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국회’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인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이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소속당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야가 합의한 8월 임시국회는 ‘한선교 방탄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8월 임시국회를 합의했던 민주당은 이를 분명히 판단해야 한다. 도청 의혹 파문이라는 능욕을 바로잡을 것인지, 아니면 8월 임시국회 열어 한선교 의원에게 국회라는 도피처를 제공할 것인지 민주당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론 임시국회를 열지 않더라도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게 공당의 역할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도청을 당한 당사자이다.

▲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박희태 국회의장을 따라 공항 귀빈실로 들어가려다 제지받자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회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한선교 의원은 면책특권을 내세우며 경찰 출석을 거부,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얼마 안 남은 7월, 8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곧이어 기나긴 정기국회가 예정돼 있다. 예정대로라면 한 의원은 7월만 버티면 8월 임시국회, 정기국회라는 수사의 사각지대에 몸을 숨길 수 있다. 불법 도청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KBS도 버티면 된다는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듯 싶다. 어디까지나 8월 임시국회 개회는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고발하고, 민주당이 숨겨주는 모양새가 된다.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까지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8월 임시국회는 다르다. 도청 의혹 수사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를 여는 데 동조하고 나선다면 국민적 공감대는 비난, 비판이 되어 민주당으로 향할 게 불 보듯 뻔하다.

8월 임시국회, 한미FTA비준동의안이 중요 처리 안건이라고 한다. 반값 등록금 등의 다른 이슈가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론 형성의 향방을 결정할 방송광고판매대행에 관한 법(미디어렙) 제정 건은 논의 안건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미디어렙도 논의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한미FTA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그리고 결국엔 한 의원에게 도피처를 제공할 8월 임시국회를 민주당이 여는 것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야당 당대표의 방이 도청됐다는 의혹, 한 의원에 대한 수사 이외에 진실을 밝혀낼 수단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도청한 곳과 도청한 내용을 발설한 이는 야당 당대표의 방을 정보를 캐어내는 저잣거리밖에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넓은 아량으로 포용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섰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민주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 8월 임시국회 쉽게 생각하면 큰일이 돼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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