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22살로 돌아갔던 상식이 기억을 되찾았다. 어쩌면 되찾고 싶지 않은 기억일지도 모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다면, 기억하지 못하면 절반의 행복은 존재할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상식에게 그런 호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진짜 친구’를 외치는 은희는 정말 그걸로 행복한 것일까? 건주에게 감정을 느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건주를 만나면서도 찬혁을 생각하는 은희에게 그는 어떤 존재일까? 찬혁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자 참지 못하고 사무실까지 찾은 은희가 외친 진짜 친구라는 의미는 뭘까?

얄미운 욕심이다. 찬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은희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를 잡고 싶으면서도 다른 남자가 들어왔다고 버리지도 못한다. 둘 다 가지고 싶은 은희의 그 마음은 결국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서영이의 감정도 유사점이 존재한다. 전 남친과 헤어진 이유는 성폭행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좋아했던 전 남자친구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 그래서 헤어지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서영으로서는 그런 남자와 함께할 수 없었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엄마와는 그래서 사이가 좋지 못하다. 성폭행으로 고소를 한 자신을 탓하는 엄마가 서영은 싫었다. 이런 상황에서 집안끼리 잘 아는 찬혁이 서영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자신을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다.

서영이 찬혁을 좋아한다는 자기 최면을 거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벗어나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그런 속내를 모르는 지우에게 이들의 관계는 기묘할 수밖에 없다. 서영이 찬혁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찬혁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말이다.

은주가 결혼하기 전 아버지가 찾아왔었다. 그렇게 은주에게 건넨 것은 거액이 든 통장이었다. 5천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아버지가 은주 결혼식에 맞춰 건넸다. 살림살이를 뻔히 알고 있는 큰딸로서는 아버지가 이 거액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너무 잘 알 수 있었다.

차에서 자면서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않으며 모았을 그 돈을 절대 쓸 수가 없었다. 7년 동안 모았다는 그 통장을 엄마에게 내밀며 아버지가 집이라도 얻을 수 있도록 돌려달라 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던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그렇게 돈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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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숙은 서럽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 그것도 전부가 아닌 일부를 가지고 아이 셋을 키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밖에 나가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은 남편이 쥐고 있었다. 큰딸이 커 밤낮없이 돈을 벌지 않았다면 가정은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자신은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는데 남편은 자신도 몰래 그렇게 아이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것조차 미웠다. 남편이 있는 공장까지 찾아간 진숙은 그렇게 통장을 건네지만, 이 남자 기억을 못한다. 기억이 돌아왔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인지 도통 믿을 수가 없다.

은주의 시어머니는 자신의 며느리를 선택했다. 게이인 아들을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여자를 찾았다. 태형 집안에 비해 너무 기운 은주네 집과 사돈을 맺은 이유 역시 그 때문이다. 가난해도 착한 은주라면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책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거기에 욕심도 없다.

태형은 은주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을 느끼며 죄책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은주 가족이 정말 자신을 가족처럼 대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자신은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라 인식하며 살아왔던 태형에게 이 변화는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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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는 고백했다. 어느 사이 태형이 좋아졌다고, 그래서 그렇게 노력했던 것이라고 말이다.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그 감정선들 속에서 은주는 그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간절했다.

9년을 만났던 남자가 바람을 피워 헤어졌던 은희는 9년 동안 연애하고 있는 남자와 만나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헤어졌다면 상관없지만, 아직 만나고 있는 이가 있는 남자와 사랑은 위험하고,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 선배이자 친한 언니인 경옥과 만나기로 한 날 후배도 함께 왔다. 하라는 바로 건주와 9년 사귄 여자친구이다. 이는 의도적인 만남이었다. 눈치 빠른 경옥은 하라의 남친인 건주와 은희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은희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건주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늦은 시간에 전화를 받았다고 분노하는 하라. 3년 전 자신이 헤어지자고 했었지만 건주가 얼마나 집요하게 자신을 괴롭혔는지 아느냐고 이야기하는 하라에게 은희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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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는 폭탄은 그렇게 터졌다. 본가로 돌아간 은희는 아빠가 부탁한 사진을 가방에 넣은 후에도 고민이 많았다. 건주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언니 은주에 대한 생각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팔삭둥이가 아니라면 아빠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프러포즈를 한날 처음으로 손을 잡아봤다고 했다. 그렇다면 은주 언니는 아빠가 다르다는 의미가 된다.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엄마에게 슬쩍 던졌지만,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은희가 걱정하는 것은 이 시점에 은주의 아빠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최악이기 때문이다. 그 단단했던 언니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불륜을 아름답게 담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소설책 속에 언니의 결혼식 사진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그 사진 뒤에 있던 남자다. 은희가 보자마자 놀란 것은 알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은희도 아는, 하지만 남인 이 남자는 누구일까? 진숙을 집에 데려다주고 거리에서 고민에 빠진 상식은 앞에서 달려오던 차량의 하이라이트에 놀랐다. 그렇게 자극을 받은 상식은 기억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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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의 결혼식 날 진숙이 반갑게 맞이하던 남자. 그 남자는 은주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자신이 집에서 난동을 피웠던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진숙이 은주 아버지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던 것이다. 진숙은 상식이 두 살림을 했다고 믿고 있었고, 상식 역시 진숙이 은주 아버지를 만나고 있었다 생각했다.

'유씨네 야채가게'의 유선일이 은주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희가 사진을 보자마자 알아차릴 정도로 익숙한 인물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상식이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진숙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그 과일가게에서 보였다는 점도 유선일을 의심하게 한다.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진실들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남편이 게이였고, 아버지는 알고 봤더니 친아버지가 아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사실 속에서 은주는 과연 이를 이겨낼 수 있을까? 김 씨 집안은 과연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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