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7일) 서울신문이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와 관련해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신문 취재팀이 6일 김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요청안을 분석한 결과다. 오늘자(7일) 보도내용을 잠깐 요약한다.

“장남(33)은 예금 2억여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남(31)은 전세권 2억 2000여만원 등 모두 2억 6000여만원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장남이 2006년부터 2년간 사법연수원에서 받은 수입은 3300여만원이었다. 차남의 수입은 2004년 우송대·서원대로부터 받은 450만원뿐이었다.”

용돈으로 각각 6천만원씩 모은 김성호 내정자의 아들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김 내정자의 장남과 차남의 수입이 각각 3300여 만원과 450만원인데 이 소득을 ‘넘어서는’ 돈의 액수는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증여세 납부 ‘실적’이 없다. 그래서 의혹이 일고 있다. 뭐 이렇게 정리가 된다. 상식적인 선에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 서울신문 3월7일자 9면.
그런데 김 내정자의 해명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쉽게 말해 상식적인 의문제기에 대단히 ‘비상식적으로’ 답을 한 셈이다. 서울신문에 보도된 해명은 이렇다.

“석연치 않은 건 인정하지만 내정자의 두 아들이 어렸을 때 통장을 만들어 준 뒤 20년간 꾸준히 용돈을 줘 축적 금액이 각각 6000만원 정도씩 된다. 차남의 경우 결혼축의금과 부인 측에서 보태준 돈이 8000만원 정도 되고, 장남은 고시원 전세금 3000만원과 오피스텔 전세금 1000만원에 대한 증여세를 이미 냈다.”

두 아들이 용돈으로 6000만원을 모았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2년간 사법연수원에서 받은 수입이 3300여만원인데, 용돈으로 6000만원 정도를 모았다고 한다. 물론 후자의 경우 20년이라는 세월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다.

김 내정자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년간 꾸준히 용돈을 줘서 축적 금액이 6000만원 정도 된다’고 해명했는데, 이건 조금 수정된 기사다. 원래 기사에는 ‘두 아들한테 어릴 때부터 꾸준히 용돈을 줘서 지난 2000년 축적 금액이 6000만원 정도 된다’고 돼 있다. 그러니까 8년 전에 이미 6000만원이 ‘적립돼’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 큰 아들 나이가 33살, 작은 아들이 31살이니까, 김 내정자의 아들은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용돈으로만 6000만원을 모았다는 말이다.

20년 동안 용돈 준 통장 사본, 공개할 의사는 없나

용돈으로 20년간 6000만원을 모으려면 대체 한 달에 얼마 정도의 용돈이 필요할까. 대충 거칠게 계산해봐도 매달 25만원씩 용돈을 받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당시 물가와 이자 등등을 면밀히 따져봐야겠지만 역시 거칠게 추론을 하면 김 내정자의 큰 아들은 5-6살 때부터 부모로부터 매달 25만원씩의 ‘용돈’을 받았다는 말이 된다. 25만원씩의 용돈이라 … 20년 전 25만원이면 지금 ‘시세’로 얼마인지.

물론 어렸을 때는 적은 금액이었다가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용돈 액수가 ‘상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그렇게 되면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받은 용돈의 액수가 점점 커지게 되는데, 이쯤 되면 용돈의 개념으로 보기가 상당히 애매해진다. 김 내정자와 그 가족들의 개념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서민적 사고로 한번 판단해보기 바란다. 서민들이 생각하는 용돈의 개념이 얼마쯤 된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김 내정자가 이런 식의 해명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게 더 놀랍다. 본인도 그런 측면을 의식했는지 “석연치 않은 건 인정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이 어렸을 때 통장을 만들어 준 뒤 20년간 꾸준히 용돈을 줘 축적 금액이 각각 6000만원 정도씩 된다”는 부분은 ‘내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안된다. 그래서 정말 석연치 않다.

20년 동안 용돈 준 통장 사본을 공개할 의사가 없는지를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앞으로 국정원장이 될 수도 있는 ‘분’의 해명치고는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가질 않기 때문이다. 공개하시라. 그러면 증여세 탈루에 관한 의혹이 ‘한방’에 풀릴 수 있다.

정말 김 내정자의 아들이 용돈으로만 6000만원을 모았다면 그건 이 시대 부모들은 물론이고 아들과 딸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할 일종의 사건이지 ‘쉬쉬’할 문제가 아니다. 공개강연도 한번 추진해 보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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