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탑승 우주인이 '보안규정 위반'을 이유로 교체됐다. 우주에서는 사소한 지시위반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고산씨는 '왜' 규정을 위반한 것일까. 만만찮은 보안규정을 갖고 있을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의 고씨가 1차 경고를 받은 상태에서 또 다시 규정을 위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배경을 놓고 다른 언론들은 이러저러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우주인 배출사업 주관방송사인 SBS 뉴스에서는 그 석연찮음을 발견할 수 없다.

KBS·MBC "석연치 않아"…SBS, 단순 사실만 전달

▲ 10일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차이점은 10일 저녁 메인뉴스 앵커멘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우리나라 최초의 탑승 우주인이 고산씨에서 이소연씨로 전격 교체됐습니다. 훈련 규정을 어겼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지만, 그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KBS <뉴스9> 우주인 교체 왜?).

한국인 최초 우주인이 발사를 한 달 앞두고 당초 고산씨에서 이소연씨로 전격 교체됐습니다. 고씨가 보안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데 그 배경도 또 고씨의 해명도 어째 석연치가 않습니다(MBC <뉴스데스크> 석연찮은 교체).

다음달 우주로 향하는 한국의 첫 우주인이 고산씨에서 이소연씨로 교체됐습니다. 러시아측이 고산 씨의 훈련규정 위반을 문제삼아 교체를 요청해 왔습니다(SBS <8뉴스> '우주인' 교체).

KBS, MBC와 달리 SBS는 러시아측의 요청에 따라 우주인이 교체된다는 사실만 전달하고 있다.

리포트에서도 SBS는 "공부에 대한 과잉 의욕이 보안 규정을 어기는 실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소연 씨는 예비 우주인으로서 고산 씨와 똑같은 훈련을 받아 왔기 때문에 한국인 첫 우주인 탄생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씨를 감싸고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한(?) 인상을 남겼다.

SBS "아시아 두번째 여성 우주인…탑승 전 우주인 바뀌기도 해"

▲ SBS는 10일 저녁 <8뉴스>에서 우주인 교체 관련 뉴스를 두 꼭지로 보도했다.
SBS는 이어진 리포트 '49번째 여성우주인'에서는 교체된 우주인 이소연씨가 여성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앵커멘트에서는 "애당초 두 명의 후보를 선발한 건 바로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될 이소연 씨는 세계에서 49번째,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여성 우주인이 될 예정"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리포트에서는 탑승 전 우주인이 바뀐 사례는 외국에서도 몇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BS의 이 리포트도 밝히고 있듯이 이전 사례에서는 모두 건강 상의 이유로 교체됐다. 의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SBS에는 그 '왜'에 대한 질문이 없다.

"훈련 규정을 충분히 숙지했을 고씨가 왜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여전히 의문"(KBS)이며 "사소한 지시불이행이라도 우주에서는 치명적이라는 게 러시아측 설명인데, 우주인 훈련을 받는 고산씨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KBS)이라는 타 방송사 보도와는 차이가 있다.

주관방송사인 SBS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교체배경이나 해명이 석연찮다는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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