도적으로 최 단장을 노출시킨 우 부장의 행태에 대한 분노였다.

자신은 살겠다고 최 단장이 현장에 있었음을 알 수 있도록 시목과 여진을 교도소에 있는 정보국장에게 보낸 것이 바로 우 부장이었다. 이를 알고 있는 최 단장이 느끼는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며 한조 이 회장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성재 사장을 치겠다며 동부지검 강 지검장에게 넘긴 문건을 가지고 행한 그들의 전략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내부 문건을 건네받은 과정을 조작해 강 지검장을 보내버릴 수 있다는 한 마디에 모든 계획은 뒤틀렸다.

우 부장 수사를 김사현이 아닌 시목에게 넘긴 것은 핸들링을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 박 변호사 사건으로 정리하고, 서 검사 납치 사건과 관련성은 삭제하라는 압력을 넣기 위해서다. 하지만 황시목이 그런 상부의 지시를 따를 인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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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협박에 검찰 역사상 최악의 존재로 낙인 찍혀도 좋겠냐는 말에 70년 동안 검찰은 뭐를 했기에 그렇게 넘겨지게 되었냐고 따지는 시목의 발언은 <비밀의 숲2>의 핵심이기도 했다.

조직 이기주의는 검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 조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최 단장이 스스로 물러나자 그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이들과 홀로 아무런 경의를 표하지 않는 여진. 그런 여진을 보는 최빛의 모습은 아리게 다가왔다.

자기 조직을 욕보였다며 여진에게 정보부에서 물러나 현장으로 가라고 압박하는 이들의 행태는 추악할 뿐이었다. 자신보다 앞서 나가는 여성 간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그들에게 이번 상황은 좋은 먹잇감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진은 현장이 아닌 본청에 남았다. 새롭게 조직된 부서에 들어선 여진을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직적인 왕따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반긴 것은 새로운 정보국장이었다. 최 단장이 특별하게 언급했다며 잘해보자는 정보국장의 말은 현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자신을 진짜 동료로 생각하는, 용산서 경찰들의 전화를 받고 소리 없이 울던 한여진. 현장을 여전히 좋아하는 한여진은 그렇게 용산서로 가면 모든 것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진은 홀로 어려운 길을 택했다. 자신이 존경했던 최 단장이 이루지 못한 길을 가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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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지검장은 한조의 협박에 스스로 직을 내려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회장을 찾은 그는 황시목과 서동재는 건들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했던 말들까지 했다. 이창준 선배가 한 실수는 이 회장과 결혼한 것이라며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검찰 조직도 달라졌을 것이라 했다.

"사람 하나에 좌우되는 게 무슨 조직이야"라고 분노하는 이연재 회장의 발언이 맞다. 하지만 틀리기도 하다. 강 지검장이 말했듯, 그 조직도 결국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변화는 결국 그 안에 있는 이들로 인해 변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니 말이다.

다시 단발로 돌아간 여진과 원주로 가는 시목의 술자리. 그들의 미묘한 관계는 여전했다. 그저 서로 안부나 묻고 이별을 고하는 이들의 관계는 여전히 그 자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주에서 과거 함께 일했던 수사계장 호섭과 마주한 시목. 기억력이 탁월한 시목과 여전한 호섭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시목의 모습으로 끝난 <비밀의 숲2>는 시즌제로 가야만 한다.

시목의 꿈에 등장했던 서부지검 사람들, 그런 시목의 꿈 이야기를 듣자마자 여진은 수감 중인 윤세원 과장을 면회했다. 사망한 이창준, 영은수와 함께 같은 길을 갔다는 말에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여진의 행동이었다. 인간다움이 가득한 여진의 이 모습은 그래서 참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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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시목과 달리 자신을 감췄던 이연재가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서동재를 찾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저 병문안을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과 박 변호사 문제를 아는 이는 이제 서동재가 유일하다고 귓속말로 전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온 서 검사가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한조의 연루를 묻는 상황에서 특유의 표정으로 뭔가를 전하는 장면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떤 조직이든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재벌은 여전히 강력한 힘으로 현재를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렇게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 독한 모습으로 한조의 주인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현직 지검장까지 옷을 벗게 만드는 그들에게 거칠 것은 없다.

말도 안 되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우 부장을 구속하지 않은 사법부. 이런 현실에서도 시목은 기소는 되었다는 말로 조금씩 변화하는 현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거대한 권력 집단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비밀의 숲2>는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어설픈 권선징악이 아닌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의 완성도는 마지막까지 뛰어났다. 황시목과 한여진을 중심으로 펼쳐진 사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렇게 검경의 문제를 짚어내면서도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비밀의 숲>이 시즌제로 만들어져야만 하는 이유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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