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암울한 시기를 건너고 있다. 모두의 관심사가 건강과 안녕이 된 시기다. 겨울부터 시작된 감염병은 아직도 세계를 누비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감염병과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통해 알려졌다. 코로나19에 걸리고 치료를 받는 과정과 완치 후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코로나19는 완치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했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며 점검해야 했다. 완치되어도 건강은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정도로 후유증은 심각했다. 완치되었다고 하지만 완치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상하고 무서운 상황이었다.

텔레비전을 켜면 뉴스특보, 속보를 통해 매일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 집단 발생지에 대해 보도를 한다. 집회와 모임을 하지 말라는 권고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수 있다는 말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감염병이 더 확산되면서 마음의 골은 깊어지고 병도 깊어졌다. 곳곳에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문구가 거리마다 걸렸다. 이주일 보지 않고, 만나지 않아 멀어지는 사이라면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문구도 보았다. 되도록 집에 머물고, 만남을 삼가고, 사무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집에 있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서울에서 문을 닫는 음식점과 PC방 등이 늘어나 상가 전체로는 2분기에만 2만개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음식점 입구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권고 수준에 그치지 않고 강도 높은 제재를 들어간 업종도 있다. 외부활동에 대한 제재, 업종의 영업방법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불안감보다 경제적인 불안감이 더 커졌다. 당장 먹고살 길이 없어진 사람들은 건강이 문제가 아니다. 월급이 50%가 삭감된 사람들도 있고, 인원 감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있고, 회사가 문을 닫아 별수 없이 집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도 있다.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감축 인원의 몫까지 일해야 했다.

비대면으로 직무 환경이 바뀌면서 미리 대비하지 않은 곳은 모든 작업을 비대면 직무 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일거리가 없어 매출은 줄고 매달 적자라고 오너는 이야기하지만, 밑에서 일하는 직원은 전에 비해 하는 일은 많아지고 몸도 마음도 힘들어졌다. 다른 회사는 월급의 30%를 삭감하였네, 50%를 삭감하였네, 인원 감축한 곳도 많네, 라는 말을 협박처럼 하는 오너를 보고도 별 말하지 못하는 신세다.

고달프고, 서글픈 생활이다. 한 달에 들어가는 생활비를 생각하면 눈물을 머금고 참아야 했다.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사교육비는 더 늘었고, 집에 있게 되면서 엥겔지수는 더 높아졌다.

정부는 고통을 분담하여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 내자고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분담은 불만을 증폭시키고, 피로감만 누적시킨다.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왔지만 지원금은 말 그대로 생활에 아주 잠깐 보탬이 될 뿐이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먹고 살길을 고민해야 하는 일은 매일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고통을 분담하자고 말하는 이들이 고통 분담과 먼 생활을 하고 있다면 불신만 커진다.

9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좋았던 시절에 흠은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모두 어렵고 힘들 때 흠은 감정 상하고,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다. 지금 지도층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티끌 하나, 흠 하나 없이 사는 사람도 없다. 다만 지금은 티끌이 먼지 덩어리처럼, 흠이 동굴 입구처럼 보일 수 있을 때이다. 사람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 한순간은 아주 작은 것,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부부가 이혼하는 이유도, 친구와 절교를 하는 이유도 남이 들으면 별것 아닌 것이 많다. 정말 어려운 일이 있다면 도와주고 감싸주고 같이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이 상해 돌아서게 되는 것은 정작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다.

이타성까지 바라지 않는다. 정부와 지도층은 고통을 분담하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내자고 말하지만 우린, 이미 충분히 힘들고 고통스럽다. 당신한테서 마음이 돌아서지 않게 잡아주길.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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