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걸 그룹 버라이어티라고 시작했지만 막상 청춘불패가 시청자에게 준 것은 착하게 농촌에 적응해가는 성장의 즐거움이었다. 허나 자리를 잡아갈 즈음 슈퍼스타K의 역습을 받아 시청률이 크게 흔들렸고 거기다가 주축이었던 소녀시대 써니, 유리의 이탈까지 겹쳐 결국은 종영의 수순을 밟게 됐다. 청춘불패의 성공 이후 영웅호걸, 꽃다발 등이 만들어졌지만 내용적으로나 파급력 모두에서 청춘불패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청춘불패가 예능으로서 높은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더라도 남성들의 전유물이 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 청춘불패가 종영 1년을 맞는 즈음에 시즌2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록 시즌1의 멤버들을 그대로 가져가진 못하지만 청춘불패가 가졌던 장점들을 더 살려낼 것은 분명하다. 청춘불패가 종영된 이후 그 자리를 대신할 마땅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오히려 청춘불패가 시작하기 전 평범한 시간대였던 금요일 심야시간 대는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댄싱위드더스타 등 강력한 예능이 배치되면서 가장 뜨거운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는 격전지로 변했다.

아직 청춘불패가 편성될 요일과 시간 등의 구체적인 것들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미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의 아성이 굳혀진 예전의 시간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영 힘을 쓰지 못하는 주말 예능의 돌파구를 찾는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해 보인다. 비록 무한도전이 날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말 저녁의 예능에는 아직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시간 편성을 어떻게 받건 간에 중요한 것은 쉽지 않을 거라 보였던 시즌2 출범이 가시화된다는 것이다. 그 후 일 년간 국내 걸 그룹 판세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슈퍼스타K의 성공에 자극받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 오디션천국이 돼버렸다. 그런 상황이기에 청춘불패 시즌2의 소식이 좀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비록 써병커플 써니와 효민, 군민며느리 유리, 하라구 구하라, 성인돌 나르샤 등의 캐릭터들을 다시 볼 수는 없지만 청춘불패 원년팬들에게 시즌2 출범은 분명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청춘불패의 부활과 더불어 올 추석에 특집으로 천하무적야구단이 일회적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담당PD는 부활이 아니라 일회성 이벤트임을 강조했지만 천무단 역시 시청률을 이유로 종영한 이후 만든 프로그램들이 결코 천무단 이상의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또한 기대를 갖게 한다. 어떻게 보면 프로야구 관객 600만 시대에 천무단은 무한도전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예능 포맷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스포츠 버라이어티를 잘 살리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야구 환자가 넘쳐나는 이상 시청률이 폭발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지만 천무단은 야구팬도, 예능팬도 다 잡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아직 그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버라이어티로서는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일을 벌여놓았다. 사회인 야구인들이 마음 놓고 경기할 수 있는 꿈의 구장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이번 추석특집이 이 꿈의 구장 건립비용을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꿈의 구장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인 야구단의 수를 봤을 때 결코 완성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프로구단은 늘어가고 관객도 늘어나지만 그 저변을 탄탄하게 뒷받침할 사회인 야구를 위한 인프라는 아직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천무단이 벌여놓은 꿈의 구장 프로젝트는 그래서 계속되어야 할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적어도 프로야구단 숫자만큼의 꿈의 구장을 각 지역에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런 거창한 목표가 없다고 할지라도 멤버 구성에 좀 더 과감한 투자를 하고, 예능 요소를 잘 구성만 한다면 천하무적야구단은 여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시즌 오프 후 야구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특히 작년과 달리 올해 천무단에게는 아주 강력한 기대주가 존재한다. 바로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고 있는 양신 양준혁이다. 양신 카드를 잘만 활용한다면 천무단 시즌2는 성공 확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청춘불패가 돌아온다는 소식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그 반가움만큼이나 천하무적야구단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 또한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두 프로그램의 최고 장점이라면 누구 흉내를 낸 것이 아닌 KBS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는 점이다. 그 자부심을 시청률에 쉬이 포기했던 것이 예능국의 근시안적 판단이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청춘불패와 더불어 천하무적야구단도 시청자에게 돌려달라. 야구노비 오지호도, 늙은사자 이하늘도 다시 보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