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이란 이름이 며칠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다수의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됐을 뿐 아니라 보수 언론매체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거기에 한나라당이 가세했고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 28일 네이트·싸이월드 회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당일 검색어 상위에는 ‘박경신 블로그’, ‘세상의 근원’이 차지했다. 그야말로 핫이슈다.

▲ 박경신 위원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kyungsinpark)의 모습.

논란의 시작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당 추천 박경신 위원이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심의로 삭제된 남성 성기 사진 5장을 게재하면서부터다. 성기 사진 자체를 음란물로 규정해 삭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항의의 의미였다.

그러나 보수 언론매체들은 본질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가졌다. 민주당 추천 방통심의위원인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가 아닌가. 신문방송겸영을 포함한 미디어법의 위법성을 누구보다 앞서 제기했던 이가 박 위원이었다. 게다가 눈엣가시인 참여연대 활동의 주축멤버이기도 하다. 이번 논란이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박 위원에 대한 비난 기사를 쏟아냈다.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미국국적을 선택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과 함께 그런 자가 방통심의위 위원으로 와 논란이 됐다며 원색적인 비난도 멈추지 않았다.

다시 본질로 접근해 보자. 성기 사진 자체가 음란물인가. 과연 성인들에게도 금지시켜야 하는 사회악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2001년 김인규 교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배우자와 함께 찍은 나체사진을 올려 고발된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결국 2005년 김 교사가 500만 원 벌금을 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대전고등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하며 “유죄를 인정한 상급법원의 판단에 따라 하급법원은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유죄판결의 이유를 달았다.

1심, 2심 재판부는 김인규 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작품이 성기를 묘사하고 있지만 성욕을 흥분 또는 자극시키고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무죄판결의 이유였다.

그리고 6년이 흐른 2011년, 우리 사회는 다시 성기이미지가 음란물인가 아닌가 논쟁에 휘말려 있다.

박경신 위원은 다시 자신의 블로그에 <세상의 근원(기원)>이란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을 게재해 도발적으로 질문했다. 방통심의위가 삭제토록 한 성기 사진이 이와 어떤 부분에서 수위가 다르냐고. 그는 “지난 김인규 교사가 자신의 성기를 노출한 사진을 올렸다가 법원에서 음란물로 처벌됐고 그 사건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음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 거기서 조금도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진중권 문화평론가가 논쟁에 가세했다.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자신의 트위터(@unheim)에 “21세기에 그런 검열기관이 왜 필요하느냐”며 “방통심의위 자체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곤 8월 4일 박경신 위원 블로그를 심의하게 될 방통심의위원들에게 성기 및 음부가 그려진 마르셀 뒤샹의 <etant donnes>, 구보타 시게코의 <vagina painting>, 앙드레 마송의 <세계의 근원 덮개그림>, 에곤쉴레의 작품까지 선물로 보냈다. “이 작품들도 심의해달라”며 말이다.

“구보타 시게코의 vagina painting, 백남준 선생의 사모님 되시겠습니다. 목하 성기에 붓을 꽂고 그림을 그리고 계심”, “요건 에곤 쉴레. 100년 전 오스트리아에도 방통심의위 같은 놈들이 있었어요. 그 넘들이 이런 명작들을 법정에서 불태워버렸지요”<진중권 트위터 중>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지금 올린 그림들은 대개 50년에서 100년 전의 작품들”, “21세기에 백 수십 년 묵은 쿠르베의 작품을 놓고 논란을 벌여야 한다니, 우리가 탈레반 영토에 살고 있나요?”라며 “촌스럽다”고 꼬집었다.

박경신 위원이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올린 것이 문제의 본질일까?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과 19세기 잣대로 심의하는 방통심의위원들이 빚어낸 코미디 한 편을 보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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