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 소비자물가가 7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정부통계와는 체감의 차이가 크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 주부들이 장보러 가기가 겁난다. 밥값이 크게 올라 적지 않은 월급쟁이들이 김밥 따위로 점심을 때운다. 점심값 1만원 시대란 말이 실감난다. 식료품값만이 아니라 기름값도 자고나면 뛴다. 전기요금이 이 달부터 오르는데 가스요금도 들썩거린다. 상수도요금, 우편요금, 도로통행료에 버스, 지하철, 택시, 철도 등 대중교통요금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집중폭우로 채소류값이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사철이 가까워지면서 전셋값도 뛰고 있다. 물가폭탄이 추석을 앞둔 서민가계에 직격탄을 날릴 태세다.

▲ 이명박 대통령이 7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5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란 말로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면서 서민경제는 뒷전에 뒀다. ‘저금리-고환율’정책이 그것이다.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을 경감해주고 고환율을 통한 수출촉진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선거공약인 ‘747’(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의 실현전락이다. ‘747’이란 성장잠재력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비행기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여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로 나타나고 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는데 고환율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입물가 앙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유발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물가앙등이 심상치 않자 2008년 초 소위 MB물가지수라고 해서 52개 주요 생필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집중관리를 통해 매달 상승률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와 지난 6월 소비자물가를 비교하면 52개 품목 중에 47개 품목이 올랐다. 이 중에 29개 품목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더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 83.9%, 마늘 78.7%, 고등어 63.9%, 설탕 59.3% 등은 폭등세를 나타냈다. MB물가지수가 실패했다고 판단했는지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요 생필품 10여개를 선정해 집중관리한다고 했다. 16개 시도별로 교통요금, 외식비, 채소가격 등의 물가비교표를 만들어 매달 공개한다는 것이다. 아른바 뉴MB물가지수이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통화-금리-환율-조세정책을 통한 종합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유효한 정책수단은 쓰지 않고 군사정권 시절 완장 차고 제조-판매업체에 나가 단속하듯이 관권이나 동원하고 있다. 그 때는 국세청이 전담기관 노릇을 했는데 요즈음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자치부가 앞장서고 있어 전정부부처가 물가단속기관처럼 행세한다. 강압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기업들이 녹녹치 않게 나오는 것 같다. 식품가공업체들이 잇달아 인상을 단행한 것을 보면 말이다. 기름값을 내린다고 정유사를 압박하는 소리가 요란했지만 주유소에서는 먹히지 않는지 내리는 둥 마는 둥하다 제자리로 돌아섰다.

외식비 잡는다며 엉뚱하게도 쌀값 내린다고 난리인 모양이다. 밥 한 공기 쌀값은 200~230원꼴이다. 껌 한통 값이 500원인데 4인 가족 한 끼에 고작 900원도 안 된다. 그것도 비싸다면 농민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삼겹살이 비싸다고 할당관세를 매기더니 항공기로 수입하면 항공운임과 해상운임 차이를 지원해준다는 물가대책도 있다. 비행기로 빨리빨리 수입하라는 소리다. 너무 비싸면 수요가 줄어 값이 내릴 텐데 웬 소란을 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삼겹살이 아무리 금겹살이라지만 세금으로 운임차액까지 보전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구제역 피해로 도산위기에 처한 축산농가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 경제규모의 차이에 따라 지역적으로 물가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서울과 지방도시의 임대료만 해도 큰 차이가 나는데 가격을 단순비교해서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당장 농산물값, 기름값, 전셋값의 안정이 시급하다. 폭우피해로 과일-채소류값이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도 식품가격이 뛰고 있어 이제 중국산 긴급수입을 통한 물가안정은 대안이 못 된다.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국제유가가 6개월째 1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현실에서는 수요관리가 우선이다. 이사철에 재건축 이주수요가 겹쳐 전세파동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 또한 전세수요의 조정이 필요하다. 모든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어야 한다. 물가앙등에 따라 경제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역반응을 나타나고 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경제도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찰력이 여론을 못 잡듯이 행정력이 물가를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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