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우비를 입고 돌아온 남편을 보는 아내의 모습은 모호하다. 뭔지 모를 불길함을 본 것일까? 후에 돌아보니 이상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당시 지원이 느낀 것은 왜 새벽에 밖에 나갔다 왔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비까지 내리는 날에 말이다.

우비를 입은 남편 희성은 맥주를 꺼냈다. 잠이 오지 않아 작업실에 갔다 사 왔다는 그 맥주에는 사연이 있었다. 희성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던 지원이 그에게 사랑 고백을 하던 날 작업실에 사갔던 맥주였다. 알고 한 행동인지 알 수 없지만, 희성은 그렇게 지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작업실 지하실에 갇힌 무진은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사이코인 현수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불안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야기들과 자신이 쓴 그럴듯한 기사 속에도 현수는 연쇄살인마와 공범이었으니 말이다.

무진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현수가 가져온 글이었다. 과거에 작성된 온라인상의 질문과 답변 속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무진으로서는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을 죽이는 것을 도왔다는 그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문제의 영상이 자신의 노트북에 담겨 있다고 무진은 이야기했다. 그렇게 무진의 집으로 간 희성은 문제의 노트북에서 2002년에 찍은 동영상들을 발견했다. 그 안에는 자신과 함께 누나도 등장한다. 아버지의 작업실도 함께 있는 그 동영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무진의 집을 찾은 이들이 있었다. 바로 아내이자 강력계 형사인 지원이었다. 무진이 과거 화장실에 갇혀 죽을 뻔했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진의 집을 찾았다. 지원이 무진을 찾은 이유는 사망자와 연관성 때문이었다.

중국집 사장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이가 바로 무진이다. 무진과 통화하는 사이 범인이 들어와 죽었다는 점에서 무진을 용의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뭔가를 알고 있다. 현수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말이다.

궁지에 몰린 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무진의 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 문 앞에는 아내가 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상황에서 희성은 다급하게 창밖에 벽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희성은 아내에게 전화를 해 무진이 자신의 작업실에 있다는 연락을 했다. 뜬금없는 연락이지만, 지원의 시선을 흐트러 놓은 데는 성공했다. 벽에 매달린 희성을 보고 도둑이라는 아이의 외침에도 그렇게 무진의 집에서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막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카메라 속 테이프 내용이었다. 아버지 작업실에 존재하는 지하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멈췄다. 무진이 본 그 지하 속 풍경은 과연 무엇일까? 현수 아버지의 정체를 무진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현수와 함께 중국집에서 배달일을 하던 자의 죽음은 희성이 아니었다. 무진과 함께 있었던 새벽 3시에 사건은 벌어졌기 때문이다. 희성을 죽이고 그가 가진 돈을 빼앗으려다 실패한 자. 그렇게 역습을 통해 죽이려는 순간 현수 앞에 등장한 것은 검은 눈의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허상을 떨쳐내지 못하는 현수는 그렇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죽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오히려 도망치던 현수는 도로에서 차에 치였다. 현재의 그의 부모가 된 이들과 관련된 사건이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희성이라는 존재는 실재하고, 여전히 그들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다. 식물인간으로 옷장 뒤 은밀한 공간에 숨겨져 있지만 말이다. 진짜 희성은 왜 식물인간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들 부모는 왜 현수를 희성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그 비밀과 2002년 사건의 연결고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실제 현수를 공격했던 중국집 사장을 죽인 자는 따로 있었다.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는 과연 또 누구인가? 결국 이 공격자와 희성의 부모가 연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살인자가 사망한 현수의 아버지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마을 이장을 살해한 이는 현수가 아닌 누나인 해수일 가능성이 농후해져 간다. 현수가 무진의 비디오를 보면서 "나를 속여"라는 말을 내뱉은 것은 누나를 향한 것일까? 사망자의 흔적을 추적하던 지원은 그곳에서 남편이 만들어주던 누룽지탕을 발견한다.

레시피가 같은 누룽지탕은 결국 퍼즐을 맞추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지원이 추적하는 현수가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 희성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문제는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분명 사건은 존재하고, 벌어졌지만 진실은 밝혀진 것이 없다. 그리고 그 진실을 찾고자 하는 이가 바로 현수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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