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언유착' 의혹 사건 검찰수사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조선일보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말을 빌어 '제2의 김대업 사건을 덮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에서는 수사과정에서의 윤석열 검찰총장 개입 정황, 채널A 자체진상조사에서 드러난 이 전 기자의 행태 등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일보는 3일 사설 <秋 장관 수사 지휘, '제2의 김대업 사건' 덮으려는 건가>에서 "채널A 기자는 '이번 사건은 정치권력과 사기꾼, 이에 부화뇌동한 언론(MBC)의 합작품'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고 했다. 여러 증거와 정황들로 볼 때 그렇게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썼다. '제보자X'인 지 모씨와 MBC를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허위로 제기한 김대업 씨에 빗댄 것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하지 않고, 법무장관은 '검사와 기자가 공모' '증거가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7월 2일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인터뷰와 7월 3일자 사설

앞서 2일 조선일보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전 기자는 '제보자X' 지 씨가 취재를 유도해 자신이 빠졌던 것일 뿐 자신과 한동훈 검사장에 불거진 의혹 일체를 부정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해서는 '답을 정해놓고 수사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마치 작전하듯 검찰총장의 수사 권한을 빼앗고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한다"며 "검찰을 대통령의 충견(忠犬)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에서는 이번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을 부르게 된 배경을 찾아볼 수 없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개입 정황, 이 전 기자의 휴대폰·노트북 초기화에도 불구하고 채널A 자체진상조사에서 드러난 이 전 기자의 행태 등이다.

윤 총장은 해당 사건 초기부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하자 이를 반려하고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윤 총장이 수사권을 가진 감찰부의 감찰을 회피하기 위한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건의하자 애초 이 사건 수사지휘 결정을 대검 부장회의에 맡기겠다고 한 윤 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독단으로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검 부장들을 '패싱'하고 수사자문단 소집과 자문단원 구성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대검 예규상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권한이 없는 이 전 기자측의 이례적 '진정'을 검찰이 받은 결과다. 이후 상황은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현안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할 것을 '긴급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수사자문단 회부 절차의 부적절성과 함께 '밀실 운영' 문제도 불거져 있다. 23일 경향신문이 대검 비공개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제4장(전문수사자문단)'을 근거로 밝힌 바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심의안건을 정해 수사자문단을 소집할 수 있고, 자문단 위촉 권한을 가지고 있다. 자문단은 비공개로 운영된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 사건에 대한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 10일 후배 기자인 백 기자와 나눈 통화에서 한동훈 검사장으로 추정되는 인사 '□□□'의 말을 전한다.

이 기자는 이 통화에서 "내가 기사 안 쓰면 그만인데 위험하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가 '아 만나봐 그래도' 하는거야"라며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할 수가 있으니깐 만나봐 봐.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도 있고' 그러는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이)굉장히 적극적"이라며 "일단 만나서 검찰을 팔아야지 뭐 윤의 최측근이 했다 뭐 이정도는 내가 팔아도 되지 □□□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깐"이라고 했다. 백 기자는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이 기자가 A를 □□□라고 부른다"며 "법조팀원 모두가 □□□라고 하면 A 지칭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조사위는 이 통화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 기자를 상대로 5월 3일과 6일 추가 조사계획을 통보했지만, 이 기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기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배의 취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일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하려고 내가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라고 했다.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 중

이 전 기자는 채널A 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앞두고 사건의 진위를 밝히는 데 핵심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 해 모든 증거를 인멸했다. 이 기자는 자신의 휴대전화 2대를 조사위 조사 직전 초기화했다.

이 전 기자는 4월 1일 두 대의 휴대전화 중 한 대는 조사위에 제출하고 한 대는 허위로 휴대전화 분실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4월 6일 허위신고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날 이 휴대전화를 조사위에 제출했다. 진상조사위는 두 대의 휴대전화 모두에서 관련 녹음파일이나 녹취록 관련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4월 1일 오전에는 취재용 노트북이 느려졌다며 회사에 초기화를 요청했다. 4월 1일 오후에 조사위에 제출한 노트북PC에는 기존 보도본부에 제출했던 지씨 취재 관련 파일, 반박기사 작성을 위해 만든 한글파일만 남아 있었다.

이를 두고 이 전 기자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수천 명의 취재원 정보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취재원들이 피해를 입을 상황이 명백해 보여 취재원 보호를 위해 기자라면 당연히 지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 7월 3일 <끝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부른 검·언 유착 수사>

언론 등지에서는 윤 총장이 이번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추 장관과 여권 역시 윤 총장과 검찰을 압박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엄정한 수사를 통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임을 검찰은 거듭 명심해야 한다"며 "추 장관 또한 검찰을 압박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이 사건과 윤 총장 거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의 성격에 비춰 검찰 조직이 동요하거나 반발할 이유는 없다"며 "총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확대시킬 일도 아니다. 윤 총장은 장관 지휘대로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공정한 처분을 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윤 총장은 수사팀 반대 의견 묵살, 대검 부장 패싱, 단원 직접 선정 등으로 검찰 내부의 반발까지 샀다"며 " 더구나 수사자문단은 채널A 기자 영장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그의 무리수는 측근 한동훈 검사장으로 튈 불똥을 막으려는 보호막으로 해석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2년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여권이 노골적으로 흔들어 자진사퇴로 몰아가는 것은 볼썽사납다"며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검찰청법에 따른 적법한 것인 만큼 일단 따르는 것이 정도"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