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일 휴식 후 5일 등판의 빡빡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주키치의 초반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습니다. 구속보다는 제구로 승부하는 주키치가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입니다. 1회말 1실점에 이어 2회말에도 득점권 위기를 맞았는데 2사 후 이희근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오지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면 초반 흐름을 한화에 내줄 뻔했습니다.

▲ LG 이진영 ⓒ연합뉴스
따라서 3회초 1사 후 이대수의 큼지막한 타구를 담장에 충돌하며 아웃 처리한 이진영의 호수비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만일 이진영이 처리하지 못했다면 2루타 이상이 가능했고 상대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어 추가 실점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습니다. 얼굴과 팔을 강하게 담장에 부딪힌 뒤 4회초 타석에서 교체된 이진영은 5월 13일 목동 넥센전에서 강병식의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며 담장에 충돌해 어깨 부상으로 한 달 넘도록 결장한 바 있는데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3회초까지 한화 선발 김혁민을 상대로 단 한 타자도 출루하지 못하며 눌리던 LG 타선은 3회말 이진영의 호수비 직후 연이어 장타를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1사 후 풀 카운트에서 작은 이병규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이병규의 2점 홈런과 김태완의 솔로 홈런으로 4:1로 전세를 뒤집었습니다. 작은 이병규의 홈런 이후 이택근의 타구는 한화 3루수 김회성이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는데 실책성 수비로 안타가 되었고 이후 이병규의 홈런이 터졌습니다. 상대의 허술한 수비를 파고들어 득점과 연결시킨 것입니다.

김태완의 홈런은 실질적인 대수비(4회말부터 김태완은 2루수로, 2루수였던 서동욱이 이진영을 대신해 우익수로 배치되었습니다.)로 투입된 선수가 첫 타석에서 터뜨렸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했습니다. 김태완은 6회초 1사 1, 3루에서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적시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는데 어제 경기부터 2경기 연속 교체 투입되어 3개의 장타와 1개의 스퀴즈로 4연타석 연속 타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최근 장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력이 떨어졌던 LG는 모처럼 장타로만 5득점하며 6안타만으로도 승리했습니다.

낙승을 거뒀지만 복기해야 점도 있습니다. 7회초 이학준의 3루 도루 실패는 본헤드 플레이였습니다. 4점을 앞선 경기 종반 2사 후라면 주자가 2루에 있든 3루에 있든 차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가 나오면 타격과 동시에 발 빠른 이학준이 2루에서 출발할 테니 득점은 어렵지 않습니다. 3루에 있으면 상대 실책이나 폭투로도 득점할 수 있기는 하지만 LG가 4점을 앞선 상황에서 1점을 추가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학준은 무리하게 3루 도루를 감행하다 아웃되며 이닝을 종료시켰습니다. 1군에서 대주자 외에는 출장 가능성이 떨어지기에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고 고과에 반영시키기 위한 의도인지 알 수 없으나 이학준의 도루 시도는 무의미한 것이었으며 공격 흐름도 단절시켰습니다. 이전에도 무리한 도루 시도 실패나 견제사가 없지 않았기에 이학준의 과욕이 실망스럽습니다.

9회초 선두 타자 박경수의 안타 이후 서동욱 타석에서 희생 번트를 지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후속 타자 오지환과 김태군보다 서동욱이 안타를 칠 가능성이 높았으니 서동욱에게는 희생 번트보다는 강공으로 맡기는 편이 나았습니다. 서동욱이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지만 6회초에는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고 최근 타격감을 감안하면 맡기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 빡빡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주키치를 83구만에 강판시킨 것이나 9회말 이상열을 아끼고 사이드암 김선규에게 상대 좌타자들을 끝까지 맡긴 투수 운용은 바람직했지만 9회초 희생 번트 지시는 과유불급인 듯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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