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SK전의 충격적인 역전패와 어제 롯데전의 완패로 LG가 4위에서 더욱 멀어졌기에 오늘 경기에서는 롯데에 선취점을 내주지 않고 먼저 뽑으며 초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1회초부터 실책을 연발하며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어제 경기의 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1회초 1사 후 선발 김성현의 폭투가 나오면서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롯데에 내줬는데 포수 김태군이 블로킹을 제대로 했다면 처리할 수도 있었던 사실상의 실책성 수비였습니다. 오늘은 1회초 무사 1, 2루에서 포수 심광호의 견제구가 우측 파울 라인 바깥의 무인지경으로 빠지면서 롯데의 선취점이자 결승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손아섭의 타석 볼 카운트 2-1이 되는 상황에서 1루 주자 김주찬이 2루 주자 전준우의 움직임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2루로 향하는 본헤드 플레이를 범한 것인데 만일 심광호가 공을 잡은 채 마운드로 향하며 2루에 송구했다면 최소한 두 명의 주자 중 한 명은 아웃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광호는 마운드로 향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서, 2루도 아닌 1루로 송구하다 공이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범한 것입니다. 심광호의 악송구는 리틀 야구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본헤드 플레이로 2007년 9월 7일 잠실 SK전 9회초 2사 후 뜬공을 잡지 못하고 떨어뜨려 LG의 4강 호흡기를 떼어버린 2루수 김우석의 실책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김주찬의 본헤드 플레이가 심광호의 더욱 기가 막힌 본헤드 플레이로 상쇄되면서 LG는 무너졌습니다. 이틀 연속 기본기가 결여된 포수의 실책성 수비가 결승점과 연결되어 LG는 연패했습니다.

2회초 평범한 땅볼을 실책한 박경수는 3회초에는 센스 없는 수비로 실점을 자초했습니다. 선두 타자 김주찬이 볼넷으로 출루한 무사 1루에서 손아섭의 먹힌 타구를 박경수는 1루 주자의 움직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노 바운드로 아웃 처리한 것입니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낙구를 택해 원 바운드로 처리하며 병살로 연결시키거나 최소한 1루 주자 김주찬을 2루에서 포스 아웃 처리했어야 했습니다. 김주찬의 도루 능력이 뛰어나며 심광호의 도루 저지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박경수의 센스 없는 수비로 인해 타자 손아섭만 아웃 처리되어 도루 능력이 뛰어난 김주찬이 1루에 살아남았고 이어 김주찬의 2루 도루와 이대호의 적시타로 3:0으로 벌어졌습니다. LG의 침체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매 이닝 실책성 수비를 연발하며 3회초 3:0으로 벌어졌을 때 이미 승부는 판가름 난 셈입니다.

3회말과 4회초에 양 팀은 각각 1사 3루의 기회를 똑같이 얻었는데 결과에서 양 팀의 집중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LG는 3회말 1사 3루에서 이대형과 이택근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추격에 실패했고 롯데는 1사 3루에서 황재균이 삼진으로 물러나 2사가 되었지만 문규현의 적시타로 4:0으로 달아났습니다. 1사 3루의 동일한 상황이 LG에는 상위 타순에 걸렸지만 득점에 실패했고 롯데는 하위 타순에 걸렸지만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무의미한 작전 구사로 공격 흐름을 끊는 박종훈 감독의 고집은 여전했습니다. 2:0으로 뒤진 2회말 무사 1루에서 서동욱은 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해 초구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는데 그야말로 무의미한 작전 구사였습니다. 첫째, 진루타를 목적으로 하는 희생 번트나 번트 자세 후 강공 전환 등은 작전을 수행하는 타자보다 후속 타자들의 안타 가능성이 높을 때 구사하는 작전입니다. 하지만 후속 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태완을 제외하면 박경수와 심광호는 득점권에서 적시타를 터뜨릴 가능성이 서동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둘째 서동욱은 지난 8월 31일 문학 SK전에서 5회초 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해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린 바 있기에 이미 롯데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서동욱에게는 맡기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4:0으로 뒤진 4회말 무사 1, 2루에서 서동욱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한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서동욱이 희생 번트에 성공해도 1사 2, 3루가 되고 이어 김태완의 적시타가 나와도 4:2에 그치며 박경수 등 하위 타순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장타력도 지닌 서동욱에게 맡겨 안타나 그 이상을 바라보며 대량 득점으로 역전을 노리는 편이 나았습니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의 희생 번트 지시로 인해 서동욱은 번트에 실패하며 볼 카운트 2-0으로 몰린 끝에 맥없이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습니다. 시즌 내내 작전 야구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도 고집을 전혀 버리지 않는 감독에게는 LG의 미래를 맡기기 어렵습니다.

오늘 4위 SK가 두산에 역전패당했지만 LG도 3연패하는 바람에 5게임차는 전혀 좁혀들지 않았습니다. SK가 어떤 성적을 거두든 간에 LG가 승리하지 못하면 게임차는 결코 줄어들 수 없습니다. 기본기도, 센스도, 근성도 없는 선수들과 고집을 버리지 않으며 학습 효과도 갖추지 못한 감독으로 구성된 LG의 야구는 한 마디로 영혼이 없는 야구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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