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매일경제는 19일 <獨보다 센 한국판 노동이사제…경영참여 보장·상임이사급 권한> 기사에 이어, 20일 [기자24시]<노동계 표만 보고 법 만드나> 칼럼과 사설 <공기업 노동이사제 밀어붙여선 안된다>를 통해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보도를 연이어 내보냈습니다. 매일경제뿐 아니라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 모든 경제신문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 경제신문이 '공기업의 노동이사제'를 반대하는 근거는 △독일보다 급진적이며 △경영권 침해의 소지가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위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독일 사례입니다.

"독일은 노조가 경영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감독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진의 결정 사항에 대해 법 규정 문제만 검토한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요? 이러한 주장은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독일의 사례를 들어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이는 '혹세무민'일 뿐입니다.

경제신문의 주장처럼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로 구성되는 이원적 이사회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경영이사회는 전원 상무이사로 구성되며 기업 운영을 담당하고 있고, 감독이사회는 대주주인 은행이나 보험사, 채권자, 근로자대표, 경영에 직접 참가하지 않는 해당 기업의 전 CEO나 창업 가문 후손 등 비상임이사로 구성합니다.

감독이사회는 경영이사회 구성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으며, 경영이사회에서 결정한 기업의 장기적 전략, M&A 등 중요한 의사 결정에 대한 사전 승인 또는 사후보고를 받습니다.<안상아(2014) "주요국의 상장기업 대상 이사회 구조 법제현황>

독일연방대법원(BGH)의 1997년 4월 21일 ARAG/Garmenbeck 판결은 경영이사회 이사에 대한 감독이사회의 책임추궁의무에 관한 최초의 판결로 책임추궁과 관련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손해배상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면 감독이사회는 경영이사회 이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여야 한다.

둘째, 손해배상추궁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중요한 사유가 있고, 손해배상을 추궁하는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이 우위에 있거나 같은 가치를 지닌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손해배상책임 추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경영이사회도 감독이사회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의무가 있다.

넷째, 책임 추궁과 관련해 원칙과 예외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지와 관련하여 최소한 자동적인 책임추궁 의무는 인정할 수 없고, 경영상 결정만큼의 광범위한 재량은 허용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당대표 후보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이사 협의회, 경기도 공공기관 노동이사 협의회, 광주 공공기관 노동이사 협의회 대표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이사제 공공부문 전면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사동수로 구성되는 감독이사회는 매일경제 등 경제신문의 주장처럼, 단순히 경영진의 결정사항에 대해 법 규정 문제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이사진의 경영활동을 감시 및 견제하고 경영이사의 임명권과 해임 권한을 갖는 기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있었던 독일 국적의 유럽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 공적 지원 결정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프트한자는 2020년 6월 2일,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장거리 노선 운항이 중단되며 승객의 99%가 줄어 경영난을 겪자 정부로부터 90억 유로(약 12조2천743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승인합니다. 이 승인기관이 바로 루프트한자 감독이사회입니다. 이 결정으로 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독일 연방경제안정화기금(WSF)이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의 지분 20%를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부분국유화가 된 겁니다.

독일의 감사위원회는 직원이 500명~2,000명인 상장기업은 감독이사회의 최소 1/3 이상 최대 1/2 이하를 근로자대표로 선출하거나 노조 추천을 받은 근로자대표로 구성하며, 나머지는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주주대표로 구성합니다. 직원이 2,000명을 초과하는 기업은 주주대표와 근로자대표 각각을 동수로 구성, 감독이사회 의장은 법적으로 주주대표가 맡으며 가부 동수일 경우 결정투표를 가집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겨우 1~2인의 노동이사 도입이 독일에 비해 급진적이며,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할 수 있나요?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수많은 회계분식사건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수첩 <침묵하는 검찰, 희망고문에 지친 삼성>에서 거론된 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건입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기업이사회의 경영감독의 효율성 및 회계감사의 적절성" 부문이 2016년도에 이어서 2017년도에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대형회계분식사건이 터지고 여러 번의 법 개정에도 우리나라 회계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는 이사회와 감사제도가 독립되지 못하고 여전히 대주주의 거수기노릇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고 감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노동이사제'입니다. 경제신문의 주장처럼 독일 및 유럽의 노사관계가 평화로울 수 있는 이유는 노동조합, 노동자 대표의 경영참여에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링크

■ 매일경제

반기업적 노동이사제 밀어붙이는 與

獨보다 센 한국판 노동이사제경영참여 보장・상임이사급 권한

[사설]공기업 노동이사제 밀어붙여선 안된다

[기자24시] 노동계 표만 보고 법 만드나

■ 한국경제

경영계 반발에도 노동이사제 밀어붙이는 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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