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검사들이 회의를 연 모양이다. 검사장들이 모은 의견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6일 보고받는데, 언론이 ‘이르면’이란 단서를 붙여 보도하는 걸 보니 결국 ‘결단’을 어떻게 할지는 확정되지 않은 모양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모인 검사들은 대개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절차 중단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수사에서 검찰총장을 사실상 배제하는 수사 지휘는 부적절하다는 게 그것이다. 이런 검사들의 여론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단’에 반영한다고 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일부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재지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이는 검찰 조직 내에서 통용되는 것이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미 나왔다. 그러다보니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등을 청구해 수사지휘의 적절성을 따져볼 필요도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층위를 나눠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굳이 ‘이의제기권’을 꺼낼 필요없이, 어느 조직이든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하급자가 거부할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그렇다면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위법’의 논리는 추미애 장관의 지시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총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자체가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조국 전 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검찰 파쇼’를 말하는 데서 보듯 검찰도 이런 주장을 하고 싶은 건 아닐 것이다.

결국 ‘위법’이라는 논리는 검언유착 사건 수사팀에 대한 지휘를 하지 말고 결과만 보고 받으라고 한 구체적 지시 내용이 문제라는 주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결과만 보고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하는 것도 지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란 결국 검찰총장에게 이러저러한 내용으로 수사를 지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보면 이 지시 내용이 과연 ‘위법’인지 의문이다.

추미애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부적절한 이유가 ‘위법’의 문제가 아니라면, 과거의 전례대로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걸로 사태는 일단락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검찰총장이 사퇴한 사례에서도 장관의 수사지휘 자체는 관철됐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위법하다는 주장은 수사지휘의 내용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전제하고 제기되는 게 아닌가 한다.

지난 2월 13일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이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저런 법조문의 해석이 아니라 측근이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총장이 어떻게 처신하는가의 문제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일방적인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은 ‘측근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행위다. 애초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유착 의혹을 받는 ‘측근’에 대한 감찰도 용인하지 않았다.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왜 이럴까? ‘캐릭터’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먼저 특수부 검사 출신 특유의 예단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딱 봐도 얘기가 안 된다”는 식이다. 실제 일부 보수언론은 ‘검언유착’ 등으로 불리는 이 사건을 ‘제2의 김대업 사건’으로 지칭하고 있다. 정권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함정을 팠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의심을 할 수도 있다. 진실을 밝히려면 수사를 제대로 해봐야 한다. 설마하니 수사팀이 검찰총장의 측근인 현직 검사장에게 없는 죄를 만들어 씌우겠는가. 그런데 ‘검언유착’의 ‘검’으로 지목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은 제대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감찰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결국 법무부가 직접 감찰 카드를 꺼냈다. 이러면서 ‘검언유착’의 ‘언’으로 지목된 문제의 기자에 대해선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수사팀에게 ‘대검 지휘부를 설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해놓고 사건의 실체를 이미 규정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과거부터 ‘보스기질’이 있다는 평가였다. 상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은 들이받지만 하급자인 ‘자기 사람’은 끝까지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이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수사팀을 ‘추미애 사람들’로 규정해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만들고, ‘윤석열 사람들’의 견해만 옳다는 결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검찰총장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로 볼 수 없다.

‘자질론’으로 검찰총장의 거취를 논하려는 건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갖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듯, 살아있는 권력도 눈치보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기개 등은 평가돼야 한다. 다만 장점을 살리기 위한 보완재는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라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온전한 형태로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권도 검찰총장의 거취나 권력의 의도를 놓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바람직한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제안하는 게 필요하다. 어차피 검찰개혁의 시대, 검찰총장이 법조3륜이네 준사법이네 하면서 목에 힘주고 총수를 자처하는 과거와 같은 위상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법무부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갖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하는 검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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