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을 둘러싼 논쟁은 수십 년 째 제자리다. 학교의 위기는 깊어가고 위기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학교에서의 생활지도는 최근까지도 윗사람에 대한 공경, 아랫사람에 대한 자애 등 전통적인 윤리규범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사랑의 매는 이를 보조하는 수단으로써 일정부분 허용되어 왔다. 우리사회가, 특히 학교가 의존했던 전통적인 윤리규범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 교육적 처방과 폭력이라는 양날의 칼 ‘체벌의 가능성’이 간신히 유지해 오던 학교 규범은 ‘체벌의 가능성’을 제거하자 혼돈의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통적인 윤리규범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면 현재 사회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이제 학교 위기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그 합리적인 제도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로 이동해야 한다.

학교 위기의 현실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현직 교사의 제언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학생지도와 관련한 근본대안부터 고민하자

학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은 쌓여 있다. 체벌금지 정책으로 학교 위기가 다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 등의 보수적 성격의 언론에서는 학교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업권 침해, 교권침해 문제의 심각성을 집중보도하고 있지만, 그 대안에 있어서는 교사의 체벌에서의 자율권 이외에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 등 진보적 성격의 언론에서는 최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과도기적 현상 정도1)로 다루는 한계를 보여준다.

과연 아래와 같은 사례가 교사에게 체벌권을 돌려준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혹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인지 사안에 대한 심층 분석, 우리나라에 시사점을 주는 다른 나라의 상황과 제도에 대한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 옛 훈장처럼 정자관(程子冠)을 쓴 충남 천안중 안홍렬(62) 교장이 교장실로 불려온 학생에게 무엇이 잘못된 행동이었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안 교장은 자신이 할아버지 입장에서 학생들을 따끔하게 혼내는 대신 다른 교사들의 체벌은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연합뉴스
사례32) (@ 중학교 1학년 **이 속해 있는 반은 심각하게 수업방해 행위를 하는 학생이 6명 정도가 몰려있어 다른 반과 수업분위기가 매우 대조적이며 이 반에 들어가는 모든 교사가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A교사: **이는 수업 중 줄곧 친구들과 떠들고 수업에 참여를 잘 못합니다. 수업 중 떠드는 친구의 말에 꼬박꼬박 대꾸하거나 웃거나 하는 반응을 보여 수업 분위기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혼자 하는 일은 아니고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과 같이 하는 일입니다. 지적을 하면 반성 없는 언행으로 선생님과 언쟁을 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한 행동이 당연한 일인 듯 “그냥 본 건데요. 전 아닌데요. 애가 말한 건데요...” 등 자신이 한 일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책상을 붙여 친구와 떠들어 책상을 앞으로 밀라고 하면 책상만 밀고 의자는 그냥 그 자리에 둔다든지 아님 친구와 같이 책상을 앞으로 이동한다든지... 교사가 지시하는 내용과 이유를 잘 알면서도 자기의 행동을 고집하여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평정심을 시험합니다. 얼마 전 수업에선 맨 앞자리에 앉아서 다른 과목 책을 보란 듯이 펴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그 과목 공부를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뒤 쪽에 있는 부록 같은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어 집어넣으라 했더니 학습지 아래에 넣고 또 보고, 그래서 뺏어 놓았더니 그건 친구 것이라며 자기 것을 또 꺼내서 똑같이 펴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이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 지도에 불응하며 대응하는 방식이 매우 반항적이고 교사의 평정심을 흔들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 중 매번 이런 실랑이를 하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수업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버려야 합니다. 부모님께서 이 점을 중요하게 여겨주시고 **이의 행동이 나아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B교사: **학생은 수업시간에 교사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큰소리로 잡담을 하는 경우가 아주 많은데 지적을 해도 반성의 기색이 별로 없어서, 교사 스스로 투명인간이 된 듯한 무기력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또 엎드려 있거나, 잠을 자고 있는 경우에 지적을 해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 학생입니다. 이것은 **학생 개인으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학급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려서 수업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저해시키는 악영향을 줍니다.

C교사: **학생이 계속해서 수업시간에도 늦게 들어가고 무단 결과도 하고 여러 과목 선생님들께 지적도 당하여서 방과 후에 면담을 하려고 하였으나 알면서도 오지 않고, 따라오는 척하다가 도망을 가 버리고, 쉬는 시간에 만나러 가면 복도에서 제가 보이면 도망을 가고, 심지어는 면담 중에 청소지도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장래희망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누가 그런 걸 생각하냐고 대들고 면담을 하여도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않고 ‘모르겠다’와 ‘싫다’는 말만 합니다. 다른 아이들도 자기만큼 떠들고 자기만큼 자는데 자기만 괴롭힌다고 하면서 본인은 잘못 한 것이 없다고 말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모른다고 하다가 ‘놀고 싶은데’ 합니다. 책상에 낙서를 가득 해놓고 특히 ‘내 짝 병신’이라고 쓰는 등 교우의 인권을 침해하여 낙서를 지우라고 하니 유성펜으로 더 낙서를 해서 빼앗았더니 왜 빼앗느냐고 저항을 하다가 수업 후에 찾아가라고 했더니 더러워서 안가진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가정과 학교가 함께 지도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학부모님의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학교에 오시라는 말씀을 드렸더니 그 이후로는 부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으십니다. 상담실에도 의뢰하여 상담도 받게 하였으나 상담부장님께서 **학생은 상담도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하려 하였으나 계속 ‘싫어요’라고 대들며 지도를 원치 않아 **학생을 위해서도 지금까지 해 온 지도와는 다른 종류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 사례와 같이 지속적으로 교사의 지도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교육적 처치 자체가 불가능하고,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해도 오지도 않는 경우 학교는 대응 방법이 없다. 그러는 중에 다른 학생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너무도 크고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없다는 것은 이 행위를 계속하는 학생들에게도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분노 조절 장애’, ‘과잉 행동 장애’ 등을 가진 학생들이 과거보다 더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학생을 심리치료전문가가 아닌 교과담당 교사들에게 다수의 일반학생과 함께 생활지도의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과연 교사들에게 그리고 해당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대안모색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지도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교칙준수 강화책, 학부모의 책임 강화책이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징계조치는 생활지도 중재조치를 병행해야 하는데 미국의 경우 교사는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나 출결을 담당하는 사무실과 담당자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게 필요한 생활지도 중재조치를 담당하는 학생지원서비스팀(상담자, 교사, 간호사, 학부모,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언어치료사 등이 포함)을 구성하고 있다.

1) 한겨레신문, 교실붕괴? ‘괴담’의 진실은, 2011.06.30
2) @ 중학교 생활지도 기록물 파일(2010)


서울시흥중교사. 전국사회교사모임 회장. 학교가 학생이나 교사에게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실현하고자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교사다. 100억 규모 교육연구재단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도 함께 가지고 있다.
<주제가 있는 사회교실>(돌베개,2004), <사회선생님이 뽑은 우리사회를 움직인 판결>(휴머니스트, 2007) 공동저자. <공정무역 왜 필요할까>(내인생의 책,2010) 공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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