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압박성 발언이 여당 내 반발까지 불러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비판에 나서면서 많은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 주장은 법무부 장관이 과도하게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하는 것으로 검찰 또는 야당에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내용을 잘 뜯어보면 그 이상의 의미 역시 담겨있다. 과거 법무부 장관들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하고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대목이 그렇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검찰 개혁 문제를 둘러싼 정부 여당의 흐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추미애 장관의 발언 수위가 올라간 것은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이후부터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소병철 의원 등은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관련 진정 사건 및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등의 처리 문제를 들어 추미애 장관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들은 “장관 같은 분도 검사들에게 순치된 것이 아닌가”라고 했고, 추미애 장관은 이 발언에 대해 모욕적이라며 두 의원들도 검사 출신이니 현재 검찰 문제에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항변을 했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이 자리에서 추미애 장관이 나름대로 ‘절제된’ 언행을 하는 중이었다는 거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이 감찰 사안을 인권 문제인 것처럼 다루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권한인 사건 배당에 대해선 “월권이나 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편법이나 무리수가 있었다”고 했다. ‘조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붙여 대검 감찰부에 조사를 지시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검언유착’ 사건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사건 고발 두 달만에 이뤄진 것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빨랐다고 볼 순 없지만 조치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 “수사 속도가 바람직한가와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라고 했다.

이런 발언들은 검찰의 사건 처리 방식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지휘권을 발동하는 등의 개입을 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여당 의원 일부의 비판을 초래했고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법사위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증인의 입장문을 공개한 바도 있었으므로 이날 법무부는 대검 감찰부가 관련 사건을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은 21일 해당 사건에 대해 “대검 감찰과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자료를 공유하고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전까지 대검 감찰부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실로 사건이 배당된 것에 반발하며 관련 자료 공유 등에 협조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 총장의 이러한 지시는 법무부의 의견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언론은 22일 청와대에서 개최될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의식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휴전’을 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슬기로운 의원생활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장관이 25일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시를 절반을 잘라먹었다”,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삼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한 것은 이 상황을 반영한 발언이다. 여당이 재촉해서 강한 수를 냈음에도 장관의 주장이 검찰 조직에 관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장관을 열심히 흔들면 저 자리가 내 자리가 되겠지 하고 야당 역할 하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앞서 송기헌, 소병철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두 사람은 그만둔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앞서 썼듯 모두 검사 출신이다. 여당은 구체적 조치를 주문하는데, 이를 검찰 조직에 관철시킬 수 없는 장관이라면 교체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여당 대표를 역임하는 등 정계의 무게감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런 인사도 검찰 조직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후임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겠는가?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의 수요가 있는 것은 아닌가? 추미애 장관의 발언은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공교롭게도 조응천 의원 역시 검사 출신이다.

검사 출신들이 법무부 장관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건 아니다. 앞서 검사 출신으로 묶은 의원들 모두 각자 동기와 의도, 주장이 다르다. 다만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갖는 비슷한 현실인식이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지금 상황은 추미애 장관의 ‘거친 언행’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 등으로만 해석해서는 본질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어찌됐건 지금 상황이 어떤 측면에서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로 여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에 부담을 주는 수사를 하기 때문에 쫓아내려 한다는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통일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설훈 의원의 경우처럼 임기 보장을 말하면서도 자진사퇴론 등을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둘째로 검찰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가까운 인사를 지키기 위해서 또는 검찰 조직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잘못을 바로잡는 일을 외면한다는 평가를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지금 제기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 및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적절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상황은 이런 그림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여당의 태도가 ‘우리 편 지키기’가 돼 버린 게 시작이었다. 이러면서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검찰 조직의 주장에 명분이 실리게 됐고 이게 다시 검찰이 자신들을 향한 개혁을 ‘개입’으로 규정하는 실마리가 되고 있다.

그러니 문제를 풀려면 양쪽 모두가 지금 상황을 만든 핵심 대목에서 정확히 반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서로 방치할 경우 보수야당의 유력한 인물로 정치권에 등장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한 개인의 영달이나 정치세력들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다. 검찰개혁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겠는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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