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서울신문 기자들이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킨 곽병찬 논설고문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지난 6일 서울신문 지면에 게재된 곽병찬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칼럼은 성폭력 사건 보도가 지켜야 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훼손하는 '2차 가해'로 용인의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 편집분회는 11일 기자총회를 열어 곽 논설고문의 거취 표명을 포함한 4가지 요구, 개선 사항을 모아냈다.

11일 오후 서울신문에서 열린 기자총회 모습 (사진제공=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부)

이들은 기자총회 결의 사항을 정리한 성명서를 13일 발표하고 "언론보도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신상 정보 유출과 2차 가해 등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이 오래 전 확립된 사회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소인의 핸드폰을 포렌식하자'는 곽 고문의 칼럼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크게 벗어났고 서울신문 구성원이 생각하는 용인의 한계도 넘어섰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 경영진 취임 뒤로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아 칼럼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일련의 시도에 우려를 표명하며 이런 태도는 정론지를 지향하는 서울신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요구 개선 사항은 곽 논설고문의 거취 표명을 제외하면 제도적 장치 마련에 맞춰졌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합의에 배치되는 주장이나 기사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출고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기자들은 "지금처럼 단 한 명으로 운영되는 젠더 데스크로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없어 보인다"며 젠더 데스크의 역량과 권한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칼럼은 편집국의 반대에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논설위원실이 게재를 강행했다.

또한 이들은 '인권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를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도준칙을 제정하라고 했다.

서울신문 지난 6일자 31면에 곽병찬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칼럼이 실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의 발언들을 ‘1970년대 긴급조치’에 ‘국가보안법’ 등에 빗대어 비판했으며 변호사의 이력을 문제 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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