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가족이란 무엇일까? 익숙함으로 인해 그 '가족'이라는 단어의 정체를 잊고 살고 있었다. 가족이란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이런 '가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정공법으로 다루고 있다.

상식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부종이 안 좋은 위치에 있어 자칫 기억을 잃거나 사지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진숙과 상식은 아이들에게 이야기조차 하지 않았다. 그건 상식의 부탁이었다. 아이들에게 말썽꾸러기 부모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은주 시어머니로 인해 아버지가 수술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병실을 찾은 은주와 은희는 착잡하기만 하다. 진숙은 이혼을 결정한 사위가 병실을 옮겨주고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이 탐탁지 않다. 이혼 전까지만 해도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진숙은 최선을 다했었다.

사위에게 잘하는 것은 결국 딸 은주를 위함이었다. 이혼을 결정한 상황에서 사위는 그저 나쁜 타인일 뿐이다. 이를 모르는 상식은 사위를 대하는 진숙의 행동이 이상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해외로 나간 지우는 사기를 당했다. 게임을 하다 만난 여성과 카약 대리점을 차리고 살겠다는 그 순진한 꿈은 캐나다로 향하는 순간 깨지고 말았다. 철저하게 지우를 상대로 사기를 쳐서 돈만 빼앗고 도주한 상태였다. 아버지 수술을 앞두고 벌어진 일에 누나들은 지우의 출장으로 숨기기에 급급했다.

수술을 잘되었지만,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식으로 인해 진숙과 가족들은 혼이 빠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다행스럽게 회복한 상식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에 안도할 수 있었다. 진숙에게 상식은 돌멩이 같은 남자였다.

거친 세상에 자기 몸을 던져 가족을 위해 살아왔던 남자. 그렇게 깎이고 깎여 모나고 부서진 이 남자가 병실에 누워 있다. 상식에게 진숙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외로운 존재였다. 자신의 못난 의심으로 인해 힘겨운 세월을 보내야 했지만, 가족을 지키고 아이를 키워낸 강한 엄마였다.

병원을 찾은 찬혁의 가슴에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기대는 은희는 안도를 했다. 찬혁이 주는 무한한 힘은 곧 사랑이었다.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서는 이 감정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이젠 남이 되어버린 태형에게 은주는 과거 이야기를 했다. 유산한 후 아버지가 자신을 찾았다. 집에 들어오지도 않은 채 아버지는 유명한 심마니에게 얻었다며 '자연산 송이'를 내밀며 꼭 혼자 먹으라고 전하고 가버렸다.

땀이 많이 나서 냄새난다며 자신의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자신을 아버지가 수술을 받는 상황에서 떠올랐다고 한다. 만약 은희였다면 감사를 표하고 집으로 끌고 가 먹는 모습까지 보여줬을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했다. 무뚝뚝한 은주는 후회했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진숙은 막내가 정말 해외로 출장을 갔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빈 지우 방에 들어가 침대를 정리하다, 버린 편지를 발견하며 충격을 받았다. 쓰다 버린 그 편지에는 가족이 싫어 떠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라는 막내의 말은 진숙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

완성된 편지의 내용은 달랐다. 아버지처럼 살 자신이 없다고 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이 싫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싶었던 지우였지만, 잘못 써 버린 편지는 그렇게 진숙을 흔들었다.

진숙은 아이들에 대한 심각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가족에 끔찍한 막내라고 생각했던 지우가 알고 봤더니, 가족이 싫어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렸다. 이혼 과정에서 은주도 가족이 싫어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숙은 참 한심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회복하고 있던 상식은 진숙을 위한다며 퇴원하면 오피스텔로 들어가겠다는 말을 한다. 진숙으로서는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흔들리는 것처럼 힘겹기만 하다.

진숙은 상식의 마음을 안다. 운전을 하던 상식이 가족을 위해 막일까지 하다 다쳤다. 그렇게 입원한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이 부부는 말도 없이 병원을 지켰다. 진숙은 운전만 하던 사람이 노동일을 하다 다친 것이 걱정이었고, 상식은 자신으로 인해 은주와 은희가 일을 하게 되어 미안했다.

"몸 아픈 당신이 죄인처럼 지낸 거 난 알아"

진숙이 건넨 이 위로는 상식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평생 가족만 알고 살았던 남자. 큰딸이 자기 딸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청춘을 던져 일만 했던 큰딸에게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 생각한 것이 돈을 보태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오해가 되었지만 말이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은주는 자신의 동기인 유 소장을 만나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유 소장의 차를 타고 회사로 가던 길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 그를 보며 많이 웃었다.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 소장 가족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오피스텔에 간다던 상식은 집에 있다. 일어난 그를 반기는 것은 진숙이 준비한 간단한 요깃거리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진숙의 편지가 있었다. 모난 돌멩이보다 나무 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같이 단풍 져 보자고 한다.

진숙의 모든 말들을 시라고 생각하는 상식. 상식의 노트에서 버킷리스트를 발견한 진숙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소박한 그 꿈들 속에는 자신을 위한 것은 없다. 가족과 진숙을 위한 소망만 가득했다. 그런 상식을 위해 진숙이 할 수 있는 것은 함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숙은 찬혁을 만났다. 그 이유는 신중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지우가 정말 해외 출장을 갔는지 알고 싶었다. 자칫 자신이 오해했다면 큰 낭패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숙의 의심이 맞았다. 그렇게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 진숙은 상식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줬다.

은주는 이혼했고, 지우는 출장이 아니라 우리가 싫어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났다고 말이다. 은희, 은주, 지우가 차례로 들어왔다. 그런 아이들을 맞는 진숙의 표정은 침울하다. 아이들이라면 언제나 환하게 웃던 상식도 고개를 숙인 채 침울해 있다.

분위기 심상치 않다는 사실에 긴장한 아이들에게 진숙은 "니들한테 가족은 뭐니?"라는 질문을 했다. 정말 몰라서 하는 질문이라 했다. 그리고 언니와 말도 하지 않은 은희로 인해 마음고생했다는 말과 자신과 상의도 없이 이혼을 통보한 은주, 그리고 자신이 싫어 떠난 지우까지 모든 것을 쏟아낸 진숙은 가족이 뭐냐고 묻고 있다.

"너 나가. 니 엄마 이제 니들과 그만두게 할 거야"

화난 채 침묵만 지키던 상식이 던지듯 한 말이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던 부모는 노심초사였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만 하고 살았던 그들에게 이 상황은 충격이었다. 심각한 수준의 회복하기 어려운 배신감이었다.

가족 해체 수준으로 벌어진 이 감정선들은 회복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이들은 서로에게 오해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듯 힘겨운 상황에서 진숙은 집을 떠나고, 홀로 집에 남은 상식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과연 이들은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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