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다. 청와대가 YTN에게 ‘문제’의 돌발영상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고, YTN은 이를 받아들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수정만 요구했을 뿐인데 YTN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돌발영상을 삭제했단다. 청와대와 출입기자들 사이에 ‘합의된’ 엠바고(보도유예)를 YTN이 어겼다는 이유다.

거의 모든 주류언론의 침묵 … 블로거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

정리할 게 몇 가지 더 있다. 그러니까 사제단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삼성 ‘떡값인사’의 명단이나 리스트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 결과 근거가 없다’는 청와대의 공식입장을 브리핑하는 것에 대해 거의 대다수 기자들이 동의를 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이에 대한 엠바고를 요청했는데, ‘일부 기자들’이 약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을 제외하곤 ‘논스톱’으로 진행됐다.

▲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서 블로거들이 문제제기한 YTN 돌발영상 삭제 파문 글들.
이제 대충 ‘판이’ 읽힌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YTN 돌발영상 삭제에 대해 일부 인터넷매체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주류언론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바로 그 정점에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있다. 그러면 의문이 풀린다. 가령 이런 것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그렇다고 해도, 대체 사제단의 기자회견장에 있었던 그 수많은 취재진들은 왜 이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을까. 돌발영상에도 나와 있지만 사제단이 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의 ‘사전브리핑’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자회견 소식을 다룬 언론들 가운데 이 문제를 제기한 곳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러니까 지금 이런 상황인 셈이다. 추론이긴 하지만 한국의 언론시스템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론’이니, 한번 들어보시기 바란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동관 대변인의 ‘사전브리핑’에 대한 기사를 송고하면서 아마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을 ‘정보보고’ 했을 것이고, 이 내용은 아마 각 언론사 데스크들에게 ‘사전에’ 전달이 됐을 것이다.

기자단 폐해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YTN 돌발영상

하지만 사제단의 기자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달랐을 것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있어도, 사제단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없다. 대부분 사회부 기자나 삼성 비자금 관련 취재를 해왔던 기자들이 이른바 ‘커버’를 한다. 통상 기자회견은 기사작성 과정에서 수정을 거치긴 하지만 거의 모든 발언을 일단 ‘기록’을 한다. 이 말을 조금 돌려 해석하면 굳이 사제단이 제기한 ‘사전브리핑’ 의혹부분을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도 된다.

▲ 삭제된 YTN 돌발영상.
이 대목에서 질문. 아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왜 기사 한줄 나오지 않았지? 정답은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데스크들에게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사전에 청와대 출입기자들로부터 엠바고 요청을 인지하고 있던 데스크들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 사제단의 기자회견장에서 제기됐던 ‘사전브리핑’ 의혹과 관련한 부분을 데스크들이 기사를 보는 과정에서 ‘삭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하나의 추론일 뿐이지만 한국적 언론시스템 하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치 담합한 것처럼 ‘사전브리핑’에 대한 부분만 쏙 빠진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전브리핑과 같은 부분이 엠바고(보도유예) 대상인가

그러니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기본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당연히(?) 문제제기를 했어야 할 청와대측의 엠바고 요청에 대해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비상식적인 결정’이 대다수 언론사에 정보보고 됐을 것이고, 이것이 ‘가이드라인’이 돼서 사전브리핑에 대한 부분은 기사에서 제외됐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아직 추론일 뿐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의혹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단정은 이르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와대 대변인실이 보인 ‘해명과 반응’도 이 같은 ‘해석’에 비중을 싣게 만든다. “청와대와 기자들 사이의 신사협정이 깨진 것에 대해 출입기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YTN 돌발영상과 관련해서는 출입기자단에서 적절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신사협정? 대체 어떤 기준에 따라 맺어진 신사협정이란 말일까. 기억하시는가. 노무현 정부시절 기자단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각 언론들과 대다수 기자들이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면서 격렬히 반발한 것을.

▲ YTN 돌발영상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언론과 기자들이 ‘사전브리핑’에 대한 엠바고 요청을 수용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생각하는 YTN은 청와대의 수정 요청에 아예 돌발영상 자체를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하는 기자들은 YTN 돌발영상 파문에 대해서도 거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블로거들이 열심히 의혹을 파헤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는 정말 대조적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해체해야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상황만으로도 청와대 출입기자단 이름의 ‘사과성명서’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사과성명서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보도조차 기대하는 게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 이것이 기자단이 가진 한계이고 폐해다. 가장 큰 폐해는 ‘국민의 알권리’를 그들 스스로, 기자단이 설정한 가이드라인에 의해 침해받고 있다는 점이다.

블로거들의 활동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자단이 존재가치가 있는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해체되어야 한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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