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예능이란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일요일 저녁의 즐거움 1박2일이 앞으로 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형식상으로는 KBS 예능국 자체의 결정인 것처럼 꾸몄지만 그 속사정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호동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멤버 전원이 사표를 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과연 강호동이 종영의 원죄를 벗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나영석 PD는 절대로 강호동 때문이 아니라고 했지만 곧이들을 말은 아니다. 당대의 예능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강호동을 저어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출연자에게 해가 되는 말을 할 수는 없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KBS 발표 문안을 보면 종영의 이유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KBS와 강호동씨를 포함한 1박 2일 멤버들은 이제껏 함께 해온 모두가 함께하지 않는 1박2일은 상상할 수 없으며, 전 출연진과 제작진이 1박 2일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모두가 함께하지 않은 1박2일이 존재할 수 없다면 더 많은 다섯 명을 위해 한 명의 의도를 철회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강호동의 하차설로 야기되어 결국 종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은 한 명의 이탈에 나머지 다섯 명이 모두 따르는 형국인 것이 아닌가. 다수결이 매우 부족한 의사결정 방법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다수결보다 나은 차선책도 없다. 어떻게 포장한다 해도 결국 강호동 한 명을 위해 남은 다섯 명은 동반 하차를 선택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발표와 함께 언론이 각 멤버들과 인터뷰한 내용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엄태웅은 안타깝고 아쉽다고 속마음을 그대로 전했고, 은지원은 노코멘트를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C와 MC몽의 하차 이후 공백을 음양으로 메워온 은지원이 종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예인 생활 10년을 넘긴 베테랑이 이 상황에서의 정답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겠다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한 불편함 심정을 대신 표현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것은 강호동이라는 1박2일의 중추가 흔들림으로 해서 결국 튼튼하던 집이 통째로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아쉬움과 분노를 대변하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진심으로 낙담하게 되면 사교적 말 따위는 도저히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힘든 입장이기에 결국 노코멘트하겠다고 하게 된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종영결정 그 자체는 어쩌면 현 상황에서의 최선일 수 있다. 나영석 PD 말처럼 대체 멤버를 구하는 것이 미봉책이라는 것 역시 일리가 있다. 김C 하차 이후 본의 아니게 MC몽이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이어 이승기의 하차설이 꼬리를 물었고, 이제는 가장 강력한 충격파를 가져온 강호동까지 하차설이 대두하고서는 1박2일은 더 이상 부분적인 수리로 움직일 수 없는 반파상태가 됐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강호동을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설혹 찾아낸다 할지라도 강호동의 역할을 그대로 하는 것도 이상하고, 안 하는 것도 어색한 일이 돼버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최선은 아니겠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종영이라는 극약처방일 수밖에 없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강호동의 하차설 없이 종영키로 했다면 정말 아름다운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포장하기에는 늦어버린 시점에서 강호동을 위해서 정말 힘든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제작진의 고뇌가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전혀 다른 예능을 출범시키겠다는 예능국의 발표와 달리 시즌2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나영석 PD의 말에서 종영 결정이 얼마나 마시기 싫은 독배인지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1박2일이 국민예능의 권좌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요소들이 결합했다. 그렇지만 그에 부족하지 않은 구성을 또 꾸민다 하더라도 1박2일에 버금갈 프로가 만들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연예가 모든 것이 그렇지만 흥행이라는 것은 좌변과 우변이 맞아떨어지는 수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알기에 1박2일을 진두지휘해온 나영석 PD의 아쉬움과 불안은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종편의 거액 스카우트제의도 뿌리치고 1박2일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1박2일 시즌2가 됐건, 전혀 다른 포맷의 예능이 됐건 성공에 대한 압박은 표현할 길이 없을 것이다.

1박2일의 6개월 후 종영은 피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강호동 외에는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최악의 결론이다. 또한 강호동 1인을 위해 하차할 꿈도 꾸지 않았던 아우들에게 희생을 강요한 결과일 뿐이다. 특히 일요일 저녁의 소박한 즐거움을 빼앗긴 시청자에게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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