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승우 칼럼] 동성애를 연구하고 관련 서적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가 허호익 교수(대전신대 은퇴)를 면직·출교 선고한 것은 국제적으로 손가락질을 당할 심각한 후진적 행태다. 예장통합의 결정은 동성애가 후천적 요인이라기보다 유전적 생리 현상이라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외면하고 미국, 영국 등 29개 국가가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한 국제적 현실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기독인회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당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동성애자 보호법'으로 규정하고 발의를 저지하겠다면서 "동성애는 ‘부도덕한 성적 만족행위’"라고 밝혀 국민의 머슴인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의식 수준을 드러냈다.(한국일보 2020년 7월 17일) 국민의 행복 추구를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할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고 차별을 제도화하자는 반민주적 발상을 드러낸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태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예장통합 대전서노회 재판국(심만석 재판국장)이 지난 8월 19일 허 교수가 저서 <동성애는 죄인가>(동연)와 몇몇 공개 강연에서 동성애를 옹호했다며 최고형인 면직·출교 판결을 내린 것도 21세기 4차 혁명시대를 역행하는 퇴행적 행동에 다름 아니다. 국회의 일부 무지한 국회의원의 반민주적 폭탄발언에 이어 일부 종교단체가 동성애에 대해 합리적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막가파식 반대를 한 것은 모든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선진화된 민주주의의 도입을 반대하는 심각한 걸림돌이라 하겠다. 이 나라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비과학적이고 원시적인 반사회적 폭거를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하다.

유엔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학력 및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2007년에서 2017년까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한국 정부에 아홉 차례 권고했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로 되어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규범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인권과 평등의 시계 바늘이 후퇴하는 한심한 모습이다. 특히 일부 종교집단이나 정치집단의 요구에 의해 인권을 짓밟는 정치가 행해지는 것은 심각한 적폐라는 것을 인식해야 후진국이라는 손가락질을 면할 수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대우는 많은 나라에서 당연시하고 심지어 극단적 린치까지 가하는 일이 있지만 네덜란드가 2001년 최초로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법제화한 뒤 오늘날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대만 등 29개 국가가 같은 조치를 취했다. 동성애 결혼은 인권과 시민권, 그리고 정치 사회 및 종교적 차원에서 합법화된 것으로 동성애 차별을 철폐하는 가장 적극적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동성애 차별을 철폐해야 할 이유는 많은 선진국에서 다각도로 연구해 그 합리성과 타당성을 확인시켰고 그것이 입법으로 연결된 것이다. 동성애 차별을 철폐하고 그들의 결혼을 합법화 하는 기반이 된 과학적 연구결과는 다양하다. 동성애자나 그들에 의해 양육되는 자녀의 법률적 및 비법률적 혜택을 이성애자와 동등하게 하는 것이 동성애자의 행복을 증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자는 성적 정체성이 이성애자와 다르다는 점은 다양한 생물학과 유전학 연구 결과 밝혀졌다. 미국의 생물학자 알프레드 킨제이는 1950년을 전후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게이는 전체 인구의 10% 정도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오늘날 개인들이 성적 정체성을 밝히는 형식의 조사에서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애는 약 5% 정도로 나왔다. 일부 조사에서는 동성애 감정이 있다고 인정한 성인의 비율은 1.8~11%에 달했다.

21세기 들어 성적 소수자의 권익은 정치적 권리 보장이 소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더 얻고 있는 가운데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마이클 베일리 심리학 교수 등은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종합적 연구 결과를 2016년 4월 아래와 같이 과학전문지에 발표했다.1)

"비이성애자 체질을 지닌 사람들은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고 자신의 성적 지향을 표현하는 방식은 문화권의 규범이나 관습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개인적인 감성은 전 세계를 통해 유사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

성적 지향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생물학적 및 비사회적 환경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남녀의 성적 지향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남성의 성적 지향은 성적 욕망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여성의 그것은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들과 연관되어 있는데 태아기의 호르몬이나 특수한 유전적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성적 지향은 사회적 수단들에 의해 가르치거나 학습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非) 이성애적 지향, 즉 동성애 등은 사회적 관용이 증대되면서 더 일반화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이성애자 부모의 자녀도 동성애로 태어나는 경우를 피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후손을 생각해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도 제기되어 있다.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법과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지구촌의 많은 나라에서 성적 소수자로 공개되는 것은 사회적인 낙인의 대상이 되면서 크고 작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차별받는 소수자의 한 부류인 성적 소수자에 대해 그 차별을 금지하는 입법 작업이 지연된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문제에 대한 심각한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행정 문서 등에서 ‘양성 평등’을 앞세우고 ‘성적 평등’이라는 표기를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금지가 인권보장의 핵심과제이기 때문이다.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정부의 여성가족부는 2017년 공공 문서에 ‘성 평등’이란 단어를 사용하려다 야당 등의 반대가 자심하자 결국 포기하고 ‘양성평등’으로 기재했고 서울시교육청도 2018년 3월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해소하겠다며 '교직원 양성평등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실천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성 평등’은 성적 소수자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고 ‘양성 평등’은 성적 소수자를 배제한 개념으로 흔히 쓰인다. 성적 지향이나 그 정체성은 후천적인 선택 사항이 아니고 선천적인 것으로 과학이 밝히는데도 후진 사회는 이에 눈을 감는다. 차별을 묵인하거나 제도적으로 법제화하는 것 등은 유엔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2007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삼고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일부 종교 세력이 반대하면서 성적지향, 학력, 출신국가 등 7가지 항목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뺐다가 결국 폐기했다. 정부와 국회 등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세력에 굴복해 국제사회의 인권존중 요구나 상식에 등을 돌리는 것은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2012년 대선 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않겠다고 후퇴한 입장을 보였다. 사회권위원회가 2017년 ‘긴급하게’(urgent)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한 바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월말 현재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이 성적 소수자를 포함하는 개념인 ‘성 평등’을 외면하는 것은 사회 전반적인 인권 의식을 후퇴시키는 작태다. 정치권이 사회적 약자를 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결국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이 조롱과 폭력의 대상이 되면서 존재 자체를 위협당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이는 인권 보호에 바탕을 둔 법치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촛불이 그 청산을 명령한 구조적인 사회 적폐의 하나가 사회적 약자 문제다. 국가인권위가 2017년 자신의 정체성(성소수자·여성·장애인·이주민)과 관련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즉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성소수자의 84.7%, 장애인의 70.5%, 여성의 63.9%, 이주민의 52.3%가 '어느 정도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증오범죄 피해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성소수자가 92.6%, 여성의 87.1%, 장애인의 81%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는 자신의 정체성 등으로 인해 받게 되는 비난의 두려움보다 증오범죄 피해 우려가 오히려 더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이 혐오와 차별이 일상을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은 자살이 세계 1위, 출산율 세계 최저로 ‘생지옥’이라 불리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이 사회는 ‘나도 살기 싫고 후손이 살아가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의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한국은 정부 당국이 성적 소수자의 존재를 공문서에 반영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고 범사회적 차별법이 여전히 제정되지 않아 성소수자가 당하는 고통은 매우 심각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면서 그들이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인 지원이나 보호가 절실하다. 전체 사회가 민주화 되려면 사회적 소수자, 약자 등의 권익이 사회적 다수인 보통사람 수준으로 맞춰져야 한다.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이런 점을 살필 때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예장통합 대전서노회 재판국은 허호익 교수를 면직·출교 선고한 것을 즉각 백지화하고 공식 사과,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국민의 힘 기독인회 소속 의원들도 동성애에 대한 비과학적 태도 표명에 대해 사과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추진에 앞장서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마땅하다.

주1) J. M. Bailey, P. L. Vasey, L. M. Diamond, S. M. Breedlove, E. Vilain, M. Epprecht. Sexual Orientation, Controversy, and Science.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2016; 17 (2): 45 DOI: 10.1177/1529100616637616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What scientists know -- and don't know -- about sexual orientation." ScienceDaily. ScienceDaily, 25 April 2016.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4/160425161342.ht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