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에서는 MBC사장이라고 볼 수 없는 김재철 씨가 지난 22일 오랜 외유 끝에 MBC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를 ‘사장의 귀환’으로 판단한 듯하다. 김재철 씨와 대화를 하겠다고 한다.

지난 22일 김재철 사장은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 출근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사실상 3선 사장으로 선임된 지 3주 만의 출근이다. 오랜만의 출근 과정에서 김 씨와 MBC본부는 조우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김재철 씨는 MBC본부에 대화를 약속했으며 MBC본부는 “김재철 사장의 약속을 신뢰한다”고 받았다. 또한 출근저지 투쟁도 거둬들여 문까지 열어줬다.

▲ 22일 오전 8시15분 경,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재철 사장(오른쪽)이 정영하 MBC본부 본부장을 향해 말을 하고 있다.

김재철 씨는 자신의 사표제출 ‘쇼’로 촉발된 MBC본부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자 회사로 복귀했다. 김 씨는 MBC본부의 대화요구를 받아들이고 사장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다졌다. 결과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는 김 씨 복귀의 빌미가 된 셈이다. 김 씨로서 대화 수용은 얻으면 얻었지 손해 본 장사가 아니다. 이 정도면 김 씨의 능수능란한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MBC본부는 대화를 위해 진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파업을 위한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MBC본부는 “김 사장과의 공식적인 면담을 하기까지 무려 6개월. 파업 찬반투표까지 모두 마쳐 파업 찬성률이 작년보다 높게 나온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사장과의 면담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총파업이 김 씨와의 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를 다르게 해석해보면 총파업도 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 있었다는 얘기쯤 된다.

물론 MBC본부의 속사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단체협약이 폐지돼 MBC본부의 손발이 묶인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체협약 폐지의 당사자인 김 씨는 이날 “단체협약이 폐지되어서 신경이 쓰인다”는 말과 함께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악어의 눈물에 해당하는 발언으로 MBC본부를 농락했지만 대화를 관철시킨 탓에 MBC본부는 듣지 못한 것 같다.

파업보다 노사 대화가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MBC본부의 주장대로라면 김재철 씨는 더 이상의 대화 상대가 아니다. MBC본부는 김 씨가 사표제출 ‘쇼’를 벌인 이후 “김재철 씨가 복귀할 경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MBC본부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MBC본부는 ‘총파업은 총파업이고 대화는 대화’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씨의 복귀에 방점을 찍은 총파업 선언은 오래전 일이 아니다. 김 씨와의 대화에 목을 맨 MBC본부에게만 오래전 일인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사족 하나, 김 씨와의 대화가 잘 되길 바라지만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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