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이틀 연속 홈에서 패하며 넥센전 5연패를 기록했습니다. 4위 롯데와도 5.5게임차로 벌어져 포스트 시즌 진출은 사실상 좌절되었습니다.

4회말까지 LG는 넥센 선발 나이트를 상대로 5안타 4볼넷을 얻으며 매회 출루로 기회를 잡았으나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특히 4회말 작은 이병규의 타구를 넥센 중견수 장기영이 잡지 못하는 실책성 수비에도 불구하고 주루사로 더블 아웃 당하며 득점에 실패한 것은 왜 LG가 모래알 팀인지를 입증하는 한심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우선 2루주자 이병규의 홈 쇄도 아웃은 무리한 주루 플레이였습니다. 2:0으로 뒤진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4회말로 경기 초중반이며 노 아웃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홈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병규의 판단인지 아니면 유지현 주루 코치의 판단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과욕이 빚은 횡사였습니다.

이병규의 홈 아웃만으로도 LG는 충분히 손해를 입었지만 타자 주자 작은 이병규가 1루 주자 이진영을 지나쳐 아웃된 것은 공격 흐름을 완전히 끊은 본헤드 플레이입니다. 외야로 향한 깊은 뜬공이기에 1루 주자 이진영이 2루로 태그 업 기회를 엿보려 1루로 귀루한 것은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지만 작은 이병규는 선행 주자 이진영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1루 베이스를 지나쳐 1루로 되돌아온 이진영을 앞질렀습니다. 만일 작은 이병규가 내야 땅볼 타구가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1루 베이스를 지나 파울 라인 밖으로 빠져 나와 타구를 관망했다면 설령 2루 주자 이병규가 홈에서 아웃되었다 해도 1사 1, 2루로 기회를 어느 정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행 주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생각 없는 주루 플레이가 기회를 완전히 무산시켰습니다. 만일 두 명의 이병규가 어처구니없이 주루사하지 않았다면 LG는 최근 타격감과 선구안이 좋은 서동욱의 앞에 무사 만루의 역전 기회를 맞이했을 것입니다. 4회말 상대의 실책성 수비까지 포함 3안타 1볼넷을 묶어서도 무득점에 그친 것이 LG의 패인입니다.

역전을 허용한 7회초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선두 타자 강정호의 안타로 무사 1루가 된 뒤 오재일을 상대로 선발 박현준이 2-0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투구수 100개가 넘었을 때가 힘이 떨어진 박현준을 교체할 적기였습니다. 8월 21일 두산과의 2군 경기에서 박현준이 단 1이닝밖에 소화하지 않았기에 오늘 경기에서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는 것이 무리였음을 감안하면 투수 교체는 빠를수록 바람직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대타 이숭용을 상대로 정면 승부하다 2타점 결승 2루타를 허용한 것입니다. 최선은 박현준 대신 좌투수 이상열을 투입하는 것이었으며, 차선은 박현준을 그대로 두고 이숭용에게 확실한 고의 사구를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포수 김태군으로부터는 몸쪽 사인이 나왔고 박현준의 투구는 한복판 실투가 되어 결승타로 연결되었습니다. 이미 박현준의 투구수가 100개가 넘어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시점에서 이숭용을 상대로 유인구로 승부한 것 자체가 슬기롭지 못한 판단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숭용과의 승부는 김태군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벤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분명 무리수였습니다.

▲ 침울한 LG ⓒ연합뉴스
박종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8안타 6볼넷을 얻고도 2득점에 그친 타자들의 집중력 부진이 패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LG 타선의 집중력 상실은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무려 두 달 이상 지속되는 고질병입니다. 따라서 감독의 라인업 배치나 작전 구사를 통해 득점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박종훈 감독의 라인업 배치나 대타 투입, 번트 작전 등은 그렇지 않아도 집중력이 부족한 LG 타선을 더욱 허약하게 만들며 공격 흐름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2군에서 어제 올라와 아직 안타도 치지 못한 작은 이병규를 오늘 경기에서 6번 타순에 기용한 것은 패착이 되었습니다. 작은 이병규는 2회말 무사 1, 2루, 4회말 무사 1, 2루, 5회말 2사 1, 2루에서 모두 진루조차 시키지 못했습니다. 4회말에는 안타로 기록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블 아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병규 대신 2개의 볼넷을 얻은 서동욱을 6번으로 기용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오늘 박종훈 감독은 조인성을 2군으로 내려 보내며 ‘프로는 결과를 보여야한다’고 언급했지만 과연 박종훈 감독 본인은 현재 LG의 팀 성적에, 즉 결과에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인지, 혹은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LG 선수들은 오늘 경기를 앞두고 삭발로 각오를 다졌지만 머리를 자른다고 갑자기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어느 팀이건 위기가 닥칠 때마다 수시로 삭발할 것입니다. LG가 모래알 팀이 아니라는 것은 선수단 전원의 삭발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 즉, 진루타, 희생타, 적시타를 통해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통해서만이 입증할 수 있습니다. 나이 서른을 넘은 성인이자 직업인이 삭발을 사실상 강요당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삭발을 통해 팬들의 비난을 면피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선수들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할 것입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 삭발과 경기력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삭발이 무의미한 행위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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