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방송 광고 직거래 저지'를 내걸고 진행했던 총파업 찬반투표가 84.9%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는 22일 오전 11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 23일 오후 2시 '총파업 출정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8월에 미디어렙법을 입법하지 못하면 조중동 방송은 곧바로 광고 직거래에 나설 것이고, 이는 미디어 생태계 대혼란과 언론 공공성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회주의적인 여야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전 조합원의 투쟁을 통해 조중동 방송을 미디어렙에 포함하는 법안을 반드시 쟁취해내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언로노조는 이번 총파업 투쟁의 당위성을 알리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종편은 왜 광고 직거래를 고집하는가’와 ‘정권의 특혜, 종편채널의 생존방식인가’에 이어 세 번째 기고문을 게재한다.

지난해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4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을 선정하자, 2008년 11월 27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방송광고판매대행법(이하 미디어렙)의 입법 문제가 언론·시민·노동·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가장 큰 쟁점은 ‘종편채널의 의무위탁’ 문제였다.

사실상 지상파방송과 동등한 시청 범위와 편성권을 가지만, 법적 성격이 프로그램채널사용사업자(Program Provider, PP)라는 이유로 기업과의 광고 직거래가 허용돼 있기 때문이다. 야당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종편채널의 광고 직거래가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을 밀착시켜 광고주 기업들과 유착됨으로써 보도의 영향력을 이용한 약탈적 광고영업이 일어나 우리나라 언론지형 전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종편채널의 의무위탁을 주장하고 있다.

▲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조선 중앙 동아 매경 사옥

반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종편채널의 입장을 대변해 현행 방송법이 종편채널의 광고 직거래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금지하는 입법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방송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조항은 시대 상황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 더 큰 문제는 의무위탁 논란에 가려져 미디어렙의 다른 쟁점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학계와 현업언론계가 미디어렙법 제정과 관련해 제기하고 있는 쟁점은 무려 12가지에 이른다. 중요한 쟁점만 살펴보아도, (1) 경쟁 형태 : 미디어렙 수, 공·민영 미디어렙간 영업영역 구분, (2) 소유 규제 : 1인 소유 상한선, 방송사·신문사·대기업·통신사·광고대행사··외국자본 등의 출자제한 및 소유규제 방식, (3) 사업 영역 : 미디어렙이 대행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 (크로스 미디어 영업 허용 여부), (4) 의무위탁 대상 : 미디어렙에 광고 판매를 위탁해야만 하는 방송사업자의 범위, (5) 취약매체 지원방안 : 지역·종교·중소방송을 지원하는 방식, 방송광고(균형)발전기본계획의 수립·시행 여부, (6) 경영·영업의 자율성과 독립성 : 방송사 또는 대주주의 간섭이나 압력으로부터 미디어렙이 경영·영업의 자유를 지킬 방법, (7) 공영방송사의 미디어렙 지정 :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사의 공영미디어렙 지정 여부 등 7가지에 달한다.

현재까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6개안이다. 한선교안(2009.5.15.발의), 진성호안(2009.11.3.발의), 이정현안(2009.12.15.발의) 등 한나라당 3개 법률안, 전병헌안(2009.12.14.발의), 김창수안(2009.9.25.발의), 이용경안(2009.12.4.발의) 등 야당 3개안이 발의됐다. 이들 법률안을 통해 보면, 한나라당은 종편채널의 광고 직거래 허용을 공통 내용으로 하면서 한선교안, 이정현안은 1사1렙의 완전경쟁체제, 1인 소유 상한선 51%, 지상파 이외 기타매체 광고판매 허용(단, 이정현안은 1인 상한선 30%, 3년간 지상파만 대행)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진성호안은 1공1민(MBC는 공영 지정후 3년 일몰제 적용), 1인 상한선 30%(방송사 3년간 소유 금지), 3년간 지상파만 대행(이후 기타매체 크로스 판매 허용)을 한다고 되어 있다.

반면, 야당 법률안들은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광고 직거래 금지를 공통으로 약간씩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안은 1공영(2공영)다민영 미디어렙, 1인 소유 상한선 30%(방송사합계 최대지분 50%), 지상파·종편·보도채널만 광고판매(지상파 계열PP의 광고판매 금지) 등을, 자유선진당 김창수안은 1공1민영(공영미디어렙에 KBS,MBC,EBS의 방송광고 위탁), 1인 상한선 30%, 지상파방송 이외 기타매체 광고판매 허용 등을, 창조한국당 이용경안은 1공1민영, 1인 상한선 30%, 기존 보도채널만 2011년 말까지 유예후 직접영업 금지, 지상파·종편·보도채널만 광고판매 등을 내용으로 한다.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을 보면, 미디어렙의 경영·영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침묵하고 있다. 미디어렙이 방송사의 재원을 책임지면서 보도·제작에서의 자율성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 구성이나 외부 규제 장치 등 경영·영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항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입법 미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렙 법안 논의에서 종편채널의 광고 직거래 문제만큼 관심을 받고 있는 문제가 사회적 필요성은 높으나 광고주의 선호도는 낮은 광고취약매체, 즉 중소·지역신문과 지역·종교방송 등 중소매체에 대한 물적 지원 문제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도 광고취약매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합헌성이 인정되었고, 여야 의원 모두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용경안을 제외하면 다른 법률안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지원하고 이를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 하는 각론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국회에서는 법률만 만들고 나머지 쟁점들은 당사자들, 즉 방송통신위원회와 중소매체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학계나 언론계에서는 종편채널의 광고 직거래가 허용되면 생존을 위한 약탈적 광고영업을 불려와 중소매체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오고 언론계 전반의 붕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는 공통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특히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서울의 중소신문과 지역신문이 종편의 광고 직거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하다. 미디어렙 법안의 입법,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반법 전환, 지역방송지원특별법의 제정 등을 이들 중소매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대책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가시화된 지역방송지원법의 입법 활동은, 장병완 민주당 의원이 2010년 12월 19일 대표 발의한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안이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역방송의 디지털 전환비용 지원 가능 △지상파방송과 종편채널은 1주당 3시간 이상을 지역방송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 편성 △방통위원장은 3년마다 지역방송 발전지원계획 수립·시행 △방통위 소속으로 지역방송발전위원회 두고 지역방송발전기금의 관리 및 운용 등 직무 수행 △지역방송발전기금을 설치하여 지역방송의 경영여건 개선 등에 지원 가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률안은 미디어렙법안을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지역방송에 대한 광고할당율, 광고연계판매율 등 가장 중요한 재원마련방법이 빠졌고, 정부예산 문제로 선언적인 규정에 머무르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미디어렙 법안의 입법이 한나라당의 방해로 지연되자 민주당 일각에서 중소방송지원특별법으로 우회하자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이 법률안은 △지원의 주체가 방통위로 되어 있어 정부의 자의적 기준과 판단에 따라 중소방송의 지원규모가 달라짐으로써 언론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 △법안에 규정된 지역방송에 대한 광고할당율이 현재 수준보다도 미달되어 실질적인 지원이 못된다는 점 등으로 지역방송 구성원들의 동의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신문의 상황은 지역방송보다 더욱 심각하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2010.1.25일 개정, 이하 개정 신문법)에 따라 신문발전위원회, 신문발전기금, 신문유통유통원 등 신문지원기관이 당초 신문지원기관이 아니었던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통합되었다. 그나마 지역신문을 지원해왔던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지역신문 현업언론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치권 등의 노력으로 2010년 9월에 다시 6년이 연장되었지만 이번에도 한시법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다. 그동안 신문지원기관의 중심으로 법적 위상이 높았던 신문발전위원회가 개정 신문법에 따라 해체되고, 신문발전기금이 언론진흥기금으로 통합되면서 (종이)신문 뿐만 아니라 인터넷신문, 인터넷뉴스서비스, 잡지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대상이 확대되어 실제 지원 규모는 이전 신문발전기금을 사용할 때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문화관광체육부의 2011년 예산안만 보더라도 언론진흥기금 자체가 20억원이 감축됐고, 지역신문발전기금은 4억원 정도 증가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원대상 지역신문 수를 보면 2010년에 비해 일간지 4개사, 주간지 8개사가 증가한 81개사로 늘어 실제 지원금은 줄어들었다.

이에 대한 해법에 관한 논의가 여야 정치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2009년 12월 9일에 신문 등의 지원·육성에 관한 특별법안,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한나라당도 허원제 의원의 신문법 일부개정안, 진성호 의원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현재 신문 지원 입법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업언론인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다. 언론노조는 신문산업진흥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주요 내용은 △지원대상은 일간신문, 지원방식은 일괄지원으로 하고 △신문산업 진흥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신문산업진흥기금을 설치하고 △신문산업진흥기금으로 신문산업구조 개편사업, 신문공동제작사업, 청소년 신문읽기 등의 사업을 지원하고 △신문산업진흥기금의 관리·운용을 위해 신문산업진흥위원회 설치하며 정부광고에 대한 광고대행수수료를 감면(10%→5%)하고 △각종 세금지원 혜택을 늘인다(광고매출에 대한 면세나 감세 추진) 등이다. 하지만,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 법안에서도 기금의 재원을 주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신문 지원을 위한 충분한 기금을 마련하는 데는 미흡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상에 본 바와 같이 미디어렙의 쟁점에 관한 충분히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지역·종교방송과 중소·지역신문 등 중소매체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현재 정치권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것은, 선언적이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어 실행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별 매체별로 접근하고 재원의 조달을 주로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정부 개입의 위험성이 크고 국민의 알권리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데 미흡하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매체간 균형 유지와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전체 언론의 운영재원으로 TV광고를 활용하고 있는 프랑스의 방송 제도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는 2009년 3월부터 △광고시장에서 TV에 비해 열세에 있는 전국일간지에 대한 지원을 위해 TV광고세를, △총매출액 중 광고수입이 20% 미만인 지상파라디오방송국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세금을 TV광고에 대한 특별분담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이 특별분담금은 광고주가 미디어렙에 지급한 총 광고비(부가세 제외)를 기준으로 적용되고 연간 지급총액(1,100만 유로 초과)에 따라 3%의 요율을 적용 계산하지만, 지상파 방송이 아닌 기타 TV서비스(위성/케이블 등)의 경우 그 비율을 차등 적용(2009년 1.5%, 2010년 2%, 2011년 2.5%)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재정경제원장인 미셸 샤팽(Michael Sapin)이 주도해 부패를 방지하고 경제 생활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취지의 광고법(일명 샤팽법)을 199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주요 골자는 △요금의 투명성(제18조, 19조) △거래의 투명성(제20조) △광고회사의 대행 수수료는 반드시 광고주에 의해서만 지불되어야 하며 미디어가 광고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을 금지(제21조)한다는 것이다. 이 TV광고 특별분담금과 샤팽법은 프랑스 언론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주요 사회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종편채널 출범을 통해 언론 전반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왔다는 데 학계와 언론계의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은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종편채널의 광고 직거래를 막는 미디어렙 법안 의 입법이 현 시점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논의에 맞춰 중소신문, 지역신문, 지역방송 등 개별적 매체에 대한 지원 입법도 당장은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인터넷 포탈 서비스를 포함하는 언론 전반의 광고 재원을 어떻게 모으고 효과적으로 분배할 것인가 하는 의제를 사회적으로 적극 제기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즉 매체별로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대증요법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여론의 다양성 보호와 민주적인 공론의 장을 지켜간다는 목적 하에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 왔다. 현재 이러한 논의에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은 언론노조이다. 언론노조는 광고재원마련구조와 재원집행체계를 포함한 ‘언론균형발전기본법 (가칭)’의 제정을 위한 논의를 미디어렙법 입법투쟁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은 “여론의 다양성과 민주적 가치를 지킨다는 공익적 목적 하에 전체 언론매체에서 재원을 출연하고 이를 사회적 필요와 투명한 절차에 따라 배분하는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언론균형발전에 관한 입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 다”고 밝혔다. 이제 언론산업의 균형발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다가왔다. 다양한 정당·언론·시민·노동·사회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제기와 사회적 의제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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