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15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던 현수가 깨어난 곳은 진짜 백희성의 집이었다. 왜 그곳에서 자신이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당황해 도망치던 현수는 귀중품을 챙기던 과정에서 백만우 공미자 부부와 마주치고 말았다.

드레스룸 안에 있는 또 다른 공간에서 나온 이들 부부는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피 묻은 거즈를 가지고 나온 백만우는 과연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다들 알고 있듯 그곳은 식물인간이 된 백희성이 있는 공간이니 말이다.

퇴원한 현수는 이전과 달리, 오히려 더욱 편안함을 느꼈다. 한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그 지독했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 없이 가족을 지키고 자신을 숨긴 채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편안하게 만든 이유다.

문제는 바로 옆에 있는 아내 지원이 현수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수는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혼란 속에서 스스로 자신이 현수라는 사실을 밝혔다. 혼란 속에서 지원이 선택한 것은 진짜 도현수를 찾는 것이었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10년이 훌쩍 넘는 동안 자신을 숨긴 남편 희성이 언제 살인마일 수도 있는 도현수의 본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아니, 의도적으로 그런 모습을 드러내게 할 필요도 있었다. 배우자 가족관계 증명서부터 시작한 지원은 현수를 희성으로 살게 한 자신의 시부모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최소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수를 희성으로 숨긴 채 살았다는 사실이 끔찍함으로 다가온다. 왜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일을 했을까? 지원은 궁금하기만 하다. 백만우는 현수가 위태로운 상황이 우려스럽다. 현수가 불쌍해서가 아니다. 그로 인해 자신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두렵다.

그날 현수가 본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그 이후 현수는 희성이 되었다. 자신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알지도 못하는 자를 아들로 삼았다. 비록 위장된 신분이지만 그렇게 그들은 가족이 되었다. 과연 백만우 공미자 부부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2002년 정미숙을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가 건넨 범인의 협박 메시지를 공개한 무진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술을 마시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다 범인의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던 목격자. 사고로 인해 자신의 연락처를 범인에게 남길 수밖에 없었다.

뒷좌석에서 엉망이 된 여성이 나와 도망치려는 모습과 아내라고 둘러댄 범인. 그렇게 즉시 신고를 했지만, 해당 차량의 주인인 도민석과 도현수는 같은 시간 심야영화를 봤다고 증언했다. 실제 영화 티켓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범인으로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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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의 이 증언은 결국 묻히고, 대신 범인의 협박이 이어졌다. 연락처를 통해 목격자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가족 관계까지 아는 범인을 두고 목격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침묵으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협박범의 음성 변조된 목소리를 무진은 현수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현수가 공범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기고만장한 무진의 행동은 과연 정답일까? 평생 연락도 하지 않으려 했던 해수는 방송을 본 후 무진을 찾았다.

동생 이름이 오르내리지 못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가경리 이장 살인사건 범인은 자신이라며 차라리 자신을 기사화하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범인이 언급한 그 사건을 들으며 해수는 명확하게 그가 현수가 아니라 확신했다.

해수가 이장을 살해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현수가 살인범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둘 다 이장이 칼에 찔린 후 그곳에 갔고, 서로 오해해서 자신들이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범인은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지원은 독해졌다. 자신을 속인 채 살아가고 있는 남편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그런 남편 앞에 도현수 가방을 내놓았다. 희성이 현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원으로서는 이 모든 것이 수사다. 노트와 미니 카세트를 책상 위에 올린 지원의 목적은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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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어렵게 현수가 어린 시절 치료를 받았던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명확해 보인다. 다만, 당시 증세가 현재까지 이어졌을지 알 수는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천적으로 그런 성격이었는지 모르지만, 누나인 해수로 인해 현수는 많은 감정과 절제를 배웠단 점이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정체에 대해서도 드러났다. 사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현수가 크면 찾아주겠다는 해수의 말속에 이들의 과거가 담겨 있었다. 해수와 달리, 아버지는 아들의 이런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강압적으로 다스렸다.

감정을 몰라 잘못을 저질렀던 어린 시절에도 현수는 미니 카세트에 집착했다. 누군가 이를 건드리기만 해도 폭력적으로 변하는 현수는 성인이 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중국집 사장 역시 그런 현수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진짜 백희성에 대한 힌트도 잠시 등장했다. 가족으로 보지 않으려는 시댁이 미웠던 지원 엄마는 손녀딸 은하를 의도적으로 공미자에게 데려가 맡겼다. 당황하는 미자와 상관없이 해맑은 은하가 그렇게 문제집을 풀려는 순간 분노했다.

월반을 해서 문제를 푸는 은하를 보며 엄마가 시켰냐며, 안 하면 때리고 윽박질렀냐고 묻는 미자의 모습은 곧 자신이었다. 천재라고 알려졌던 희성은 부모의 강압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결국 이런 행동은 괴물을 만들었고, 의사였던 만호가 그런 자기 자식을 평생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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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지만, 차마 아들이라 공개하거나 자수하지도 못한 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곁에 두고 있는 것이 이들 부부의 비밀일지 모른다. 공미자는 마냥 차가운 존재는 아니다. 은하와 함께 있으며 그가 실제론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주니 말이다.

방아쇠를 뜻하는 트리거 역할을 하는 현수의 미니 카세트에는 허밍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의도적으로 현수와 함께 사건 현장을 찾은 지원은 그곳에서 그 테이프를 틀었다. 단 둘이 있는 그곳에서 트리거로 인해 현수가 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수는 고통스러워했고, 지원의 목을 잡기도 했다. 테이프의 허밍 소리와 함께 그곳으로 중국집 사장이 오기로 했다는 지원의 이야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지원이 생각하는 그런 극단적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몰아붙인 지원이었지만, 선을 넘지 않은 현수였다. 중국집 사장 역시 사망한 남순길의 천도재 열리는 절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현수를 극단으로 몰아넣기 위한 지원의 한 수였다. 녹음기 속 목소리 주인공은 누나인 해수일까? 아니면 어머니일까?

이제 본격적으로 이들의 추리가 시작되었다. 현수는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꼭 잡겠다는 다짐을 했다. 현수가 정말 어떤 존재인지 지원의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혼을 하고 남남이 된 채 현수를 잡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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