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롯데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역전승하며 4강 진입의 실낱같은 희망을 되살렸습니다. 에이스 박현준은 시즌 13승을 기록했습니다.

경기 초반은 롯데의 분위기였습니다. 1회초 1사 후 김주찬이 내야 안타로 출루하자 이대호가 적시타로 불러들이며 롯데가 선취 득점했습니다. 어제까지 LG가 롯데에 연패한 이유는 김주찬과 이대호를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3연전 내내 1회초 손아섭의 타석에서 LG 배터리가 실책성 수비를 연발했습니다. 9월 2일 금요일 경기에서는 1사 1루에서 포수 김태군이 김성현의 투구를 포구하지 못해 폭투로 기록되며 1사 2루가 된 후 손아섭의 적시타로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허용했습니다. 9월 3일 토요일 경기에서는 무사 1, 2루에서 포수 심광호의 송구가 1루 파울 라인 바깥의 무인지경으로 빠지는 실책으로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헌납했습니다.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도 1사 1루에서 박현준의 폭투로 2루 진루를 허용한 것이 롯데의 선취점으로 연결되었을 때 LG가 3연전을 스윕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3연전 동안 매 경기 선발 출장 포수가 바뀌었지만 배터리가 불안했습니다.

▲ 8회초 1사, 1,2루 상황 롯데 이대호를 병살로 잡은 LG박현준이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에이스 박현준은 1회초 1실점 이후 8회말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LG 타선이 경기 중반까지 무수한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굳건히 마운드를 지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경기 초반에는 투구수가 많았지만 중반 이후 맞혀 잡는 투구 내용이 주효했는데 3개의 병살타 유도가 결정적이었습니다. LG가 3:1로 역전한 8회초 1사 1, 2루에서 리그 최고 타자 이대호를 상대로 6-4-3의 병살타로 이닝을 종료시키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오늘 박현준은 탈삼진이 1개에 그쳤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SK와의 주중 3연전에서 과부하가 걸린 불펜진을 아끼도록 기여했습니다. 이번 주 선발 2승을 거둔 박현준의 호투는 에이스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2008년 이후 LG 에이스로 자리 잡은 봉중근의 커리어 하이가 11승이었음을 감안하면 13승의 박현준은 놀랍도록 급성장한 것입니다. 잔여 경기를 통해 박현준은 15승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LG 타자들 중 수훈갑은 박경수입니다. 롯데 선발 장원준에 강한 박경수는 2번 타순에 전진 배치되었는데 7회말 무사 2루에서 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해 좌전 적시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박경수는 이틀 연속 적시타로 LG 타자들 중에서 롯데와의 3연전 중 유일하게 적시타를 기록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박경수는 1사 1, 3루에서 대타 작은 이병규가 볼넷을 고르는 사이 홈으로 파고들어 과감한 슬라이딩으로 쐐기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7회말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김태완도 공수에서 맹활약했습니다. 김태완은 1회초 1사 1, 3루에서 홍성흔의 중전 적시타성 타구를 건져내 병살로 연결시키는 호수비로 추가 실점을 막았고 1:0으로 뒤진 6회말에는 1사 2, 3루에서 초구 스퀴즈에 실패해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유격수 땅볼로 타점을 얻어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4회말 1사 1루에서는 범타에 그쳤지만 장원준을 상대로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가 돋보였습니다. 지난주부터 결정적인 순간마다 김태완은 차곡차곡 타점을 올리며 분전하고 있습니다. 7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좌익선상 2루타로 역전의 물꼬를 텄으며 8회초 이대호의 타구를 6-4-3의 병살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2루수 서동욱의 악송구를 넘어지면서 아웃 처리한 이택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3번 타자로 출장한 최고참 이병규의 부진은 아쉬웠습니다. 이병규는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었을 뿐, 3회말 1사 2, 3루, 5회말 2사 2루, 7회말 무사 1루에서 모두 내야를 넘기지 못하는 범타로 물러났습니다. 특히 3회말 1사 2, 3루의 절호의 기회에서 성급하게 초구 몸쪽 깊은 볼을 휘둘러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타점조차 얻지 못하는 장면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병규는 3할 3푼대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심 타자다운 시원한 타격이나 타점 생산 능력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이병규가 제몫을 해냈다면 LG는 보다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9월 1일 문학 SK전에서 충격적인 블론 세이브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송신영은 9회초 3:1 상황에서 등판해 2안타를 허용했지만 다행히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지켰습니다. 아마도 송신영 본인에게도 부담스러운 등판이었겠지만 오늘 세이브를 통해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두산에 패한 4위 SK에 LG는 4경기차로 접근했는데 상승세인 두산과의 다음 주중 3연전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리즈의 부상과 박현준의 오늘 등판으로 두산과의 3연전에서 두 선발 투수를 기용할 수 없어 유원상 - 김성현 - 주키치가 차례로 등판할 것으로 보입니다. 화요일 첫 경기에서 트레이드 후 처음으로 선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원상이 두산 선발로 예상되는 니퍼트와 맞대결해 어떤 투구를 보이느냐가 관건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LG 타선이 과연 살아날 수 있느냐입니다. 오늘 롯데전에서 10안타를 기록하고도 3득점에 그쳐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타선의 집중력 회복이 급선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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