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마감 기한인 지난 7월 31일 자정을 세 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성사된 LG와 넥센의 2:2 트레이드 이후 처음으로 양 팀이 맞붙습니다. LG 유니폼을 입은 송신영과 김성현은 물론, LG에서 출장 기회가 불규칙적이었던 넥센 심수창과 박병호 모두 주전으로 꾸준히 활약 중이지만 LG 김성현과 넥센 심수창은 8월 21일 경기에 나란히 등판해 이번 3연전에는 등판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양 팀 감독은 두 선수가 친정팀을 상대로 선발 등판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친정팀 LG를 상대하는 넥센 박병호입니다. 박병호는 2005년 LG에 1차 지명되어 3억 3천만 원의 거액을 받고 입단했으나 상무 시절 2년을 제외한 LG 유니폼을 입은 4년 동안 매년 규정 타석도 채우지 못한 가운데 최고 기록이 2009년 타율 0.218, 홈런 9개에 그쳤습니다. LG에는 희귀한 우타 거포의 자질을 지녔으며 2군 무대를 평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군에만 올라오면 자신 없는 스윙을 남발, 삼진을 양산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LG 야수들의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해 16타수 2안타로 0.125의 타율에 1홈런 3타점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 2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넥센과 KIA의 경기. 4회말 2사 3루에서 넥센 박병호가 1타점 동점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트레이드 이후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환골탈태했습니다. 첫 경기인 8월 2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8월 5일 목동 삼성전에서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끈 것입니다. 이적 후 4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린 박병호는 중심 타선에 고정되며 8월에만 55타수 18안타 0.327의 타율에 5홈런 13타점의 기대 이상의 대활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8월 20일 목동 기아전에서는 2:2로 맞선 10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유동훈을 상대로 풀 카운트 끝에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는 감격을 맛봤습니다. 평소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변화구를 노려 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에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끝내기 홈런을 제외하면 박병호는 기아와의 3연전에서 12타수 2안타 6삼진에 그쳤습니다. 지난 2년 동안 1주일 정도 반짝 활약한 뒤 1군에서 사라졌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번 LG전에서 반전해야 합니다. LG를 상대로 매 경기마다 전력 이상의 끈끈함을 보인 넥센이지만 알드리지가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어 박병호가 해줘야 할 몫이 더욱 커졌습니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6년 간 정들었던 LG를 상대로 잠실야구장에 설 박병호를 상대할 선발 투수는 주키치와 박현준이 될 것이 확정적입니다. 3연전의 마지막 경기 선발은 유동적이지만 리즈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LG로서는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넥센에 스윕당한 것을 설욕하며 4강행의 실낱같은 불씨를 살리기 위해 1, 2, 3선발을 총동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친정팀과 처음으로 맞대결하는 박병호의 각오도 남다를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더욱 클 수도 있기에 LG의 1, 2, 3선발을 상대로 어떤 타격을 선보일지도 주목됩니다. 무엇보다 경기 종반 박빙 상황에서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넥센 4번 타자 박병호와 LG 마무리 송신영이 맞대결한다면 매우 흥미진진한 장면이 연출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