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준현 칼럼]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배상을 통상손해의 3배로 높이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언론사나 기자들은 반대입장입니다. 언론인권센터에서는 내부 세미나도 준비중입니다. 관련해서 좀 들여다보았습니다.​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려면 그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3배배상제도(징벌적 손해배상제보다는 이 표현이 적합한 것 같습니다) 도입의 필요성과 근거는 무엇일까요.

첫째, 언론보도의 피해는 주로 인격권침해입니다. 오보이던 허위보도이던 잘못된 보도로 한번 인격권 침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도 이전의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인격권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그 정신적 고통을 위자료라는 명목으로 돈으로 환산해 배상합니다. 문제는 위자료 산정은 법관의 재량에 속하다보니 그 금액이 천차만별입니다. 대부분 500-1,000만원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일생의 명예가 한순간에 떨어진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습니다. 이 점에서 부족하지만 3배배상은 손해회복의 현실화 의미가 있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입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둘째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개인의 인격권 또한 보호받아야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신문 등 정기간행물은 현재 22,225 곳입니다. 이중 인터넷신문은 9,110 곳입니다. 인터넷신문만 보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232곳이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언론매체수가 저널리즘의 질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조회수 경쟁과 낚시성 기사로 언론시장의 혼탁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언론매체 설립은 자유입니다. 문턱이 낮아진 만큼 그 사회적 책임의 무게도 비례해 달라져야 합니다. 3배배상제도는 언론계 진입문에 부착되는 일종의 경고문이라고 봅니다.

셋째, '정파성'에 따른 '의도된 오보'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소위 '가짜뉴스'처럼 진위가 불분명한 왜곡보도로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는 보도가 적지 않습니다. 정파성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허위'는 언론이 스스로 배척해야할 과제입니다.

넷째, 불법성의 정도 차이에 따른 책임가중입니다. 과실에 의한 오보와 개정 법안에서 정의하는 '악의(허위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힐 목적의 왜곡보도)'는 그 정도가 다릅니다. 전자는 사실확인 부실이 문제이지만 후자는 사실확인 과잉의 문제입니다.

다섯째, 불법적 이익의 향유에 대한 사회적 추궁입니다. 악의적 보도로 인하여 언론사로서는 무형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정층의 지지가 강화될 수 있고, 매체영향력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가중은 공평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3배배상제도 도입은 일견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고민할 부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성격 및 사회적 재발방지'라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민사적 손해배상제도에 피해자의 손해배상 외에 가해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수단의 성격을 포함시킨 것입니다. 언론의 보도 피해 예방 및 구제의 큰 틀을 형사법적에서 민사법적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활발한 것은 표현행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보다는 민사적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3배배상제도 역시 손해배상액의 상향 가능성을 통해 사전억제의 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3배배상제도는 그 자체만으로는 불완전하다고 보입니다. 명예훼손죄와 같은 표현행위에 대한 비범죄화논의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3배배상제도 도입보다 더 어려운 것이 명예훼손죄 폐지일 수도 있지만요.

*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867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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