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화와의 잠실 3연전은 LG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압축한 졸전이었습니다. 8월 5일 금요일 첫 경기는 주키치의 퍼펙트급 호투에 힘입어 승리했으나 6일 토요일에는 상대 땜빵 선발 마일영을 공략하지 못해 트레이드 후 첫 등판한 김성현이 패전의 멍에를 썼습니다. 일요일에는 박현준과 유창식의 선발 예고로 LG의 우세가 예상되었으나 박현준은 난타당해 1.1이닝 만에 조기 강판되었고 유창식은 데뷔 첫 승을 거뒀습니다.

주말 3연전 이전까지 LG가 한화를 상대로 9승 3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했으며 한화가 최근 3연패에 시달리는 등 하락세였음을 감안하면 3연전의 결과는 LG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LG는 4월과 5월 28승 20패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습니다. 6월 11일 군산 기아전에서 타선 폭발로 14:8로 승리, 2연승하며 34승 24패 +10의 승패 마진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짓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기아에 8:1로 완패한 뒤 대구 삼성전에서 3경기를 모두 내주는 등 5연패에 빠지며 6월을 8승 11패로 마감했습니다.

6월은 LG 추락의 신호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7월에는 6승 11패, 8월에는 2승 4패에 그친 것입니다. LG가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둔 것이 선발 투수들을 불펜으로 돌리는 무리수를 감행해 2승 1패를 거둔 7월 둘째 주 대전 한화전입니다. 상당수의 경기가 우천 취소되었으나 전반기 마지막 넥센과의 3연전에서 스윕당하는 등 여전히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천 취소가 아니었다면 LG는 이미 4강 탈락을 확정지었을지도 모릅니다.

부진의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조명 가능합니다. 우선 부상 선수들이 이탈로 야수 라인업을 구성하기조차 어려웠던 것이 추락의 시작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택근을 제외하면 시즌 초 파죽지세를 달리던 때의 선수들이 모두 돌아왔습니다. 이름값만 보면 현재 LG의 야수 라인업은 8개 구단 어디에도 밀리지 않습니다. 이제는 매 경기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안타에도 불구하고 LG 타선은 위협적이지 못합니다. 타선의 짜임새가 매우 엉성하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타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데 LG 타자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방망이를 휘둘러 안타나 홈런을 만들어내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합니다. 상대 투수의 제구가 흔들려도 볼넷으로 출루해 후속 타자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는 의도는 찾아볼 수 없으며 자신이 멋들어지게 해결하겠다는 영웅 심리로 가득합니다. 빠른 카운트에서 볼을 건드리고 범타로 물러나 제구가 되지 않는 상대 투수가 LG를 상대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동료를 믿고 출루를 우선하며 상대 투수로 하여금 많은 투구를 유도하는 인내와 희생정신은 실종되었으며 오합지졸과 같은 이적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LG 타자들의 현주소입니다. 타격감에는 등락이 있으나 두 달 이상 부진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라 본래 실력이거나 혹은 연습 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타석에서 이적 행위를 반복하는 LG 타자들은 수비에 나가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8월 6일 한화전에서는 6회초 1사 후 박경수가 가르시아의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성 수비가 결승점으로 연결되었고 다음 날에는 1회초 오지환의 실책이 빌미가 되어 역시 결승점을 내줬습니다. 선발 투수들의 발목을 잡아끄는 어처구니없는 수비였습니다. 반복되는 실책으로 경기를 내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현재 LG의 실책은 63개로 8개 구단 중 최다 2위입니다. 실책이 가장 적은 SK의 46개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수비야말로 훈련을 통해 가장 많은 기량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인데 LG의 야수들은 최장 기간의 동계 훈련 동안 수비 훈련은 제대로 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타격도 엉망인 것을 보면 도대체 동계 훈련에서 무엇을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 8월 7일 잠실 한화전에서 졸전 끝에 11:4로 참패한 LG 선수단
투수들도 내세울 것은 없습니다. 8월 7일 한화전에서 내준 11실점 중 7실점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출루를 빌미로 허용한 실점입니다. 3회초 2사 후 김경언에게 만루 홈런을 내준 임찬규나 7회초 2사 후 이대수와 강동우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한 김기표 모두 집중력을 상실했습니다. 리드한 경기에 나오는 필승 계투진의 투수들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볼넷으로 손쉽게 출루시켜 화를 부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차라리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너지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차곡차곡 사사구로 출루시켜 역전패를 자초하는 답답한 모양새입니다.

투타 모두 부진한 LG가 승리하는 방법은 상대 실책에 편승해 초반에 대량 득점한 뒤 그나마 비교 우위에 있는 선발진이 리드를 지키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승리하는 날보다 패배하는 날이 훨씬 많은 LG입니다. 초반 찔끔 득점한 뒤 박빙의 리드에서 추가점을 뽑지 못해 후반에 역전패를 당하거나 혹은 처음부터 리드를 빼앗긴 뒤 그대로 주저앉는 패배의 공식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리드 당하던 경기를 반전시켜 LG가 역전승으로 마무리한 경기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팀 분위기가 침체에 빠질 때 제몫을 요구받는 것이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입니다. 때로는 격려를 통해 때로는 채찍질을 통해 선수들에게 동기와 목표 의식을 부여하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을 비롯한 LG의 코칭스태프는 뒷짐 진 듯 속수무책입니다.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고 우타자는 우투수에 약하다’는 소위 ‘좌좌우우 공식’에 사로잡혀 1군 감독 2년차 답지 않게 창의성과 색깔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팀 내 유일한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상열은 만 3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승패 및 점수차와 무관하게 출근부에 도장 찍듯 매 경기 마운드에 올라 피로가 누적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몇몇 타자들은 타격감이 저하되어도 주구장창 선발 기용되며 반대로 다른 타자들은 타격감이 좋아도 벤치에 앉아 대타 기회를 속절없이 기다리곤 합니다. 부진한 타자를 2군으로 내려 보내 자극을 주거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이름값이 있다면 부상 외에 2군행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좌좌우우 공식’과 이름값이 LG의 선발 라인업을 결정짓는 단 두 가지 요인입니다. 타격 코치와 수비 코치는 짜임새 없는 타격과 엉성한 수비를 전혀 개선하지 못해 답답합니다.

무능한 코칭스태프와 무기력한 선수들로 이루어진 오합지졸 LG에 있어 이번 주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주전 선수 상당수가 부상으로 제외된 기아와 4위 경쟁자 롯데와의 경기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LG의 4강 탈락은 물론 8년간을 인고한 팬들의 분노와 이반 또한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아직 4위 롯데와 1.5게임차에 불과하며 가장 중요한 선발 투수만큼은 롯데보다 우위에 있으니 선수단이 얼마나 절실한 승부욕으로 무장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호흡기에 연명하는 LG가 과연 오합지졸의 오명을 떨치며 반전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8월 둘째 주 6연전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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