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여자 스포츠 선수들이 함께하는 예능 <노는 언니>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출연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외된 이들은 다시 여성이었다. 남자 스포츠 스타들은 다방면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지만, 여자 스포츠 스타들은 소외돼 왔다.

방송 환경 역시 여전히 남성 위주라는 점도 진입 장벽을 높게 만든다. 여성 예능은 촬영하기 불편하다는 편견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남성과 달리, 망가지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도전보다 익숙함을 추구하는 것은 그 판이 끝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존 방식 외에 다른 것들을 추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을 앞세운 <노는 언니>에 대한 기대는 높다.

초반에는 제작진 역시 헛발질을 했었다. 남성 연예인들을 갑작스럽게 초대해 상황을 이끄는 행태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만으로 방송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음을 한 회 방송으로 빠르게 깨달았다.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한차례 난센스 같은 상황을 이겨내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박세리라는 절대 무적의 큰언니를 중심으로 포진한 이들이 자신의 역할들을 찾아내며 재미도 커지고 있다.

수영선수인 정유인이 든든한 모습으로 색다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수영으로 인해 듬직한 어깨를 뽐내는 정유인은 팀의 모든 것을 알아서 챙기는 모습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허당 미를 발산하는 배구 스타인 한유미는 이제 그 캐릭터로 고정이 되는 듯하다. 29일 방송된 '호캉스 편'에서도 한유미의 허당미는 빛을 발했으니 말이다.

조용히 강한 펜싱 스타 남현희는 삶의 지혜가 돋보인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모습과 함께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은 듬직함으로 다가온다. 조금은 들떠있는 피겨스타 곽민정이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멤버들의 호흡들이 맞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게 다가온다. 결혼을 앞두고 웨딩 촬영을 하는 곽민정을 찾은 동갑내기 친구 정유인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강원도 고성으로 '호캉스'를 떠난 언니들 앞에 등장한 새로운 인물은 씨름선수로 맹활약 중인 장사 양윤서였다. 매화급의 절대강자인 양윤서를 언뜻 보면 씨름선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드라마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이들의 호캉스는 그 시작부터 대단했다.

운동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이들의 먹성이 대단한 것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렇게 먹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운동을 하는 그들이니 말이다. 바닷가에서 한껏 저물어가는 여름의 끝을 느끼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돈가스를 먹는 이들은 그저 함께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 보였다.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

목적지인 호텔로 가는 과정 속에서도 허당 가득한 한유미와 뭘 맡겨도 든든한 남현희의 모습도 좋아보였다. 150평이나 되는 거대한 호텔방에 도착한 이들이 놀라운 모습으로 룸 투어를 하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과 여행이 두려운 시대, 호캉스는 또 다른 대안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건장한 체격으로 남자 선수들 못지않은 피지컬을 자랑하는 '여자 마동석' 정유인도 샅바를 찬 씨름 선수 양윤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유인을 들어 올려 풍차 돌리기를 하는 양윤서의 힘은 압도적이었으니 말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스포츠 스타들. 그리고 여전히 도전하는 그들에게 '논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그런 그들이 이제 함께 놀기 위해 모였다. 여전히 조금은 서툴기도 하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노는 언니>는 여성 예능 전성시대를 여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산발적으로 등장했던 여성 예능이 오래가지 못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대가 달라지며 방송 역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렇게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는 방송이 늘어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능력이 있다면 편견 없이 누구라도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방송의 의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았던 그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노는 언니>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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