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차의 살얼음 리드를 이어가던 9회초 2사 후 작은 이병규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LG가 5연승을 예감했지만 9회말 마무리 송신영이 무너지며 결국 LG의 패배로 귀결되었습니다.

어제 경기 관전평에서 송신영은 어제까지 2경기 연속 세이브를 거뒀으나 구위가 좋지 않았고 제구가 흔들려 불안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는 가급적 등판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송신영이 등판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넉넉한 리드를 LG 타선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만 34세의 송신영은 3경기 연속 등판이 부담스러웠는지 9회말 2사 후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동점타가 된 박진만의 타구는 송신영의 바깥쪽 변화구를 잡아당긴 것인데 만일 송신영의 구위가 정상적이었다면 유격수의 키를 넘기는 안타로 이어지지 않고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되었을 것입니다. 1점차도 아닌 2점차 리드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마무리 투수가 무너진 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LG 마무리 송신영 ⓒ연합뉴스
11회말 끝내기 패배로 연결된 결승점을 허용한 장면에서 LG 수비는 두 번에 걸쳐 아쉬웠습니다. 첫째, 1사 1, 2루에서 박재상의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오지환의 수비가 가장 결정적인 패인입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한 뒤 1군에 복귀한 오지환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으로 팀을 위기에 빠뜨리는 엉성한 수비는 작년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11회초 2사 후 윤진호의 타석에서 대타 윤상균이 기용되는 바람에 11회말 오지환이 유격수로 대수비 출장했는데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굳이 윤상균이 기용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11회말 이후를 감안하면 수비 능력에서 오지환보다는 우위에 있는 윤진호를 계속 기용시키는 보수적인 운영을 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9회말을 앞두고 3루수 정성훈을 벤치로 불러들이며 유격수 윤진호를 투입한 것이 공수 양면에서 패착이 되었습니다. 1이닝 2점차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며 정성훈이 다시 타석에 들어설 일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벤치의 예상은 성급한 것이었습니다.

둘째, 오지환의 실책으로 비롯된 1사 만루에서 이대환은 정상호를 상대로 몸쪽 공을 연속으로 던지며 2-0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선점했습니다. 카운트가 몰린 정상호는 3구째에 어정쩡한 스윙으로 투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 타구를 만들었는데 이 타구를 이대환이 포구하지 못하고 글러브에만 맞히며 유격수쪽으로 흘러가 끝내기 안타가 되었습니다. 만일 이대환이 침착하게 포구했다면 1-2-3의 병살타로 이닝을 종료시키며 12회초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11회말의 두 개의 실책성 수비는 모두 프로답지 못한, 평정심을 상실한 플레이였습니다.

송신영의 블론 세이브와 11회말의 엉성한 수비가 1차적인 패인이지만 2개의 홈런 포함 13안타 5볼넷을 얻고도 6득점에 그친 LG 타선은 집중력이 부족했습니다. 1회초 2사 1, 2루, 2회초 2사 1, 2루, 3회초 2사 2루, 4회초 1사 3루, 5회초 2사 1, 2루, 7회초 2사 2루의 득점권 기회가 모두 잔루로 남았습니다. 1회초부터 7회초까지의 6번의 득점권 기회 중 단 한 번만이라도 살렸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특히 나란히 6타수 1안타로 타점을 올리지 못한 이택근과 이병규의 중심 타자답지 못한 부진이 뼈아팠습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무엇보다 출루가 중시되어야 할 연장전에서 LG 타자들은 10회초와 11회초 모두 3자 범퇴로 손쉽게 물러났다는 것입니다. 선발 김광삼을 구원해 3.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임찬규의 역투는 헛수고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만일 12회말까지 양 팀이 점수를 뽑지 못해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해도 9회말 송신영의 블론 세이브를 감안하면 LG로서는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무승부를 기록할 경우 LG는 연승이 중단되지 않고 SK도 연패를 끊지 못하는 것이 되며 승차도 3.5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1회말 끝내기 패배로 4위 SK와 다시 4.5게임차로 벌어져 어제까지의 4연승이 무색하게 되었고 5할 승률의 문턱에서 좌절했습니다. 리즈가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었고 김광삼이 한계를 드러냈기에 남은 일정이 빡빡한 LG의 4강 희망은 다시 멀어졌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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